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이변이 발생했다. 원조가수가 모창가수 앞에 무릎을 꿇고 자존심을 구기고 말았다. 지난 시즌2에서 조성모와 신승훈이 탈락한 이후 세 번째이며, 이번 시즌에서는 최초로 중도탈락자가 발생한 것이다. 비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소녀시대의 리드보컬 태연이다.

지난 20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3>에는 올해로 데뷔 7년차를 맞이한 국민 걸그룹 소녀시대의 태연이 원조가수로 나섰다. 태연은 "오디션에도 떨어져본 적 없다"며 자신감을 내보였고, 제작진은 "'나가수'를 고사한 태연이 '히든싱어'를 선택했다"며 그녀의 출연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시즌3까지 이어지는 동안 걸그룹 멤버가 출연한 것은 최초일 만큼 태연의 출연은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날 태연은 2라운드 만에 탈락을 맞이하며, <히든싱어3> '태연편'을 김빠지게 만들고 말았다. 프로그램 특성상 원조가수가 중도 탈락하면, 프로그램의 긴장감과 감동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날 태연은 1라운드 후 '가장 태연답지 않은 사람'을 고르는 투표에서 12표를 얻으며 무난한 출발을 알렸다. 문제는 2라운드였다. 2라운드 무대는 태연의 솔로곡이 아닌 소녀시대의 단체곡 '지(Gee)'가 미션곡으로 주어졌다. 소녀시대 9명이 부르는 노래에 익숙해있던 게스트와 방청객들은 태연이 혼자 부르는 'Gee'가 익숙지 않았고, 자신의 파트가 아닌 다른 파트를 부른 태연은 결국 가장 많은 표를 받으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Gee'는 평소에 저한테 굉장히 어려운 노래다. 솔로곡도 아니고 다른 파트를 불러 낯설었다"는 태연의 고백처럼, 그녀에겐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었던 셈이다. 특히 댄스곡의 경우 가수 본인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어렵고 코러스가 귀를 현혹시키는 만큼, 태연을 맞추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2라운드가 끝난 뒤 대부분의 연예인 게스트는 표가 갈렸고, 그나마 소녀시대 멤버 정도만 진짜 태연을 맞출 수 있었다.

태연이 탈락했던 2라운드 '지' 선곡에 대해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그래서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태연은 OST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히트한 솔로곡이 많은 가수인데, 굳이 단체곡을 부르게 해 혼란을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를 비롯해 소녀시대 노래들 대부분은 멤버들이 서로 번갈아 부르며, 특정 부분에서는 '떼창'을 하는 등 특정 개인의 목소리가 부각되는 곡은 아니다. 소녀시대 멤버들조차 "태연이 부르는 '지'의 완곡을 들어본 적 없다"고 했을 정도다. 게다가 태연을 비롯해 도전자가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계속 기본 MR에 녹음되어 있는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가 깔려 방청객을 더욱 헷갈리게 만들었다.

또, 총 4라운드가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 태연의 솔로곡은 1라운드와 4라운드 단 두 번 선정됐다. 태연과 도전자들은 2라운드에서 소녀시대의 '지', 3라운드에서는 태티서의 '트윙클'을 불러야했다. 2라운드를 통과했다하더라도, 3라운드 역시 태연에게는 고비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대중에게 익숙한 원조가수의 '보컬'을 찾는 게 <히든싱어> 본연의 무대였다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이번 '태연편'은 분명 선곡에 있어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는 방송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날 태연의 탈락을 단지 선곡의 실수로만 바라보는 것도 문제는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히든싱어>에서 미션곡으로 주어지는 노래는 대부분 그 가수의 정체성을 설명하거나 그동안 가장 인기 있었던 곡 위주로 짜여지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친숙한 음악과 그 가수의 'history'가 담긴 노래를 불러야 그 재미와 감동은 배가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녀시대 태연은 걸그룹 멤버라는 명확한 한계를 갖는다. 대중에게 친숙한 그녀의 노래는 대부분 소녀시대 단체곡이 주를 이루고, 대표 솔로곡의 경우에도 '드라마 OST'를 제외하고 나면 떠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태연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 보컬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드라마 OST'만 연달아 불러야 하는데, 그랬을 경우 소녀시대와 함께 태연이 걸어온 지난 7년간의 발자취는 부각될 수 없다.

<히든싱어>는 원조가수와 모창가수 사이에서 원조가수를 찾는 배틀 형식을 띠고 있지만, 결국에는 그 가수의 노래와 인생을 재조명하고, 나아가 팬과 가수의 만남을 통해 노래로 하나되는 감동을 안겨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소녀시대 태연은 분명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직 본인만의 'history'로 시청자에게 감동을 안겨주기에는 부족하지 않나 싶다.

결국, 이날 <히든싱어3>에서 태연이 탈락한 것은 선곡의 문제라기보다는 섭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간 <히든싱어>에서 역대급 무대라고 평가받았던 가수들은 단지 모창능력자의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노래에 담긴 가수와 팬의 특별한 추억이 울림을 만들어내고, 나아가 방청객과 시청자에게 노래로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보다 섭외와 선곡에 신경 쓰는 <히든싱어>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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