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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유가족 이간질시키는 언론… 직접 카메라를 들다[인터뷰] 세월호 유가족들이 만드는 416 TV 제작팀
김수정 기자 | 승인 2014.09.20 12:09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 북 콘서트가 열렸던 18일 저녁, 북 콘서트가 끝난 후 대부분의 언론이 자리를 뜬 반면, 여전히 광장을 지키며 노트북 앞에서 바삐 손을 놀리고 카메라를 잡고 촬영하는 이들이 있었다. 지난 8월 초부터 유가족들의 국회 본청 농성 생중계를 시작으로 유가족들이 있는 현장 상황을 전하는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는 416 TV(페이스북 바로가기, 유튜브 계정 바로가기)다. <미디어스>는 18일 저녁 9시 30분 광화문 광장에서 416 TV 제작팀을 만나 유가족들이 직접 카메라를 잡게 된 이유를 물었다.

주변의 도움 속, 어느새 ‘멀티플레이어’가 된 유가족들

416 TV는 유가족들의 일일 리포터 활동 등 그때그때 참여를 받으면서 외연을 확장해가고 있지만, 네 명이 중심이 되어 돌아가고 있다. 2학년 5반 고 박성호 학생 누나 박보나 씨, 2학년 6반 고 김승환 학생 이모 김은혜 씨, 2학년 1반 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 등 유가족 세 명과 단원고 졸업생인 최승원 씨가 그 주인공이다.

   
▲ 416 TV 제작팀이 손으로 4, 1, 6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박보나 씨, 김은혜 씨, 최승원 씨, 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 (사진=미디어스)

국회에서 유가족들이 농성을 하고 있을 때 처음 동영상을 올렸다는 문지성 학생 아버지는 카메라 사용법을 언제 배웠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서 배웠다”고 답했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뜻을 모른 체하며 침묵을 지켜온 정부 덕에 카메라를 잡게 됐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방송은) 기자들이 더 못하니까…”라는 말에 분위기는 금세 숙연해졌다.

단원고 졸업생인 최승원 씨는 416 TV 제작팀에 오기 전부터 단원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기획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해 왔다. 최승원 씨는 “사고 초기에 진도에 내려갔었는데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이제까지 울었던 것보다 그때 더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때 ‘이건 내 인생을 전환하는 사건’이라고 느껴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세월호 관련해서 뭔가 도움 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휴학을 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몸도 마음도 힘들어 광화문 광장에 나와 볼 생각조차 못했다고 털어놓은 김은혜 씨는 천주교 신자로서 매일 열리는 거리미사에 참여하다 박보나 씨를 자주 보게 됐다. 416 TV를 꾸리며 고생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도움이 되고 싶어 직장을 다니면서도 416 TV와 함께하고 있다. “막연하게 뛰어들었는데 여기저기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는 김은혜 씨는 현재 416 TV의 공식 리포터로 활약 중이다.

제대로 된 정규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안산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기록위원회 김종천 사무국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으로 방송을 해 나가고 있다. 기계 다루는 일이 만만치 않을 텐데 실수한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박보나 씨는 “매일 실수를 한다”고 멋쩍게 웃었지만, 사실 416 TV 제작팀은 멤버 전원이 리포터, 카메라 기사, 방송 송출 담당, SNS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세월호 진실을 알고 싶다는 유가족 앞에서, 카메라를 꺼 버린 언론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 학생의 누나인 박보나 씨는 “워낙 불리한 일들이 많았다. 모두들 카메라를 들이밀고 촬영했지만 TV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며 “세월호를 대상으로 하는 보도도 줄고,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내보내지 않고 왜곡해 언론에서 국민과 세월호 유가족을 이간질시키는 역할을 하는 걸 보면서 너무 답답한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건강 악화로 긴급 후송된 지난달 22일, 이를 취재하기 위해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든 모습 (사진=미디어스)

박보나 씨는 한 예로,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40일 넘게 단식을 하다가 병원으로 후송됐을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박보나 씨는 “유민이 아버님 단식 중단하고 병원 입원했을 때, 많은 기자들이 모인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 세월호 관한 진실을 알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 했다. 그런데 TV에 그 얘기는 안 나왔다. 얘기를 시작하니 모든 언론들이 카메라를 끄더라”고 말했다. 놀라서 ‘카메라를 껐다고요?’라고 재차 물으니 “네. 카메라를 껐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찍어가는 장면조차 방송되지 않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언론에게 바라는 것은 아주 소박하다. ‘있는 그대로만 보도하는 것’, 그뿐이다. 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는 언론에 대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입을 열었다.

