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Screen:영화), 스포츠(Sport), 섹스(Sex) 또는 스피드(Speed). 막장드라마에 시선을 뺏기는 사람들처럼 대중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여 사회 문제와 정치에서 눈 돌리게 하는 우민화 정책. 이른바 3S정책은 이따금 연예계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혹여 무언가를 덮으려하는 윗선의 눈속임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끔 했었다.

하지만 최근의 연예계 사건·사고를 대하는 여론의 보편적 판도는 3S정책이 머쓱하겠다 싶을 만큼 무심하기 짝이 없다. 폭력, 마약, 탈세 등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의 사건이 즐비하게 터지고 있지만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운 연예계다.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는 입을 다물고 화보 촬영이나 해외 스케줄을 묵묵히 소화해내고 있으며 대중 또한 딱히 끈질기게 추궁하거나 캐묻지 않는 분위기였다.

▲ 지난 2011년 잠정 은퇴 의사를 밝히며 고개를 숙인 강호동 ⓒ연합뉴스
기자회견을 열어 죄를 인정하고 길게는 수년에서 짧게는 두어 달의 자숙 기간을 가졌던 연예인의 모습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오히려 범죄를 저질러도 입을 다물고 하던 대로 하고 있으라가 모든 연예인의 행동 강령이 된 것일까.

탈세가 아님에도 대국민 사과를 하며 동료 연예인 유재석의 호소를 뿌리치고 일 년 여의 휴식과 동시에 국민 MC의 직함마저 내려놓은 개그맨 강호동과 달리, 탈세 혐의가 사실이 된 배우 송혜교는 일체의 치명상을 입지 않았다. 사건이 터진 당시에도 아무렇지 않게 영화 홍보 활동을 하는 송혜교를 보며 도대체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인가가 헷갈릴 지경이었다.

자숙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연예계 전반부에 퍼져 무법자 시대가 되어버린 지금,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퇴출 운동은 참다 참다 폭발해버린 대중의 인내심과 양심선언이다. 최근 한 네티즌이 게시한 ‘이병헌, 한효주 광고 퇴출, 영화, 방송 출연 정지를 강력하게 요구한다’는 대국민 청원은 1만 명의 서명 인원을 수월히 돌파했다.

▲ 배우 송혜교, 이병헌 ⓒ뉴스1
험악해진 여론에 가장 먼저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역시나 대중의 호감이 절실한 광고계다. 성난 군중의 함성이 즉각 보이콧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업체에서 제품의 대표 이미지를 대중의 적으로 내세우는 짓은 무리해서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고집이나 다름없으니까.

이병헌을 대표 모델로 내세운 자동차 용품 생산 업체 ‘불스원’은 그가 출연했던 모든 타입의 광고를 전면 중단했다. 불스원 관계자는 “이병헌이 나오는 모든 광고를 사태가 불거지자마자 잠정 중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모럴헤저드, 도덕성 해이로 병 들어갔던 2014년의 연예계. 이에 철퇴를 든 성난 군중의 함성은 감길 수 없는 양심의 눈이 호소하는 인간의 증명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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