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낮 12시 상암동에 위치한 MBC신사옥 앞에는 ‘기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 피켓이 등장했다. Re-member 0416 서프터즈(이하 리멤버0416)로 활동하고 있는 강영희씨였다. 리멤버0416는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하자는 의미의 활동을 벌이는 단체다. 그동안 광화문을 시작으로 국회의사당, 교육부, 해경으로 시위를 확대해왔다. 그리고 MBC까지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관련 MBC의 보도에 대한 항의다.

▲ 리멤버0416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영희 씨의 모습. 23일 강 씨는 MBC 앞에서 '기자란 무엇인가?'라는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가졌다ⓒ미디어스
“MBC의 ‘광화문 난장판’ 보도를 보고 나왔다”

강영희 씨는 “MBC를 다 모니터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해 MBC가 진실보도를 하지 않아서 이렇게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강 씨는 “그리고 직접적으로 MBC 앞에 나오게 된 계기는 얼마 전 <뉴스데스크>의 ‘광화문 난장판’ 보도였다. 계속 MBC 앞에서 가야지라는 계획만 했었는데 그 보도를 보고 행동에 옮기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MBC <뉴스데스크>는 <광화문 광장 ‘이념 충돌’ 싸움판> 리포트를 통해 “세월호법을 둘러싼 우파와 좌파의 깊은 감정싸움이 불거지면서 서울의 심장 광화문 광장은 난장판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는 “광화문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원칙이 필요하다”는 등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이 일반 시민들의 권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영희 씨는 퇴직 교사로 춘천이 집이다. 서울까지 오가는 거리는 만만치 않지만 강 씨는 세월호 참사 관련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아무런 정치성이 없는 엄마들이다. 집에 있으면 (희생된)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러니 엄마들 스스로 치유를 하러 나온 것이다. 아무 것도 안하면 더 힘드니 거리로 나오는 것이다. 한 어머니가 그러시더라. 자녀가 ‘엄마, 만일 내가 같은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었다고 한다. 해당 어머니는 ‘폭탄을 숨겨가 청와대에 가서 터뜨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답했다더라. 어머니들의 마음은 다 같다. SNS를 통해 서로 논의를 하는데 감옥갈 일이 있으면 내가 먼저 가겠다는 어머니들도 많다”

하지만 이런 마음들이 무참하게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이미 언론에서 정쟁으로 취급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상규명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22일 JTBC <뉴스룸> 설문조사 결과, 42.8%는 찬성이고 42.9%는 반대로 나왔다. 이와 관련해 JTBC 손석희 앵커는 “균형추 구실을 해온 40대에선 49.1% 대 39.6%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찬성 의견이 9.5% 포인트 더 많았다”면서 “대개 40대가 이번에 희생된 학생들의 부모 세대이기 때문에 더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강영희 씨는 “수치가 비슷하게 나온 것”에 대해 “사람들도 안다. 경찰들에도 ‘아버지 아니세요? 다 아시잖아요?’라고 하면 그들도 숙연해지더라”라고 이해했다. 수사권·기소권 부여에 대해서도 “유가족 편이다.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여당은 물론 MBC 등 언론에서 수사권·기소권과 관련해 부정적으로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수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9월 12일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법을 둘러싼 우파와 좌파의 깊은 감정싸움이 불거지면서 서울의 심장 광화문 광장은 난장판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MBC 화면캡처)
“박 대통령님! 모독하지 않고 예의를 갖췄으니 답을 해달라”

강영희 씨는 “우리는 정치적 입장이 없다. 그냥 제대로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우리는 모독하지 않고 예의를 갖춰서 묻는 것이니 답해달라”고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리멤버0416 활동에 대한 자녀들이 지지 또한 높다고 한다. 강영희 씨는 “고1과 고3 딸이 있는데, 모두 홈스쿨러다. 교편을 내려놓은 일 또한 애들을 봐주기 위해서였는데 그 일을 못하고 있다”면서도 “특히, 고3 딸에게는 ‘네가 낳을 아이를 위해 하는 것이니, 시간활용을 잘 해서 공부를 하라’고 이야기하고 나왔다. 그런데 애들이 이런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준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끝으로, 강영희 씨는 리멤버0416 활동에 대해 “과격하지 않고 문턱이 낮다보니 ‘나도 할 수 있겠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많은 참여를 독려했다. 또한 “희생된 아이들이 우리들의 피켓을 보고 통쾌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강영희 씨는 이 같은 1인 시위를 3년 동안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퇴직한 상황에서 제2의 진로를 찾아야하는 입장이지만 사회가 건강한 토대를 갖추고 있을 때, 그 때야말로 제대로 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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