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사람을 보고 순정만화의 한 페이지를 찢고 나온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 때론 가진 재능이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사람이 있다. 이를테면 박태환 같은 사람 말이다. 데미지와 핸디캡을 불사하고 세계무대의 내로라하는 동료 선수에게 존경과 시기를 동시에 받는 사람. 스포츠 만화를 따로 볼 필요가 없다.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전에서 동메달의 결실을 얻은 박태환은 빨간 레일 앞에 서서 2위의 쑨양을 바라보며 탄산수보다 더 산뜻한 박태환표 스마일을 지어보였다. “기록이 안 나와서 아쉽고, 남은 경기도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의 기록은 1분 45초 85로서 3회 연속 우승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금보다 더 값진 동메달을 얻었다. 싱그럽게 웃으며 오히려 국민들을 격려하는 박태환의 의젓함에 관중들 또한 아쉬움을 덜어낸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 '마린보이' 박태환이 21일 오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수영 경영 자유형 200m 결승에서 3위를 기록, 2위 중국 쑨양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박태환은 국민 여동생인 김연아와 더불어 ‘국민 남동생’으로 호명당하는 사람이지만 과연 국민이라는 칭호를 붙일 받을 만큼 그가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한국 역사상 다시없을 수영 천재가 탄생했음에도 정부와 협회의 지원 사격은커녕, 대한수영연맹이 수영 영웅을 푸대접한다는 수치스러운 기사가 외신으로 보도될 지경이었다.

박태환은 런던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기록하며 5천만 원의 올림픽 포상금이 책정되었으나, 박태환의 의향과는 관계없이 다이빙 유망주의 국외 전지훈련 비용으로 탕감하려 했던 수영연맹 측의 강압으로 무려 9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려서야 해당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에도 소위 윗선에 눈에 든 ‘괘씸죄 적용’으로 한동안 박태환은 공정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선수 혼자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최악의 환경에서 힘겨운 훈련을 이어갔다.

뉴스Y에서 취재한 중국 선수 쑨양과 우리나라의 선수 박태환의 극과 극의 빈부격차 현장은 이 다시없을 수영 천재가 국가에서 어떤 지원과 대접을 받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예선이 끝나고 결선을 준비하며 선수촌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동 차량을 찾는 박태환의 얼굴은 먹구름이 가득 끼어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쏟아져 나온 300여 명의 선수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그들을 수송해야 할 버스는 도착하지 않았던 것이다. 같은 날 또 다른 시합을 준비해야하기에 한시라도 바삐 스케줄을 진행해야 할 박태환과 선수들의 초조함이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기본적이고 사소한 지원마저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인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야, 우리 저 앞으로 가야돼. 버스 타려면.”이라는 박태환의 소박한 멘트가 참으로 가슴 아렸다. 그와 대비되게 쑨양이 나오기도 전에 대기하고 있던 고급 승용차를 보고 있으니 더 참혹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이제 7시간 뒤면 결승을 시작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준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 많은 선수들을 통제할 진행 요원조차 갖춰져 있지 않아 300명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버스에 몰려들어 비명과 아우성 속에 상황은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선수들이 크게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이제 막 중요한 시합을 앞둔 선수들을 어떻게 이런 상태로 내팽개쳐 두는지를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 21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200m 시상식에서 선 한국의 박태환. ⓒ연합뉴스
경기가 끝난 후 박태환은 인터뷰를 통해 경기장에 찾아온 많은 분들에게 아쉬운 경기를 펼쳐서 미안하다고 또한 많이 응원해주신 보답을 해드리지 못해서 또 미안하다는 거듭된 사죄의 말을 전했다. 그 미안하다는 한마디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도리어 송구스러운 기분이 들었던 것은 필자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183cm의 키, 270mm의 발 크기. 세계무대에서 큰 몸체의 선수들을 상대하기에 데미지가 될 수밖에 없는 신체 구조. 그럼에도 자신보다 월등한 신체를 가진 해외 선수들을 위압하는 실력을 가진 살아있는 스포츠 만화 박태환.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 감동을 전하는 그의 경기가 올 한해도 즐겁고 쾌활하게 마무리될 수 있길 고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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