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이후 YTN에 입사한 젊은 사원 55명이 29일 오전 10시 서울 남대문로 YTN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창사 이래 가장 엄중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절박함을 안고 YTN과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걸 각오가 돼 있다"며 릴레이 단식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 2001년 이후 YTN에 입사한 젊은 사원 55명이 29일 오전 10시 서울 남대문로 YTN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릴레이 단식 투쟁 돌입을 선언하고 있다. ⓒ송선영
2001년(7기)부터 2006년(10기)까지 입사한 55명은 경영기획실, 기술국, 보도국 사원 등이며, 이날 하루 전원이 연가 휴가를 내고 단식에 참여한 뒤, 30일부터 조를 구성해 릴레이로 단식을 이어나간다.

이들은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노조원 33명에 대한 징계 철회 △노조원 12명에 대한 고소 취하 △지난 8월 26일 인사 명령 받았던 부팀장들의 보직 사퇴 △구본홍씨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며,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오늘부터 집단 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신호 기자는 "여기 뒤에 보이는 젊은 사원들은 이제까지 단식을 해본 적 없는 지극히 일반적인 기자"라며 "구본홍이라는 낙하산 인사 한 명이 우리들을 찬바람 속으로 내몰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만수 기자도 "인사위원회에서 일부 노조원들에 대한 해직, 파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회사가 선배들 중 누구에게라도 징계를 한다면 더 굳건히 뭉치고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릴레이 단식 투쟁, 사측 징계 임박 가능성에 정면대응

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릴레이 단식 투쟁을 돌입하게 된 데에는, 회사 쪽의 무리한 인사위원회 강행과 징계 대상자로 인사위에 회부된 일부 노조원에 대한 징계가 곧 결정될 것이라는 우려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들은 오늘 발표한 'YTN, 그리고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행동에 나서며'라는 제목의 성명에서도 회사 쪽의 징계와 고소를 강하게 우려했다.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징계와 고소를 강행할 경우 지금까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더욱 강도높은 투쟁을 맞설 것이다."

YTN은 지난 24일부터 인사위원회를 강행하면서,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11명의 노조원에게 조사 도중 인사위에 출석하라고 통보하는 무리수를 뒀다. 또 구체적으로 노조원들에게 경찰 조사가 끝나는 직후, 밤 10시, 11시, 12시까지 시한을 정해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지난 26일에는 <돌발영상> 제작진인 임장혁 팀장과 정유신 기자에게 인사위 출석 시간을 '돌발영상' 제작 시간과 맞물려 통보해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YTN 내부 "이번 주가 분수령 될 것"

현재 YTN 내부에서는 이번 주가 YTN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회사 쪽의 무리한 인사위 강행 뒤에는 이미 일부 노조원에 대한 징계 수준과 수순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인사위를 통해 노조 지도부에 대한 징계가 결정되면 지도부가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구본홍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YTN 노조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YTN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회사 쪽이 '돌발영상' 불방을 예상하면서까지 인사위를 무리하게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 인사위가 징계에 대해 이미 정해놓은 수순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소명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고 시한을 정해 인사위를 밀어붙이려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노조원 60~70명을 정리해 잘라야 이 사태가 해결된다'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이야기까지 돌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2001년 이후 YTN에 입사한 젊은 사원 55명이 29일 오전 10시 서울 남대문로 YTN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릴레이 단식 투쟁 돌입을 선언하고 있다. ⓒ송선영
"국정감사 전 노조 지도부 잘라야한다는 이야기 떠돌아"

릴레이 단식 투쟁에 동참하고 있는 한 기자는 "회사 쪽이 노조원에 대한 형사 고발과 징계를 위한 인사위를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인 이번 주까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노조 지도부를 잘라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을 방관만 하고 있는 선배들이 우리의 단식투쟁을 보고 지금이라도 나서길 기대한다"며 "선후배 그리고 동기들이 직접적 징계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를 지켜볼 수 만은 없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투쟁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순수함과 열정만은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간부들, YTN과 후배들을 사랑한다면 침묵 깨고 호소해달라"

