대북문제에 관한 한 ‘조중동’이라 묶이는 보수언론 진영에서 <중앙일보>가 가장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익숙한 '사실'이다. 이는 종종 냉전시대의 대결 의식에 찌든 한국 ‘보수’의 태도가 ‘자본의 합리성’의 잣대로 비추어 봐도 비합리적이란 점을 증명하는 논거로 널리 쓰이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태도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동아일보>는 1990년대까지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와 함께 묶이기 힘든, 합리적 보수 내지는 중도파의 위치를 점하는 신문이었다. 그러나 사주가문이 삼성 오너가와 사돈을 맺고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야당지’를 하겠다며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동아일보>는,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확실하게 ‘조중동’으로 묶이게 된다.
심지어 ‘고려대’를 매개로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엮이게 된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엔 세 보수언론사 중에서 대북문제에서 가장 수구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로 교체된 이후 <동아일보>는 ‘가장 정권에 친화적인 보수언론사’는 아니게 되었으되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쌓아온 잘못된 전통은 이어가는 중이다.
▲ 6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
북한의 최고위급 실세 3인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이유로 ‘깜짝 방문’한 다음날인 6일자 신문 지면에서도 <동아일보>의 지향은 돋보인다. <동아일보>는 6일자 1면 탑 기사 제목을 <고립탈피-건재과시… 김정은式 깜짝쇼>라고 달았다. 같은 날 <중앙일보>의 1면 탑 기사 제목이 <박 대통령, 김정은 친서 없어도 황병서 만나려 했다>였고 <조선일보>의 1면 탑 기사 제목이 <北 황병서, “大通路 열자”… 정상회담 길 뚫리나>였던 것과 비교해도 북한 측에 적대적인 시선을 가지는 편집이었다.
사설을 봐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대립각은 두드러졌다. 내용만을 보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한 축에, 그리고 <중앙일보>를 다른 축에 놓을 수 있을 것이나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의 수위는 <동아일보>가 <조선일보>보다 한수위였다.
먼저 <중앙일보>는 <북 실세 방한, 상생협력과 평화의 첫걸음 되길>란 제목의 6일자 사설에서 “그런 만큼 향후 협상에서 5·24 조치나 금강산 관광 중단 해제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요구에 응한다는 소극적 발상에서 벗어나 북한 문제의 최대 당사자인 우리의 입지 확보를 위해서라는 적극적 발상이 필요하다. 이 조치 해제에 따른 대북 교역 재개와 경제협력은 우리 기업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라고 주문했다. 같은 날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 중단 해제를 적극적으로 언급한 사설은 <경향신문> 정도였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중앙일보>는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보다는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쪽이라 봐도 될 정도였다.
▲ 6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이어서 <중앙일보> 사설은 “다른 하나는 북한 핵 문제다. 9월 29일자 사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모든 문제에 우선하는 정부의 기존 대북 전략은 재검토돼야 한다. 북핵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하지만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과제로 다뤄 남북 간 다른 현안들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는 현실적이고도 창의적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 역시 군사적 위협과 도발을 중지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의 선(善)순환이 생겨난다”라며 북핵 문제 역시 당장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란 것, 대화의 선결과제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해결할 과제란 점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들어 <중앙일보>의 일관된 입장이나 역시 보수언론보다는 진보언론에 가까운 입장이다.
<중앙일보>의 논지가 일종의 ‘돌출’이란 점은 <동아일보> 사설과 비교해볼 때 명백히 드러난다. 6일 <동아일보>는 <군복 입고 내려온 北 2인자, ‘따뜻한 인사말’이 전부인가>라는 제목부터 과격한 사설에서 “북한 대표단은 김정은의 지시를 받고 왔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피했다. (...) 북한 스스로 가장 확실하게 남북 경색을 풀 수 있는 방안을 외면한 것이다”라며 정국 경색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강조했다.
또 <동아일보> 사설은 “황병서는 남한에 내려와 줄곧 군복 차림으로 북한 호위총국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다녔다. 북한군에 대한 남한 국민의 반감을 뻔히 알면서도 군복을 고집한 그의 행보에서 대화의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라며 북측 인사의 처신을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동아일보> 사설은 “이번 방남이 북한 체제 칭송과 결속을 위한 것이라면 향후 남북 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라고 결론내렸다. 북한 측의 돌출적인 행동에 그래도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려 했던 여타 언론과 다른 모습이었다.
▲ 6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 사설은 내용은 <동아일보>와 대동소이했으나 표현은 좀더 고르는 모습이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北 실세들의 깜짝 방문, 차분하게 남북대화 이끌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북한 고위급 인사 방남에 대해 “예상치 못했던 반전(反轉)”, “이번 북한 대표단은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라 평하면서도 “북한 대표단 깜짝 방문에 들떠 지속 가능하지 않은 남북 관계 개선을 서둘러 추진하기보다는, 당장은 힘들더라도 차근차근 남북 간의 신뢰를 회복해가는 단계적·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남북 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더 나아가 통일에 이르기까지의 큰 구상과 원칙 속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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