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인천외고편이 시작되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연예인들이 고등학생으로 다시 돌아가서 학생들과 똑같이 학교생활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말만 들어도 몸서리가 쳐지는 그런 프로그램으로 ‘진짜 사나이’가 군대를 두 번 가게 만든다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고등학교를 두 번 가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성동일, 윤도현, 남주혁, 오상진, 허지웅, 강남이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갔고, 허지웅의 등장에 시청률도 5%까지 치솟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보는 주시청층은 누구일까? 아마도 고등학생을 제외한 모든 시청층일 것이다. 출연진의 연령대를 보면 주시청층을 알 수 있다. 40대 성동일과 윤도현, 30대의 오상진과 허지웅, 20대의 남주혁과 강남 등 20대~40대가 주시청층인 것이다. 학교로 돌아간 연예인들을 보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학창시절로 회귀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앞으로 더 승승장구할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관전 포인트를 ‘놈놈놈’을 통해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나쁜 놈, 학교 비평가 허지웅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순응이 아니라 비평이 필요하다. 비평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실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필요한데, 그에 걸맞은 캐릭터가 바로 허지웅이다. 요즘 고등학교들을(언제나 그렇긴 했지만) 보면 정말 숨 막힐 정도다. 고등학생들의 목표는 대학입학, 하지만 대학의 목표는 취업이다. 취업을 많이 시킨 대학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고, 수많은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다시 고3이 되어 스펙 쌓기에 캠퍼스 낭만은 버린 지 오래다. 취업 시스템에 맞춰서 대입 시스템도 바뀌어갔다. 취업을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준비를 하는 셈인 것이다. 영어유치원-사립초등학교-국제중-자사고, 특목고로 이어지는 1년에 수천만 원씩 들어가는 악순환의 교육 장벽, 이런 현실을 바꿀 수는 없어도 문제를 지적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간 멤버들은 학교에 순응하기에 바빴다. 다시 학생 모드로 급격히 돌아가는 것이다. 반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기 시작한 것은 허지웅의 등장부터였다. 비평가 허지웅이 학교에서 날릴 독설들이 기대된다. 교복을 정장화시킨 허지웅의 학교생활은 마치 사회생활을 하는 듯 했다. 연예인 중에 그래도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허지웅은 첫날 모든 동료 연예인들을 찾아가 인사를 하면서 시작하였다.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생존 비법은 공부가 아니라 예의와 겸손인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오자마자 본 주초고사에서 수학 시험을 보자 짝궁에게 속삭이는 말로, 사회 나오면 수학 안 쓴다며 독설을 날렸다. 직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고등학교 때 배운 수학을 몰라도 사회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수학이 온 일상에 깔려 있긴 하지만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수학을 위한 수학을 배우기에 날린 독설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허지웅이 학교 체계에 대한 어떤 비평을 할지 주목하며 본다면 더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을 것이다.

2. 좋은 놈, 학교 순응자 오상진

오상진의 투입이야말로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다. 보통 연예인들이 학교로 가면 공부를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근데 오자마자 바로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수험생이 있으니 바로 오상진이다. 오상진은 연대 출신에 언론고시까지 합격한 수재다. 비록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되긴 했지만, 학교 시스템에 최적화된 스타일이다. 오상진이야말로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난 것 같다. 나혼자 산다를 할 때만 해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딱 맞는 것 같다.

등교하자마자 교실을 둘러보며 정보를 얻고, 주초고사를 준비하고, 영어듣기평가는 외고 학생들을 제치고 만점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영어도 잘하고 중국어까지 잘하는 오상진. 이건 마치 외고 학생이 전학 온 모습이다. 생각해보면 외고 학생들 중에서도 공부를 잘해야만 연대에 갈 수 있으니 오상진이 외고에 잘 적응하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물 만난 고기 같은 오상진의 활약,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의 눈치작전 또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보는 시청 포인트가 될 것 같다.

3. 이상한 놈, 학교 부적응자 강남

이상한 놈이 나타났다. 아이돌 그룹 엠아이비의 강남. 엄마는 한국인이고, 아빠는 일본인인 강남은 일본에서 살다가 하와이에서도 살았다고 한다. 한국에 온 지는 4년이 되었고, 한국어도 제법 한다. 그런데 마인드는 완전 외국인이다. 마치 비정상회담에 나와야 할 듯한 캐릭터인 강남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다크호스다.

수려한 외모와는 달리 톡톡 튀는 행동으로 주목받는 강남. 오자마자 친구들과 통성명을 하고,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모습이나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사고치고 다니는 모습은 마치 ‘진짜 사나이’의 헨리를 보는 느낌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 같기도 하고, 학교의 답답함을 허지웅처럼 독설로 비평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모습으로 자유로움을 찾아줄 캐릭터일지도 모르겠다.

원래 가장 위험한 사람은 체제를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체제의 범위를 벗어난 사람이다. 우리가 정해놓은 범주의 밖으로 나가는 사람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강남은 그런 캐릭터이고, 새로운 학생의 개념을 가지고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고이니 일본어와 영어도 잘할 것이고, 이상한데 공부는 잘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면서 현재 교육 시스템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재조명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을까 기대된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실제로 일주일간 연예인들이 학교에 등교하면서 수업을 듣고 학교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벌써 10회가 진행되었는데 이번 인천외고편은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기대되는 이유는 학교별 특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문계 학교에서의 체험, 실업계 학교에서의 체험, 여고에서의 남자 연예인들의 체험 등 다양한 소재들을 끌어낼 수 있고, 꼭꼭 숨겨져 있는 거대한 감옥 같은 학교를 미디어를 통해 오픈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프로그램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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