젊은 사원 55명의 성명에서도 '선배 간부들'에 대한 불신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줄서기에 눈이 먼 일부 간부들은 구씨를 부추겨 후배들을 고소하고 징계하도록 하는 등 극도로 파렴치한 짓도 마다하지 않거니와 심지어 스스로 인사위원을 자청해 직접 구씨를 위해 징계라는 칼로 후배들을 협박하는 짓에 앞장서고 있다"고 규탄했다.

신호 기자는 "기자회견을 하는 이 자리에 최소한 부팀장 선배 몇 분이 라도 나올줄 알았는데 한 분도 나오지 않았다"며 "기자라는 게 뭔지 모를 때, 걸음마부터 시작해 공정방송을 가르쳐주신 분들인 선배들이 계속 침묵하고 있다"고 착잡함을 드러냈다. 이어 "YTN과 후배들을 사랑한다면 침묵을 깨고 바로 호소해 달라"고 촉구했다.

▲ 2001년 이후 YTN에 입사한 젊은 사원 55명이 29일 오전 10시 서울 남대문로 YTN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릴레이 단식 투쟁 돌입을 선언하고 있다. ⓒ송선영
"후배들 단식 보며 울음 참느라 혼났다"

YTN의 15년 역사에서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릴레이 단식 투쟁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월 9일, 현덕수 전 지부장이 당시 구본홍 사장 내정자 저지를 위해 개인적으로 단식 농성을 벌였다.

'후배' 55명이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을 착잡하게 바라본 '선배'들은 후배들을 위해 농성장 옆에 생수 몇 박스를 가져다 줬다.

한 노조원은 "노조원 대부분이 오늘 아침까지 모르고 있다가 후배들이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는 것을 현장에 가서 알고 깜짝 놀랐다"며 "후배들은 같이 일하는 선후배들이 다칠까봐, 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나선 것 같다.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후배들의 고귀한 뜻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른 노조원은 "현장에서 후배들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울음을 참느라 혼났다"며 "후배들이 단식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선배들 대부분은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YTN 젊은 사원 55명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YTN, 그리고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행동에 나서며

YTN의 젊은 사원들인 우리 56명은 권력과 자본의 부당한 압력과 비리를 파헤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 하나로 열정을 다해 YTN의 주춧돌이 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후보 캠프에 투신했던 특보 출신 인사가 YTN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우리는 언론인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며 지켜왔던 스스로의 원칙과 양심마저 버리도록 강요당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용역깡패 수백 명을 동원한 날치기 주총을 통해 사장행세를 하려고 하는 구본홍 씨는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의 열린토론 자리가 마련되자, 하루 전 부팀장 인사를 강행해 보란 듯 이를 무산시켰다.

뿐만 아니라 돌발영상을 무력화하려는 코미디같은 사원인사를 핑계로 우리의 동료와 선후배 33명에게 징계의 칼을 휘둘러대더니 노조원들 앞에서 혼자 벌인 몸싸움 쇼를 빌미삼아 지금의 자랑스런 YTN을 일궈온 동료와 선후배 12명을 고소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게다가 줄서기에 눈이 먼 일부 간부들은 구씨를 부추겨 후배들을 고소하고 징계하도록 하는 등 극도로 파렴치한 짓도 마다하지 않거니와 심지어 스스로 인사위원을 자청해 직접 구 씨를 위해 징계라는 칼로 후배들을 협박하는 짓에 앞장서고 있다.

