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MVNO) 시장에서 재벌 계열사들의 점유율이 8월 말 현재 54.8%인 것으로 나타났다. CJ헬로비전, SK텔링크, 코리아케이블텔레콤(태광그룹 계열), KT파워텔·KTIS·KT텔레캅(KT 계열), 미디어로그(LG유플러스 계열) 등 재벌이 저가 이동통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재벌의 점유율은 이미 올해 초 50%를 넘었고, 특히 ‘방범사업’에 알뜰폰망을 활용하고 있는 삼성은 가입자가 30만 명 이상으로 업계 3위로 추정된다.

1일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받은 알뜰폰 가입자 현황 자료를 보면, 8월 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 380여만 명 중 213만 명이 재벌 계열사 가입자다. 1위는 CJ헬로비전으로 77만 명이다. 2위는 SK텔링크로 가입자는 63만 명이다. 최원식 의원실은 “삼성 에스원의 경우 일반 알뜰폰 사업과 함께 방범사업에 알뜰폰망을 활용하고 있는 데 가입자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 제출 자료 분석 결과 적어도 30만 명 이상으로 3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2011년 12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재벌계열사 알뜰폰 가입자 현황. (자료=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가입자수 4위는 태광그룹 계열사인 KCT로 가입자는 16만 명이다. 5, 6위는 KT 계열이다. KT파워텔 가입자는 5만9천 명, KTIS 가입자는 5만3천 명이다. KT텔레캅 가입자는 2만5천이다. 신세계 계열인 이마트의 알뜰폰 가입자는 4만1천 명이고, LG유플러스 계열사인 미디어로그 가입자는 2만5천명이다.

최원식 의원실은 “재벌계열사 점유율이 50%를 넘은 것은 올해 초부터”라며 “알뜰폰 사업이 개시된 2011년 말 10.8%로 시작해 1년 만인 2012년 말 30.9%, 다시 1년 뒤인 2013년 말 49.7%를 기록하는 등 재벌계열사들이 알뜰폰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알뜰폰사업자에 망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이동통신3사 계열사의 점유율은 18.3%다. 최 의원실은 “지난 7월 이후 두 달 동안 14만 명 가까이를 모집해 같은 기간 알뜰폰 전체 순증 가입자의 35%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8월부터 9월 사이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여업정지 기간 주요 알뜰폰 사업자 번호이동 가입자수 현황. (자료=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알뜰폰 가입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2011년 58만 명에서 2012년 127만 명, 2013년 248만 명으로 해마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대기업과 이동통신사들의 알뜰폰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시민단체 의견이었으나, 정부는 지난 7월 KT와 LG유플러스 계열사에까지 시장을 열어줬다. 이동통신사 자회사가 모회사의 유통망을 이용한 영업을 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미래창조과학부는 아직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초기 저가상품 위주이던 알뜰폰 시장에 고가상품이 늘고 가입자도 늘어나면서 시장 파이는 커지고 있다. 2012년 알뜰폰 사업자의 매출액은 673억 원에서 2013년 1456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알뜰폰 가입자 비율도 2011년 1.1%에서 2012년 2.4%, 2013년 4.5%로 증가 추세다. 8월 말 현재 가입ㅂ자는 389만이고,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비율은 6.9%다.

최원식 의원은 “알뜰폰 시장의 확대는 기존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 30% 안팎의 싼 요금제로 가입자가 늘어난 것인데 이는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며 “정부는 2011년 7월 이동통신시장에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하여 경쟁을 촉진하고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해 관련제도를 도입한 이래로 150억 원 규모의 3년 치 전파사용료 면제, 번호이동 처리 전산개발 비용 면제, 도매대가 인하,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유효기간을 2016년 9월까지 3년간 연장, 망내 음성 무제한 요금제 등 신상품을 비롯 LTE서비스․컬러링․MMS 등 도매제공의무 서비스 확대 등 각종 지원책을 쏟아 부었고, 지난 해 부터는 우체국 제휴판매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벌이 정부정책의 최대수혜자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알뜰폰 시장마저 재벌 독과점 구조가 될 경우, 알뜰폰을 활용해 통신요금을 인하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사실상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최원식 의원은 “알뜰폰 시장이 재벌 계열사의 과점체제로 굳어질 경우 사업자간 경쟁이 둔화되어 통신요금 인하와 가계 통신비 절감도 어려워질뿐더러 중소기업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원식 의원은 “재벌계열사가 알뜰폰 시장을 지나치게 점유하게 되는 추세를 방치할 경우 5:3:2구조가 고착화돼 가계통신비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이동통신시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재벌계열사의 지나친 점유를 제한하고 중소알뜰폰업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자별 가입자 현황. (자료=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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