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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3차 협상안의 쟁점과 문제들실종된 새정치 존재감, “고육지책” vs “결국 유가족 무시”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10.01 18:04

9월의 마지막 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3차 협상안을 내놓았지만, 아직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승인을 얻지는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반유가족들이 단원고 학생 유족들 위주의 세월호 가족대책위를 비판하고 나서는 등 여론은 가족대책위에 심각하게 불리해진 상황이다. 

2차 협상안 발표 후 나가떨어졌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합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는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3차 협상안은 2차 협상안에서 크게 진전된 내용이 아니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주지 않는 대신 특검 추천에서 유족들의 의향을 반영하겠다는 타협책조차도 제대로 반영이 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고육지책이다”라는 평가와 “결국 유가족을 무시했다”는 평가가 공존하는 형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나흘의 시간을 더 준 시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협상의 마감 시한’을 통보받았다고 봐야 한다”라면서, “국회가 멈춰 있는 상황에 대한 여론이 매우 악화된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세 번째 협상안마저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이 어려웠던 근본적인 이유는 세월호참사 가족대책위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과 기소권 문제를 중요한 논점으로 생각했는데, 새누리당은 이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일 안산 세월호 유족 가족대책위 사무실을 방문하고 나서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서는 민변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초기 대처가 미숙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의 다른 관계자는 “민변이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 때는 협상 과정에서 조정될 것을 감안하고 더 강력한 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유가족들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중요하다고 듣게 되니 그걸 협상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고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초기에 민변이 유가족들에게 다르게 말했다면, 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협상의 관점에서 제대로 설명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형사사법체계 원칙의 침해’라는 새누리당의 견해 역시 물론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민변의 안이 빌미를 줬다는 시선도 있다. 이를테면 진상조사위에 유족이 추천하는 이들이 위언으로 들어간다고 나온 대목이다. 한 관계자는 “물론 진상조사위원에 대한 자격요건이 있기 때문에 유족들이 추천한다고 해서 심각한 편향성이 나오지는 않는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중요한 것은 조사위원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건데, 시민사회 단체 추천이란 식으로 갔어도 될 일을 굳이 유족의 추천이란 안으로 만들어 ‘피해당사자에 의한 단죄’라는 논리를 펼 빌미를 만들어줬다”며 아쉬워했다.
 
정치권의 돌아가는 상황을 유심히 살핀 정치부기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에게도 실책은 있지만 협상안 내용보다는 소통의 문제가 더 컸다고 지적한다. 한 정치부기자는 “여야가 예전에 합의한 상설특검법안은 사실 상당히 괜찮은 제도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진상조사위원회가 큰 권한을 가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특별검사에게 힘을 실으려고 한 것도 이해를 못 할 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정치부기자도 “유족들과 미리 소통을 하고 양해를 구하고 설득했어야 할 문제가 그런 과정 없이 두 번이나 덜컥 합의했다가 번복시키는 바람에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처신과 리더십을 비판했다. 
 
다른 정치부기자도 “물론 진조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는 경우가 최상이었다고 본다”면서도 “그게 안 된다고 했을 땐, 충분히 (가족대책위 등 유족들을) 설득할 수 있는 차선책을 냈어야 했는데 거기서 길이 막혔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심 이반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 이후에도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허물어 뜨리지 못하는 걸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 관계자는 “더더욱이나 기소권이 아닌 수사권까지 얻어내지 못하는 상황을 보며 참담했다”라면서 “일차적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리더십을 비판해야 하지만 이 정도 사안에서 결국 유가족을 고립시키게 된 것에 대해 사회운동 세력과 시민사회의 역량에 회의가 들었다. 깊이 반성해 볼 지점이다”라고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협상을 새정치민주연합만 한 게 아니다. 유경근 대변인이 정의당 출신이라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의 목소리도 많이 들어갔다. 몇몇 새누리당 의원들이 심상정 의원을 찾아와서 의논하기도 했다"라며 맥락을 설명했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보건대, ‘고육지책’이냐, ‘유가족 고립 방조’냐를 이분법적으로 판단내리는 틀에서는 야권의 문제를 풀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 든다. 박영선 원내대표라는 개인이나 카카오톡이라는 일개 매체를 원인으로 돌리는 것을 넘어 정당과 그 지지자들의 ‘체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권의 다른 관계자는 “일단 당의 대주주인 친노세력이 반성을 하고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안 되고 있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떤 일이 일어나든 변하지 않을 거라는 푸념을 지인들에게 자주 듣고 두려움이 일 지경인데, 그렇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해줄 수가 없다”라고 우려했다. 
 
열린우리당 시절이었던 17대 국회 시절을 제외하면 민주당 계열 정당의 의원이 가장 많은(130명) 것이 19대 국회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무기조차 있다. 그런데도 왜 매번 무기력하게 당하고 관성적인 비판과 조롱을 당할 정도가 되었는지, 주체들은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왜 그들의 지지층이 현재 정치상황에 대한 ‘멘붕’을 넘어 다음 총선과 대선을 미리 포기할 지경이 되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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