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코 사장 임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곽성문 전 새누리당 의원이 과거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의 프락치로 활동했었다는 이유로 내정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청학련계승사업회(공동대표 이철·장영달·최민화)는 20일(토) “중앙정보부 프락치 곽성문씨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내정을 규탄한다”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공석이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에 곽성문 전 의원이 유력할 뿐 아니라, 조만간 임명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긴급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해당 단체는 박정희 유신 독재에 항거해 투쟁해왔다.

“곽성문, 유신독재에 항거하던 학생들 밀고”

▲ 2005년 한나라당 곽성문(대구 중.남구)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골프장 맥주병 투척사건'과 관련,동료들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청학련계승사업회는 곽성문 전 의원에 대해 “과거 행적으로 보아 공직을 수행하기에 대단히 부적절한 윤리적 결함을 가진 인사”라고 주장했다. 곽성문 전 의원은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 현 국정원의 프락치 활동을 했었다는 주장이다.

민청학련계승사업회에 따르면, 곽성문 전 의원은 1974년 인혁당-민청학련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서울대 문리대 학생회장을 지냈다. 당시 곽성문 전 의원이 중앙정보부의 프락치로 활동하며 유신독재에 항거했던 학생들을 밀고하고 군법회의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 증언을 하며 공안사건 조작에 협력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곽성문 전 의원은 “유신 타도에 앞장서겠다, 감옥에 가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학생회장에 출마해 당선된 직후 중앙정보부 국장급 고위간부를 찾아가 대학가의 유신 반대운동에 대한 정보를 자진해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곽성문 전 의원은 대학 후배인 문국주 씨를 유인해 경찰이 체포할 수 있도록 도왔을 뿐 아니라 검찰 측 증인으로 군법회의에 출석해 이들이 ‘공산 폭력혁명을 기도했다’고 허위 증언을 했다.

당시 곽성문 전 의원의 주장이 ‘거짓’이었다는 것은 향후 재판 결과가 확인해줬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곽 전 의원이 법정에서 빨갱이로 지목한 강창일 의원과 황인범 선생은 최근 무죄가 확정됐다.

인혁당 등 무죄판결났지만…‘거짓증언’한 곽성문 씨는 승승장구

그렇지만 당시 중앙정보부의 프락치로 활동했던 곽성문 전 의원은 그 후, 승승장구했다. 곽 전 의원은 인혁당이라는 공안사건 조작에 협조한 공로를 인정받아 중앙정보부 추천으로 MBC에 특채로 들어갔다. 그 후, 곽성문 전 의원은 MBC 경력을 발판으로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대구에서 당선됐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곽 전 의원은 2005년 6월 대구 지역 경제인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정치자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맥주병을 던지는 추대를 벌여 당시 한나라당 홍보위원장과 대구시당 수석부위원장 직에서 물러났다.

그렇게 정치인생이 끝날 것 같던 곽성문 전 의원은 201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당내 입지를 확대시켜갔다. 지난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는 김무성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하기도 했다. 이 결과 곽성문 전 의원은 단숨에 코바코 사장의 유력 후보로 발돋움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청학련계승사업회는 “곽성문 씨가 민주화 운동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프락치 행위와 허위 증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성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박근혜 정권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는 곽성문씨를 코바코의 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방송광고 배분을 통해 언론을 확고하게 장악하려는 음모적 발상이라고 단언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청학련계승사업회는 박근혜 정권을 향해 “공기업인 코바코를 논공행상용 전리품으로 취급해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즉각 중지하라”며 “박 정권은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역사를 박정희 유신정권 시대로 되돌리려는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행동을 지속 반복적으로 자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곽성문 씨의 코바코 사장 내정은 지엽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군사독재에 협력한 부역자들이 득세 하는 정치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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