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룡 감독과 Go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공동 연출한 <다이빙벨>이 내달 2일 개막을 앞둔 부산국제영화제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와이드 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상영작으로 선정된 <다이빙벨>에 대해 서병수 부산시장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발언한 것이 불을 지폈고, 시민단체와 영화인들이 성명을 내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10월 2일 개막하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차례 상영되는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다이빙벨>은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다룬 8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다. 알파잠수공사의 이종인 대표가 침몰한 세월호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담겨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말하는 영화라는 것이 <다이빙벨> 측의 설명이다.

<경향신문>은 24일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전을 위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이빙벨>을 상영 안 했으면 좋겠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부국제에 대한 압력 행사는 아니라고 부인했으나, ‘영화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작품 상영 취소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어서 파장이 컸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한 공개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가 <다이빙벨> 상영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거론하며 영화 상영 입장을 고수한 조직위를 ‘안하무인’이라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입장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데 그치거나 새로운 갈등을 일으켜보자는 것이 아닌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토론회 제안 취지를 밝혔으나 서병수 시장에 이은 일종의 ‘외압성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영화단체·시민단체 잇따라 반발… “관객들의 문화향유 결정권 무시하는 태도”

(사)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사)여성영화인모임·(사)한국독립영화협회·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사)한국영화감독조합·(사)한국영화제작가협회·(사)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사)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10개 단체가 모인 영화인 연대는 29일 성명을 내어 부산시의 행태를 질타했다.

영화인 연대는 “공식 초청된 작품의 상영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된 지난 19년 이래 처음 벌어진 초유의 사태”라며 “서병수 부산시장이 <다이빙벨> 상영 중단을 요구한 사실에 대해 한국 영화인들은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영화인 연대는 “부산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조직위원장으로 영화제를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인데 도리어 정치적 이유를 들어 초청작 상영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요구는 영화 관객들의 문화향수 결정권과 판단 능력을 무시하는 전근대적 태도이다. 더부러 전 세계에 한국영화의 발전을 알리고 부산을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상 문화 도시로 발전시켰으며, 그 위상을 정립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 온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국제적 시선과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상영 중단 요구 철회를 촉구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 또한 26일 성명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는 필연적으로 제작자의 주관이 개입하기 마련이며, 관객은 영화를 보고, 제작자의 관점에 동의하기도 하며, 동의하지 않고 설득되지 않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평가나 해석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라며 “영화가 공개되기도 전에 작품을 보기도 전에 섣부른 잣대를 가지고 영화의 상영을 막는 행위야 말로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막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상영하기로 한 영화 상영을 막고 영화 상영이 취소된다면 세계적인 망신거리를 자초하게 된다”며 “표현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라도 보장되어야 하며, <다이빙벨>에 대한 평가와 논란은 영화를 본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우선 영화를 상영하되, 영화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나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 대해서는 후에 이야기를 나누는 게 맞다고 본다. 상영 자체에 대한 허가 논란은 창작자의 권한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상영 후 사실관계의 문제, 정치적 파장에 대해 다양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성숙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일반인 대책위가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세월호 참사는 유가족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의 국가적인 문제이자 시민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당사자들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고 (상영을) 거부한다고 해서 다 제한된다면 문화예술적으로 할 수 있는 시도는 아무것도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다이빙벨>은 10월 6일, 10일 양일 간 부산 CGV 센텀시티와 메가박스 해운대에서 두 차례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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