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가지, 문준영이 영악한 사람이었다면 적어도 이런 방식으로 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 SNS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곡소리가 될 수도 있다는 힌트와 약속드리겠습니다.” “전 앞으로 그냥 인간답게 남자답게 살겠습니다. 불의를 보면 지나치지 않겠습니다. 제가 괜히 참고 살았습니다. 돌아오는 건 쓰잘데기 없는 욕설폭언과 저를 가둬둔 우울증이었거든요.”

▲ 문준영 © 문준영 트위터
21일 문준영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장문의 호소문을 나눠 올렸다. 종합격투기 선수 다나카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포문을 연 그의 글은 그룹의 멤버 김태헌이 격투기 선수로 데뷔하는 첫날 다나카 선수에게 코뼈에 부상을 입은 일화를 아프게 서술했다.

문장은 담담했지만 중간 중간에 울컥하고 치솟아 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던 문준영의 서두는 그가 전하고자 하는 논지와 일치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동료의 부상을 염려하다 울컥하고 터뜨려진 그의 격한 감정이나 제국의 아이들로서 지난 추억을 회상하며 이 앞으로의 공격적인 이야기가 적어도 같은 멤버를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님을 명시하는 듯했다.

감정이 많이 격해져있었는지 중언부언한 이야기 속에 전하고자 하는 논지를 정확히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정황 묘사가 적어 흐릿한 사진 같은 그 말들이 무엇을 호소하고 싶은 것인지는 어림잡아 짐작이 되었다.

“자 첫 번째로 세상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제가 정말로 믿고 사랑했던 스타제국 신주학 사장님… 떳떳하십니까.” 이미 많은 사건들 사이에서 아이돌의 엔터테인먼트가 그리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우리들에겐 문준영의 횡설수설한 글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도리어 기획사의 부조리와 소속 배우가 받는 부당한 대우 등은 굳이 까뒤집어 보여주지 않아도 상식처럼 인지되어 있는 사실이기에 새삼스레 대중의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었다. 문준영은 그가 남긴 충격적인 폭로들이 세상을 뒤집어 놓을 것이라 예상했겠지만, 대중을 움직일 수 없다면 이번 폭로의 모든 여파는 문준영 혼자 독박을 쓰게 되리라. 끝이 훤히 보이는 싸움을 시작한 소년의 순진한 폭로가 더할 나위 없이 안쓰러웠다.

▲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 ⓒ뉴스1
문준영이 정말 영악한 사람이었다면 멤버들을 꼬드겨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들을 대동하여 모아준 자료를 기자 앞에서 발표하는 사무적이고 이성적인 협공을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문준영은 1인 미디어라는 절대 고독 속에서 오로지 네티즌의 공분에 기대고 있을 뿐이다.

“제가… 부탁드릴게요. 다른 사람들 다른 기획사들 스타제국 편에 서는 순간 저는 그 기획사들 비리까지도 입 열 것이고 자료 공개하겠습니다… 피해보지마세요… 남의 나라 전쟁에 끼는 거 아닙니다. 감당 하실 수 있으면 돈으로 매수하세요. 그거 전문이시잖아요… 다만 이건 현실입니다”

다른 기획사까지 ‘폭로’라는 올가미로 덤벼드는 문준영의 독기를 보며 이 친구 정말 뒷일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나 싶었다.

문준영의 대책 없는 폭로는 그가 원하는 신주학 사장의 공개 망신을 유도할 수는 있어도 동시에 그 또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자유분방한 연예계라지만 이곳만큼 괘씸죄에 민감한 곳도 없고 타사의 이익을 위해 전체가 담합해주는 공간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 애들… 제국의아이들… 내 새끼들이고 나 외동아들이라 외로울 때 내 옆에서 형제 같은 사람입니다… 건드리지 마세요. 제 겁니다. 더 이상은 빼앗지 마세요. 우리 멤버들 그리고 팬들만큼은 제가 지키기 위해서 킬러가 되겠습니다. 하나님아버지 도와주세요. 제발 들어주세요. 좀.”

제국의 아이들은 그룹의 명성보다는 멤버 개개인의 활동만이 부각되는 독특한 시스템의 아이돌 그룹이다. 그래서 이 그룹의 리더, 문준영의 외침이 더 가슴 아렸다. 잃을 것이 많은 나머지 멤버들에 비해 그가 잃을 것은 오로지 멤버들간의 신의뿐이기 때문이다.

▲ 문준영이 소속사를 비판했다가 하루 만에 화해해 누리꾼들이 황당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문준영 트위터
일체의 계산 없는 문준영의 순진한 폭로가 구슬프다. 혹여 그의 멤버들이 각자의 이기를 찾아 자신에게 돌아서 공격하는 최악의 결과만은 초래하지 않기를. 신을 찾으며 빌고 또 비는, 저주 받은 리더 문준영의 외침이 안타깝고 또 아프다. 결과가 훤히 보이는 투쟁이라지만 그의 바람대로 최소한 남은 멤버들만큼은 그의 편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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