결국 구본홍 씨와 제 한몸의 영달을 위해 구 씨에게 빌붙은 일부 간부들이 지금의 파국 사태를 주도해온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캠프 언론특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도 일말의 염치도 없이 YTN을 접수하겠다며 나타난 구 씨가 YTN 구성원들을 설득하려는 일말의 노력도 없이 온갖 협박과 압력으로 우리를 무릎꿇게 하려 안달하는 모습에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또한 구 씨와 사측이 대화는커녕 징계와 고소의 칼부림을 즐기며 동료,선후배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대화를 촉구하는 이들의 말에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지금껏 남발해온 징계와 고소를 무기로 선심쓰듯 타협하려 들려는 술수가 뻔히 보이는 만큼 노조가 제시한 끝장투표를 구 씨가 받아들이지 않는 한 대화는 무의미하다.

지금껏 수없이 울분을 억눌러왔던 우리들은 이제 마지막까지 품었던 합리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한다.

이 시대가 우리에게 언론인이 아닌 투사가 되기를 요구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투사가 되어 나설 것이다.

이에 우리들은 YTN을 파국에서 구해내고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다음 4가지 사항을 촉구하고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오늘부터 집단 단식에 돌입할 것을 선언한다.

하나, 사측은 부당한 인사명령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노조원 33명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라.

15년간 피땀흘려 YTN을 만들어온 사랑하는 동료, 선후배들 가운데 한 명에게라도 징계가 이뤄질 경우 YTN 구성원 전체가 들불처럼 일어나 YTN을 와해시키려는 '구본홍 하수인'들의 기도에 저항할 것이다. YTN 노조원들은 이미 76.4%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낙하산 사장 반대'를 위한 총파업에 찬성했음을 똑똑히 기억하라.

하나, 사측은 노종면 노조위원장과 권석재 사무국장,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 등 노조원 12명에 대한 고소를 당장 취하하라.

YTN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낙하산' 사장 투입에 명예롭게 투쟁해온 조합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YTN의 어떤 구성원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 지난 8월 26일 기만적인 인사명령을 받았던 부팀장들의 보직 사퇴를 촉구한다.

'낙하산 사장' 구본홍 씨의 부팀장 인사는 다음날 예정된 '노사 열린토론' 에 찬물을 끼얹는 해사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부팀장 인사 대상자 16명은 구본홍 씨의 인사 횡포에 저항해 구 씨의 인사권을 무력화함으로써 YTN을 구하려는 후배들의 간절한 노력에 동참하라.

하나, YTN의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은 '낙하산 인사' 구본홍 씨의 즉각적인 사퇴임을 분명히 밝힌다.

구본홍 씨는 이미 YTN의 발전을 앞장서 이끌어온 우리의 동료,선후배 12명을 고소하는 사상 초유의 만행을 저지름으로써 사장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만천하에 천명했다. 또한, 자신을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계속 사원들을 고소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YTN에 대한 애정조차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직을 걸고 민영화를 저지할 수 있느냐는 노조의 질문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밝힘으로써 민영화 저지에 대한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고백했다.

구본홍 씨는 노조가 제안한 '끝장투표'를 받아들여 YTN 사원들의 마지막 심판을 받을 용기가 없다면 욕심을 접고 깨끗하게 물러나라.

우리는 창사 이래 가장 엄중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절박함을 안고 YTN과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걸 각오가 돼 있다.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징계와 고소를 강행할 경우 지금까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더욱 강도높은 투쟁으로 맞설 것이다.

2008년 9월 29일
YTN 젊은 사원 모임

강영관 고재형 고한석 곽영주 구수본 권준기 김명섭 김미선 김석순 김수진 김재형 김종호 김준영 남궁세은 남궁용 박기현 박소정 박신윤 박종혁 서정호 성문규 송병준 송세혁 신호 우영택 원인식 윤현숙 이강진 이광연 이대건 이동규 이만수 이문석 이상은 이선아 이승민 이승윤 이승준 이종구 이지은 전가영 전준형 정병화 지민근 최영주 최윤석 최지환 최태선 하정환 한경희 홍도영 홍상희 홍선기 홍주예 황순욱 황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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