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승리 이후 순탄대로를 달리던 새누리당이 오랜만에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본회의를 30일로 연기하면서 졸지에 ‘물 먹게 된’ 이완구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했지만 김무성 대표가 이를 반려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완구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은 자연스러웠다. 거의 모든 의원들에게 대기령을 내리고 단독국회를 위해 힘을 집중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사실상 ‘뒷통수’를 맞은 상황이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로서도 사의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당내문제만 생각한다 해도 정의화 의장과 함께 비박으로 분류되는 김무성 대표로선 친박 이완구 원내대표를 곤란하게 만든 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음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당 바깥 상황까지 고려하면 당장 이완구 원내대표가 떠나면 새 원내대표가 신속하게 선출되고 리더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30일 본회의 전까지의 협상의 책임을 자신이 떠안게 된다. 안 그래도 김무성-문희상의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부담이 커지게 된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이완구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특별법이 여야합의 하에 처리될 수 있는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에 미룬 30일이 사실상 ‘마지노선’이라 봐야 할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야당의 제안에 진정성이 있어 미룬다고 밝힌 만큼 다음에도 또 미루기는 어렵다. 새누리당도 두 번 물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유족들도 양해할 수 있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월호 정국은 이제 협상으로는 풀 수 없는 ‘강대강’의 대결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양쪽 모두 부담이 되고, 원하지 않는 그림이다. 새누리당은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탓을 하겠지만, 상황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는지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협상이 늘어지는 것에 대해선 ‘야당 탓’이 그럭저럭 먹힐지라도, 협상이 완전히 파탄나는 상황에 대해선 더 큰 부담을 가지고 집중해야 한다. 유가족에 대한 설득도 새정치민주연합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새누리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서 유가족이 신뢰할 수 있는 조사가 진행될 거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출구가 열려 있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주말에 여야 간에 어떤 물밑 접촉이 있을지를 주목해 볼 수 있다. 김무성 대표와 문희상 대표가 '통 큰 협상'을 이끌어낼지, 이완구 원내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가 다소 쑥쓰럽지만 세 번째 합의을 일구어낼지, 그게 아니면 여야 지도부가 분열하면서 서로 지리멸렬해질지를 지켜봐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사실상 나자빠진 마당에 만약 새누리당마저 나자빠지게 된다면 다음에 남는 것은 청와대 밖에 없다. 청와대와 피해당사자 사이에 아무런 매개가 존재하지 않는 '정치의 실종'을 넘어 '정치의 진공상태'의 상황이 온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눈치가 보이겠지만, 국회가 풀지 못하면 오히려 청와대에 부담이 가게 될 것이라고 설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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