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인간극장-어느 날 갑자기' 편이 거센 논란이 일자 5회를 마저 방영하지 못하고 조기 종영됐다. 외주제작팀장과 외주제작사(리스프로) 대표가 '인간극장' 웹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조기종영에 대한 이유를 밝히고 사과했다.

'어느 날 갑자기' 편은 두 차례 교통사고로 인해 얻어쓴 사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집도 없이 병원에서 만삭아내, 어린 딸과 고된 삶을 살아가는 하지마비 장애인 강모씨 가족의 이야기다. 22일 1회분 방송이 나간 뒤 부부를 잘 알고 있다고 밝힌 이OO 씨가 시청자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 KBS2 '인간극장' 웹사이트 캡쳐
첫 번째 교통사고 때 '병수발로 고생만 한 언니(전 부인)는 단칸방에서 고생하고 살고 있는데, 도박으로 10억원의 보상금과 집까지 날리고 혼인 당시 바람 핀 여성과 재혼해 살면서 뻔뻔하게 방송에 나올 수 있느냐'는 질타의 글이었다.

이모씨의 게시글을 읽은 시청자들은 당혹감과 배신감이 담긴 항의글을 KBS '인간극장' 게시판에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강모씨 가족의 사연이 이미 지난 7월 CBS TV(케이블)를 통해 방영되어 후원금을 받기로 되어 있고 조그만 아파트도 곧 마련할 것이라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인터넷신문이 이를 앞다퉈 보도하게 됐다.

그러나 KBS '인간극장' 관계자는 "제작진에게 검찰과 같은 수사권은 없지만 최선을 다해 사전조사를 마친 사안이며, 조기 종영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한 가족을 생매장 시키려 하는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남은 회차 방영을 중단하라는 목소리에 묻혔다.

결국 이 사태는 마지막 5회를 방영하지 못하고 외주제작사와 KBS 외주제작팀장의 사과로 일단락됐다.

제작진은 첫번째 해명과정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사채와 그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통해 사채의 위험성을 알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라고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심각한 사회 병리가 된 '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알려가고자 하는 노력은 분명 공영방송의 역할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최근 언론 이슈인 고 안재환씨와 부인 정선희씨 사건에 영합하고자 타 방송에 이미 방영된 것만 믿고 검증을 소홀히한 채 서두르다 생긴 문제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현재 인간극장 '어느 날 갑자기' 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수십차례 민원이 접수되어 심의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병순 KBS 신임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같은 시사프로그램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사장이 강조한 이른바 '게이트키핑'이란 정부와 '조중동'을 향한 권력 비판적 프로그램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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