“같은 그림을 놓고도 앵커가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 10명 100명 정도는 죽였다 살렸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앵커들이 말을 할 때 어떤 기관이나 정부나 어떤 특정인 쪽에 넘어간 채 말하면, 말하는 내용의 성격 자체가 한쪽으로 넘어간다면 이미 방송으로서의 보도기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는 “여야에 똑같은 방송시간을 내 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말에 대한 신뢰를 양쪽 똑같이 다뤄줘야 한다는 말이다. 주장하는 것을 고르게 내보내서 판단은 보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 그게 언론이 해야 할 일”이라며 “우리 416 TV가 그 사람들(언론)보다 나은 점은, 대한민국 어떤 언론도 갖지 못한 ‘리얼’, 진실 이전의 ‘사실’을 보도한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통령 모독은 국민 모독이라는데, 우리는 국민이 아닌 건지…”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은 자신의 결단 사항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2차 합의안이 마지노선이 되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까지 정해준 일이 있었다. 그렇잖아도 ‘난국’인 상황에 대통령이 최후통첩을 내린 셈이다.

박보나 씨는 “대통령을 모욕하는 게 국민 전체를 모욕하는 거라고 했는데 사고 이후에 (정부여당은) 유가족들은 종북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하고 진짜 유가족을 유가족 아닌 것처럼 만들기도 하고 유민이 아버님을 공격하기도 했다”며 “우리는 국민이 아닌 건지 되게 많이 분노하게 되더라. 그들은 우리를 정말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는 “유가족들은 초반에 집회조차 잘 나가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 죽음이 정치적으로 휘말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당, 야당 어느 편도 아니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재발방지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외쳐왔던 것”이라며 “유례없는 사건, 특별한 사건은 특별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전했다.

그는 “참사를 회복하는 과정을 대통령이 국회의원에게 넘기는 게 아니라, 청와대 문을 나와서 지성이 아빠, 성호누나 손잡고 조사할 기관에 가서 유가족들에게 ‘뭐가 궁금하십니까’라고 한다면 ‘죽을 때까지 대통령하시라고 무릎팍에 굳은살 박히도록 호소하고 다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찬물 끼얹기’에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움직임은 계속될 예정이다. 거점을 국회로 옮겼으나 광화문, 청운동, 국회에서의 유가족 농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19일 오후 향후 사업계획을 발표, “국민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416 TV 역시 세월호 유가족 속으로 파고드는 방송을 만드는 데 힘쓸 계획이다. 어제(19일)는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을 맞아 인천에서 벌인 서명운동과 홍보활동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추석 전까지 유가족이 만드는 416 TV는 국민들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촛불행사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금부터는 유가족의 TV, 가족 속으로 들어가고 또 청와대 담벼락을 넘어볼 수 있는 TV, 진도의 아픔과 적막함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유가족 TV로 거듭날 것이다. 유가족들이 하는 행사는 당연히 가겠지만, 큰 행사는 다른 모든 언론들이 따라가지 않나. 사고나 난 지 5개월째인데도 길바닥을 헤매는 우리 유가족들의 뒷모습을 찍을 것이다. 뭘 감추고 싶어도 기술이 없어서 감출 수 없기 때문에 (유가족들을) 사실 그대로 담아내려고 한다”

   
▲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 북 콘서트'가 끝난 18일 저녁, 생중계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416 TV 제작팀 (사진=미디어스)

   
▲ 단원고 2학년 1반 문지성 학생 아버지가 2학년 3반 지숙이 어머니의 편지를 낭독하는 배우 윤가현 씨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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