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낮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최연혜)가 보도자료를 보냈다. 제목은 <코레일, 전철 상행위·차내 무질서·선교활동 등 특별단속>. 오는 6일부터 17일까지 “전철 상행위, 차내 무질서, 선교활동 등 수도권 전철 내 기초질서 위반행동”에 대해 코레일 직원과 철도특별사법경찰대, 광역철도질서지킴이가 함께 특별합동단속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 (사진=미디어스)

코레일이 문제삼는 ‘기초질서 위반행동’은 △열차 내 음주소란 △불법이동상행위 △구걸 및 선교활동 △미승인 광고물 무단 부착 등이다. 코레일은 “가을 여행철을 맞아 바른 철도이용문화”를 위해 “여행객이 많고, 위반행위가 빈번한 경춘선과 중앙선, 경부선 등 10개 노선에 집중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처음엔 주기적으로 하는 ‘캠페인’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쭉 읽다보니 이상한 대목이 있었다. “특히 기존의 계도 및 퇴거 위주의 단속방식에서 벗어나, 적발되면 최고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및 범칙금을 부과해 기초질서 위반행위 재발방지를 위해 보다 강력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전철을 이동하며 물건을 파는 ‘불법’ 상인들을 단속해, 과태료나 범칙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전철 상행위는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 같다. 다들 스마트폰을 이용하느라 상인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더욱 안전하고 쾌적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계도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코레일 덕인지 탓인지도 모르겠다. 환승하는 사람이 많거나 주택이 많은 지역의 전철역 안에서 만날 수 있던 할머니들도 확실히 줄어들었다. 다들 어디로 가셨을까.

코레일이 ‘합동단속’은 자기 사연을 알리며 경제적 도움을 부탁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세금걷기’이자, 철도노조 조합원에게 ‘민영화 반대’ 광고물을 스스로 뜯어내라는 ‘노조 길들이기’다. 질서와 세금을 좋아하고, 노동조합과 정치를 싫어하는 바로 그분, 그곳과 닮았다. 최연혜 사장의 코레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국과 무척 닮았다.

▲ (사진=미디어스)

최연혜 코레일은 지난해 12월 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 조합원을 전원 직위해제했다(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조치가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박근혜 정부는 같은 달 철도노조 간부를 체포하기 위해 해머를 들고 민주노총을 두들겨 팼다(그러나 작전은 실패했다). 정부가 ‘증세’와 ‘SNS 검열’에 나서자 코레일은 과태료 부과와 합동단속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하는 ‘비정상’은 민주노조이고, 강조하는 ‘정상화’는 구조조정이다. 코레일은 대통령의 말에 발빠르게 대처했다. 코레일은 노동조합을 무너뜨린 뒤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를 시작했다. 철도노조 조합원에게 “서민을 쫓아내라”는 것은 약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가장 폭력적인 방식의 ‘순치’(길들이기)다.

최연혜 사장이 보기에 철도노조와 상인들은 ‘차내 무질서’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광화문광장과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가족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 방송·통신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경내 무질서’다. 완전히 진압되지 않은 이들이다. 정부도 코레일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질서를 정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포섭’과 ‘배제’다.

부자감세와 서민증세를 추진하는 정부나,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코레일이나 모두 ‘공공의 적’이 필요하다. 정부는 노동조합을, 코레일은 불법상인을 지목했다. 이런 폭력적인 공기업과 정부는 쉽게 찾기 어렵다. 새벽 같이 시장으로 달려가 산 밤을 손으로 깎아 바구니에 3천 원씩 파는 할머니를 쫓아내는 사회는 그냥 ‘폭력’이다.

▲ (사진=미디어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