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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정권이 오히려 국민 학대!”[인터뷰] 유모차부대 카페 회원 ‘지구인’
송선영 기자 | 승인 2008.09.25 19:26

“집회에 안 나오는 게 오히려 아동학대라고 생각한다. 부당한 것에 대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동학대로, 오히려 정부가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한 행동이 ‘학대’ 수준이다. 이런 정부가 아동을 지칭해서 학대라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강경했다. 유모차부대 카페((http://cafe.daum.net/Umom) 회원인 ‘지구인’(닉네임)은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을 두고 어떻게 ‘아동학대’라고 할 수 있으며, 경찰은 이런 엄마들을 향해 어떻게 수사를 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아동학대’ 논란과 관련해 “잘못된 것을 고쳐달라는 것을 어떻게 학대라고 표현하느냐”면서 “명박산성에서 드러나듯, 정부와 소통이 막힌 상태에서 우리들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있었고, 거리로 나왔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라고 하는 비난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지난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아무런 자유 의지가 없는 아이들을 시위에 끌고 온 것에 대해서 아동복지법의 학대 행위로 한 번 재판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아동학대죄 부분 적용 여부는 면밀히 법률적 검토를 해보겠다”고 답한 바 있다.

“유모차부대 엄마들, 어 청장 발언 듣고 콧방귀…우린 극성스럽고 깐깐한 엄마들”

   
  ▲ 지난 23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유모차부대 강압수사 항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지구인’(닉네임)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송선영  
그는 유모차부대 엄마들 대부분은 어 청장의 발언을 처음 접했을 때 “대부분 비웃었고 콧방귀를 뀌었다”며 “어 청장이 무슨 의도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길을 다니면서 재협상을 외치고, 광우병 위험성을 알리던 행동이 어떻게 아동학대가 될 수 있냐는 주장이다.

“우리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공권력까지 들이대는 어 청장은 정작 ‘아동’ 개념조차 모르는 양반이다. 유모차부대 엄마들이 데리고 다니는 아이들은 취학 전 아이들이 대다수로 만 6살 이하까지는 ‘영유아’라고 불러야 한다. 제발 공부부터 하시고 말씀을 하시라.”

그는 유모차부대 엄마들을 “극성스럽고 깐깐한 엄마들”이라고 표현했다. 100일이 지난 어린 아이에게 당장 이유식을 먹여야 하고, 쇠고기가 이유식의 재료로 흔히 사용되는 만큼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주장하는 엄마들이라는 것이다. 그토록 ‘제 자식 사랑이 극진한’ 유모차부대 엄마들에게 대고 아동학대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다.

“내 아이의 먹을거리 안전을 위해 나온 엄마들이다. 엄마들 대부분은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집회 중간 중간마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줘야했고, 일부 엄마들은 모유수유를 해야 했기에 장시간 집회를 이어가지 않았다. 길어야 10분 정도 걷다가 다시 멈추고, 이런 식의 행진이었다. 사실 행진다운 행진, 하지 못했다.”

그의 유모차부대 활동은 아주 우연한 기회로 시작됐다.

그는 입양가족으로 입양에 대한 글을 쓰면서 ‘반편견 운동’을 하던 중, 우연히 육아카페에서 광우병 문제를 알게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언론에서 보도가 되긴 했지만 직접 생활에 영향을 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광우병 관련 글을 보고, 조금씩 공부를 하면서 너무 기가 막혔고, 놀랐다. 그래서 유모차부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조중동이라는 말 촛불집회서 처음 알아”

촛불집회는 그를 변하게 했다. ‘조중동’이라는 단어도 촛불집회에 참가하면서 처음 들을 정도였던 그는, 집회 참가 전에는 정치나 사회에 전혀 관심 없었다. 사회 참여는 독거노인, 장애인 봉사 활동이 전부였다.

그는 “내 자식이 무방비 상태에서 광우병 쇠고기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덜컥 눈물이 났다”며 “일반 가정에서도 한우를 먹이기 힘든데 학교 단체급식에서는 오죽하겠느냐”고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위험한 촛불집회 현장에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촛불집회는 명박산성이 쌓아지기 전까지만 해도 위험하지 않았고 당시에는 시청광장도 열려 있었다”며 “유모차부대 엄마들은 보통 낮에 집회에 참석해 길어야 저녁 8시까지 현장에 있었고,유모차부대는 8시 이전에 공식 해산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방에서 올라온 엄마들 가운데 일부가 지인과 함께 광장에 늦게까지 남아 있었을 뿐”이라며 “대다수의 엄마들은 가족들 저녁을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늦은 시각까지 현장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내 아이들 커서 엄마를 자랑스러워 할 것”

그는 “유모차부대가 아이를 방패삼아 물대포를 막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당시 엄마들은 평화적인 집회에서 왜 폭력적으로 진압하려 하느냐, 왜 살상무기인 물대포를 이용해 진압하려 하느냐고 가서 항의했던 것이다. 아이를 볼모로 물대포를 막았다는 것은 정말 억울하다. 설마 물대포를 막으려고 아이를 데리고 갔겠나. 엄마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내 아이가 있는 평화로운 집회에 왜 살상무기를 쓰느냐’고 항의한 것이다. 아이들에게까지 물대포를 쏘려는 게 오히려 아동학대 아닌가.”

그는 이들 신문을 향해 “그들은 왜 우리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는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고 일침을 가했다.

   
  ▲ 지난 23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유모차부대 강압수사 항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송선영  
 
“제 자식을 학대해 키우는 엄마가 어디 있겠나. 나도 아직 어린 연년생 남자 아이 둘, 그리고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하루하루가 정말 바쁘다. 사실 아이들로부터 내가 학대를 당하는 것 같다. 흰머리도 난다. (웃음)” 

그는 “나중에 아이가 커서 엄마가 유모차부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거리로 당당하게 나선 것을 고마워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위해 나설 것”이라고 말하고 바삐 전화를 끊었다. 통화를 하던 20분 남짓 동안 전화기 너머로 중간중간 아기 칭얼대는 소리가 들린 걸로 미뤄, 아기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무척 조급했었나 보다.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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