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일상에 스며든 공기와도 같아서 매회 충격을 전하지는 않는다. 그랬다가는 심장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하물며 아마추어의 목소리가 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결과물이야 오죽할까. 더군다나 언제 적 슈스케(슈퍼스타K)인가. 너도나도 달려들었던 서바이벌 쇼의 신드롬이 사라지고 나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상님 같았던 슈퍼스타K조차 초라해 보이는 이 시점에, 새삼스레 전신에 충격을 줄 멜로디가 탄생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떤 음악은 감동을 뛰어넘은 환희가 되고 일상의 무료함을 강타하는 충격적 영감으로 자리 잡힌다. 그런 몇 년에 한 번도 겪기 어려운 경험을 아마추어들의 데뷔 무대 ‘슈퍼스타K’에서 겪었으니 아니 놀랄쏘냐. 오마주와 콜라보가 뒤섞인 아마추어 그룹 ‘벗님들’은 7-80년대의 그룹사운드 ‘이치현과 벗님들’의 당신만이를 환상적인 하모니로 리메이크하여 극찬을 받았다.

당신만이의 완성도가 놀라운 까닭은 이전 슈퍼스타K의 밴드 참가자, 버스커버스커나 울랄라세션처럼 이미 완성된 상태의 그룹이 아닌, 콜라보레이션 미션이라는 숙제 아래 심사위원의 재량껏 선출된 인스턴트 그룹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인 대 개인의 대결이 아닌 공동 작업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냈다. 벗님들의 당신만이는 각자의 목소리 이전에 세 사람의 하모니가 무엇보다 돋보이는 무대였다.

꽤 좋은 평가를 받고 물러났던 라이벌 팀의 무대. 이후 장엄한 효과음과 함께 등장한 세 사람이 바로 벗님들이었다. 깁스를 한 다리로 스탭의 부축을 받고 있는 임도혁과 그저 착한 청년으로만 보이는 김필, 곽진언의 조합은 앞 팀의 재기발랄함에 묻혀 밋밋하고 불안정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팀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네.”라는 윤종신의 의문을 “만점!”이라는 이승철의 찬사로 완성된 그들의 무대는 콜라보레이션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신뢰 가득한 눈빛으로 곽진언을 바라보는 두 사람과 그런 둘을 자상하게 미소 지으며 마주 보던 곽진언이 고개를 끄덕이고 시작한 벗님들의 무대. 곽진언의 손끝으로 탄생한 사근사근한 기타 멜로디와 달달한 허밍을 발판 삼아 무대를 울리는 임도혁의 내공이 느껴지는 목소리에서 이미 이 팀이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음을 직감했다.

명확히 말하자면 세 사람의 목소리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갖고 있어 쉽게 융화되기 어려웠을 테다. 그럼에도 이질감 없이 부드럽게 섞이고 융화되었으며 하나하나의 매력을 묻어두지 않고 빠짐없이 드러냈다. 그것은 세 사람 중 누구 하나 자신만의 이기에서 머물지 않고, 당신만이 빛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채였기 때문이다.

나얼의 소울이 느껴지는 임도혁의 통 큰 울림과, 기교 다룸이 능수능란해 부드러우면서도 살살 긁는 매력을 가진 김필의 트랜디한 보이스. 하나하나가 가능성이 엿보이는 능력자들이었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돋보였던 것은 내가 무대의 조연이 되어야 할 때 욕심을 부리지 않고 기꺼이 타인을 비추는 빛이 되길 마다치 않았던 허밍이라는 이름의 배려였다.

특히 승천할 기세로 한껏 찌르며 분위기를 고조시킨 김필, 임도혁의 보컬이 잦아들자 작은 침묵 사이를 파고든 곽진언의 심금을 울리는 저음. 심사위원 윤종신은 “두 사람의 목소리에서 감동이 확 왔다가 진언이 저음 딱 들어갈 때 확. 저음이 주는 감동 있죠? 옥타브 아래로 노래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정말 좋았어요.”

벗님들의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은 곽진언의 온화한 프로듀싱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벗님들 팀은 듣는 만족 이상으로 보는 만족 또한 월등한 그룹이었는데 그것은 아이돌처럼 잘생긴 미남자들이라서가 아니라, 무대를 즐기는 세 사람의 행복한 얼굴을 보는 맛이 있어서였다. 그것은 경쟁이 아닌 세 사람의 화합된 목소리를 즐기는 궁극의 만족감에서 얻을 수 있는 얼굴이었다.

둔감한 필자 또한 이토록 격한 감동을 받았는데 귀가 예민한 프로 가수들이야 오죽했을까. 연신 미간을 움찔하며 흐뭇해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윤종신. 검은 안경으로 눈을 가렸지만 그 누구보다 감정에 솔직한 남자 이승철의 환호.

눈물을 매달고 팔등의 소름을 쓸어보는 백지영. 그리고 튈 수밖에 없는 목소리를 가졌으면서도 주연이 되어야 할 때와 조연이 되어야 할 때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행복한 얼굴로 배려를 마다치 않은 임도혁의 협동심을 칭찬한 김범수의 마무리는 콜라보레이션 미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일깨워주는 마무리가 되었다.

이번 콜라보레이션 미션에서 필요했던 것은 통솔자의 권위나 개개인의 욕심이 아닌 화해와 격려에서 빚어지는 배려와 신뢰라는 것을 벗님들을 통해 깨달았다. 슈퍼스타K, 아니 오디션 역사상 두 번은 나올 수 없을 무대였다. 이 온화한 괴물들이 만들어낼 다음의 무대가 몹시나 기다려지는, 그래서 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슈퍼스타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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