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MBC의 조직적 ‘임금체불’에 맞서 노동자들이 2차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규모는 1차 소송 때보다 커졌고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소송까지 제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지역지부공동)는 23일 오전 11시 상암동에 위치한 MBC 신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판결 무시하는 상습체불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지역MBC 14개사에서 특별상여금(설·추석·체력단련비) 등을 일방적으로 미지급해 민사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 그 결과, 대구MBC 등 4개사 노동자들은 법원으로부터 “상여금은 임금이기 때문에 지급해야한다”는 전원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MBC 중 16개사에서 여전히 상여금이 체불돼 있는 중이다. 또, 지난 추석 연휴에도 특별상여금을 미지급한 지역MBC는 15곳이나 됐다. 4개 지부에 불과했던 소송지부와 인원이 늘어나고 형사 고소(7개 지부)까지 병행된 이유이다.

이성주 본부장, “최후의 결단…형사책임 물을 것”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이성주 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역MBC에서 ‘줘도 되고 안줘도 되는 돈’이라는 명목으로 작년부터 설, 추석 상여 보너스를 체불하기 시작했다”며 “노조와는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 9월 23일 오전11시 상암동에 위치한 MBC신사옥 앞에서 MBC본부(지역지부공동)가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판결 무시하는 임금 체불 해소하라"고 촉구했다ⓒ미디어스
이성주 본부장은 “50년이 넘는 MBC 역사상 IMF, 금융위기 등 숱한 난관을 거치면서도 이런 상황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특히, MBC노조는 임금문제로 회사와 갈등을 크게 겪은 적이 없다.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노조에서 양보하고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에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특별상여금을 주지 않았다. 법원은 ‘상여는 임금’이라는 아주 명쾌한 판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주 본부장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그들은 오히려 ‘임금 체불을 계속하자’는 강경한 어조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며 “그래서 소송대상을 확대하고 7개 지역MBC 사장들에 대해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소송이라는 최후의 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한광 수석부본부장 또한 “지역MBC가 특별상여금을 체불한 이유를 경영난이라고 말하지만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만일, 시장환경이 안 좋은 것은 지상파 전체이다. 그런데 다른 곳 그 어디에도 체불이 있다고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경영난이 문제라면)임금을 체불하기 전에 비상경영에 따른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의 절차가 있어야 했지만 지역MBC들이 가장 먼저 한 행위는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이었다. 경영난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 왜 노동자 임금 체불할까?…노조 흔들기”

김한광 수석부본부장은 유독 지역MBC에서 임금체불이 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배후는 지역MBC의 대주주인 서울MBC”라면서 “자율경영을 인정하지 않고 지역사회를 목줄을 죄고 있는 것이다. 그에 대한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이번 소송의 진짜 이유이다. 서울MBC를 이를 통해 서울과 지역을 나누고 MBC본부(노조) 체계를 흔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은 “MBC가 사법부의 판결도 무시하는 악질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임금은 회사와 노동자들의 약속이다. 단협상에도 나와 있는 약속을 엿장수 맘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MBC가 무슨 이유로 임금체불을 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봤는데, 이유는 명확하다. 노동조합의 순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게 된 신인수 변호사는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상암MBC에 와서 새로운 출발을 격려하고 공정방송을 요구했다”며 “그런데, 공정방송은 대통령이 만드는 것도 아니고 휘황찬란한 건물도 아니다. 공정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은 이 뙤약볕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MBC 구성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정당한 노동대가를 지불하라. 법을 통해 다시 한 번 ‘상여금은 임금’이라는 판결을 확인받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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