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각 구와 안산시 등에 이어 수원시에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담보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노란 현수막이 걸렸다. 하지만 관할 구청 관계자들은 ‘불법’이라며 “우리 모두는 괜찮지 않습니다. 참사의 진실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등의 문구와 신청한 시민들의 실명이 실린 현수막 다수를 철거했다.

▲ 1일 시민들이 수원 시내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는 모습 (사진=세월호 수원시민공동행동 제공)
수원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촛불행동 등이 모인 세월호 참사 수원시민공동행동은 지난달 19일까지 수원 시내에 설치할 현수막 신청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권선구, 영통구, 장안구, 팔달구 등 4개 구청과 수원시청에 협조공문을 보냈고 집회신고를 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1일부터 오는 24일까지 1000개 이상의 현수막이 게시될 예정이었으나, 1일 아침부터 게시되기 시작한 현수막은 걸리기가 무섭게 철거됐다. ‘불법’이라는 이유였다. 대다수 구청과 시에서는 협조적이었으나, 팔달구청은 말 그대로 시민들이 현수막을 ‘다는 족족 철거했다’.

이번에 본인 명의로 현수막 신청을 하고 게시 작업에 참여한 시민 염형만 씨는 1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팔달구, 장안구 쪽이 600장 정도 되는데 400장 붙인 것 중에 300장 정도 떼였다. 하다못해 붙이려고 대기 중이었던, 바닥에 놓여 있는 것까지 가지고 가더라”라며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라고 하면서 무조건 가져가 버리니 저희도 방법이 없었다”고 밝혔다.

현수막 게시 집행을 담당한 수원시민공동행동의 유주호 씨는 “세월호 현수막 게시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집회신고를 해 놨다. 그런데 팔달구청은 특별한 답도 주지 않은 채 담당자가 와서 무조건 철거했다”며 “만약 게시하면 안 되는 이유를 법리적으로 따져 보자고 알려오거나 했다면 기다렸을 텐데, 그런 언질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유주호 씨는 “담당자와 통화해 보니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데 공식답변 없이 철거한 건 맞기 때문에 원상복구하고 공식 사과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현수막을 떼고 있지 않은데 추후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며 “수량이 많아서 아직도 설치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수원시민공동행동의 안병주 활동가는 “다른 지역에서도 (현수막이) 철거된 경우가 있어서 다는 구간도 정하고, 집회신고를 일단 했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의견이라 상업적인 내용이 아니니 당분간 철거하지 말아달라는 협조공문도 보냈다”며 “광고물 관련법과 집시법이 충돌하는 지점이 있지만, 무조건 민원이 들어온다는 이유만 대며 철거하는 건 부당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안병주 활동가는 “적어도 이러이러한 사유로 불법이기 때문에 몇 월 며칠까지 떼어 달라는 고지를 하는 등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조건 민원 들어왔으니 철거한다고 통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팔달구청 “상인들 항의 많아… 지금은 철거 안하고 있다”

옥외물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세월호 현수막을 철거했던 팔달구청 측은 ‘불법’이라는 이유와 함께 주변 상인들의 항의전화가 많아 뗐다고 해명했다.

▲ 수원 시내에 걸린 시민들의 세월호 실명 현수막들 (사진=세월호 수원시민공동행동 제공)

팔달구청 건축과 오영식 광고물관리팀장은 “원래 현수막은 못 걸게 돼 있다. 현수막 자체는 허가도 안 나고, 전부 다 사진 찍어서 행정조치하고 과태료를 물린다. 상습적으로 한 사람들에게는 고발 요청도 하고 있다”며 “아침에 광고물 일부를 철거했지만 세월호 그쪽에서 ‘왜 떼냐’고 항의해서 지금은 철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팔달구청 쪽에서 유독 많은 현수막이 철거된 이유를 묻자, “팔달구에 현수막을 많이 달아서 그렇다”며 “상가지역이라서 (주민들) 불만이 많았다. ‘왜 철거 안하느냐’는 전화가 많이 걸려와 직원들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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