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가 대한민국 최고의 걸그룹 소녀시대에서 탈퇴하게 됐다. 그녀는 더 이상 <소녀시대>의 구성원이 아니다. SM에서 솔로 활동을 꾸준히 지원한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소녀시대>가 아니라는 점은 이제 명확해졌다.

누구의 잘잘못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정황만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시카가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한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는 점은 양측에서 나오고 있는 말이 같기에 확실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의 내용은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번 일에서 보여주었던 제시카의 방식이 썩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는 점이다.

▲ 걸그룹 소녀시대 ⓒ연합뉴스 DB
하나의 그룹이 지닌 상징성은 일반 대중보다 팬에게 있어서 훨씬 크다. 그러므로 그룹의 팬들은 멤버 개개인보다 하나의 그룹을 더욱 귀히 여기며, 일부 팬클럽은 멤버 개개인에 대한 팬심 때문에 팀에 대한 팬심을 상하게 할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하기 위한 규칙들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즉, 아이돌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대상인 '팬'들에게 '그룹'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팬들에게 있어서 멤버간의 불화는 가장 견디기 힘든 사건이다. 이는 그룹을 나누고, 팬을 나누고, 그룹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사라지게 한다. 멤버간의 불화는 팬들에게 있어서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다. 그래서 그룹에서 멤버가 탈퇴하는 경우에도 남은 멤버와 떠나는 멤버의 사이가 좋은 것만 보여주면, 그룹 활동과 탈퇴한 멤버의 활동에 큰 지장이 없다. 이럴 경우 분쟁에 대한 화살은 소속사로 향하는 경우가 많으며, 팬들은 더욱 굳건히 자리를 지키게 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팬들이 가장 냉정하고 차갑게 등을 돌리게 된다.

▲ 제시카 ⓒ연합뉴스 DB
제시카의 방식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그녀가 SNS에 남긴 말에서도 이후 발표된 공식입장에서도 자신의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일정 부분 '멤버'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도, 멤버들에게 서운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얘기한 순간 <소녀시대>와 제시카는 결코 다시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특히, 이런 와중에도 SM이 제시카의 솔로 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은 결국 지금 이 모든 문제가 멤버들끼리의 갈등에서 불거졌다고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통 회사와의 갈등으로 팀에서 나오거나 기획사를 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같은 회사 안에 있으면서 팀에서만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팬은 등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소녀시대>를 등지느냐, 아니면 제시카를 등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 판단은 팬들이 하게 될 것이지만, 어느 경우라도 <소녀시대>와 제시카가 피해를 볼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벌써 인터넷 뉴스의 댓글에는 <소녀시대>를 욕하는 글과 제시카를 욕하는 글이 사이좋게 올라와 있다. 이런 분열은 결국 팬덤을 약하게 할 것이고, 제시카가 지키고 싶어 했던 <소녀시대>의 영광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제 <소녀시대>는 8인 체제가 됐고, 제시카는 혼자가 되었다. 예전의 영광을 찾기 위해서는 둘 다 쉽지 않은 길이 예정되어 있다. 이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될지, 아니면 그저 천천히 그렇게 저물어 갈지 이후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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