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은 한마디로 스포츠의 실종이었고, 한류장사였다. 또한 시종일관 스크린으로 바뀐 그라운드를 꽉 채운 영상은 콘텐츠 부족을 자백하는 것에 불과했다. 총감독인 임권택 감독은 저예산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만족을 표했지만 정말 실망스럽고 부끄러운 총평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성화 점화주자를 스포츠 스타가 아닌 이영애에게 맡긴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에 스포츠 스타가 그렇게도 없었던 것일까? 아마추어 스포츠에는 김연아라는 불세출의 영웅이 있고, 프로스포츠에는 박지성, 박찬호 등 그냥 쉽게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이름들이 있다. 설혹 그런 인물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4년에 한 번 열리는 아시안 스포츠 제전이라면 한류스타가 설 자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영애라니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장면이 연출된 것이었다. 어쩌면 외국 선수단의 생각에도 비슷한 의문이 남지 않았을까 모를 일이다.

개막식을 만든 사람들이 뭔가 대단한 착각과 아집에 빠져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차별화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스포츠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가 자신들이 치루는 대회가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라도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는 장면이었다. 조직위가 마지막까지 성화 점화자를 감췄는데 그 결과가 놀랍기는 하지만 참 기분 나쁘게 놀랐을 뿐이다.

또 그렇게 국민들이 공감할 수 없는 등장은 더 있었다. 바로 귀화 국회의원 이자스민이 국기를 들고 하형주, 이봉주, 장미란 등과 그라운드로 들어선 것이었다. 물론 단순하게만 보자면 귀화한 여성이 국회의원까지 된 것은 개인의 성공보다는 그것을 인정한 국가의 진보적 성향에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래서 문제인 것이다. 이자스민 의원이 국민의 공감을 얻고 있느냐에 대한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순수한 스포츠 대회에 국기를 들고 등장하기에 적합했냐는 문제가 남는다. 너무 현재의 한국을 자랑하려는 의욕이 과했던 것은 아니었던지 점검해봐야 할 대목이었다.

아시안 국가들의 친선과 화합이라는 대전제보다 한류를 홍보하겠다는 주판알을 너무 튕긴 흔적이 너무도 역력했다. 시종일관 그라운드를 채운 영상이 눈을 어지럽혔지만 개막식이 끝나고 인상 깊은 기억이 남지 않는 개막식이었다. 마지막에 월드스타 싸이가 등장해서 챔피온과 강남스타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애썼지만 아무리 싸이고, 강남스타일이라고 해도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었다. 그라운드의 선수들이 공연을 지켜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신기한 구경을 하는 정도일 뿐 진정으로 흥이 난 모습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은 스포츠를 버렸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진정으로 모든 사람은 감동시킬 다른 무엇이 아니었다면 스포츠대회답게 치렀어야 했다. 이래저래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들어도 별 할 말이 없을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