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은 최근의 ‘자사고’ 지정을 둘러싼 서울시 교육감과 교육부의 입장 차이에 대해 다루었다. 우선, <썰전>의 두 패널이 이 문제를 다룸에 있어 객관적인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짚어 보아야 한다.

프로그램에서도 밝혀졌듯 강용석은 현재 '자사고'에 다니는 큰 아들을 두고 있고, 또 다른 패널 이철희는 '자사고'를 졸업한 큰 아들과 일반고에 다니는 작은 아들을 두고 있다. 즉 그간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이철희와 강용석이 상반되는 입장을 취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자사고'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처한 조건이 상대적이지 않다는 데 우선 '자사고' 문제를 다루는 한계가 드리워진다.

MC 김구라가 있지 않냐고? 힙합퍼를 지향하는 바람에 평소 공부와 담을 쌓은 김구라의 아들은 일반고를 다니지만, 우리나라 일반 학부모들이 '아들의 학교 성적이 곧 나의 얼굴'이라는 선입견이 지배하듯 '자사고' 문제에서 김구라는 상대적으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 둔 학부모의 소극적인 태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자녀 중 실제 '자사고'를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이철희, 강용석이 여타 정치적 사안에 대해선 한 발 물러나 평론가연 하는 입장을 취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보다 자신의 이해를 중심으로 논지를 전해내 나갈 수밖에 없다.

▲ JTBC <썰전>
아니다. 이런 평가는 어폐가 있다. <썰전>에서 강용석은 늘 그래왔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 혹은 정치적 이해와 맞물려 사안을 바라보며 전개한다. 여당의 저격수로서의 향수인지, 사명감인지, 그도 아니면 차기를 노리려는 정치적 꼼수인지, 그런 정치적 이해가 분명한 관점에서 야당의 지도자 안철수와 박원순을 공격하고 여당의 지도자들을 평가해왔다. 그런 분명한 정치적 입장 표명은 그가 준비해온 광범위한 자료와 그의 풍부한 식견으로 포장돼왔으니 '자사고' 문제라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다.

오히려 자신과 자신의 아들이 '자사고'에 대해 호의적이기에 '자사고' 문제에 있어 그저 '새 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일을 좀 해보려고 하니 두고 보자'는 식으로밖에, 혹은 '자기만 사랑하는 학교'가 될 수 있다고 한 줄 평을 할 수밖에 없는 이철희의 어정쩡함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맞겠다.

이렇듯 '자사고'에 대한 조희연 교육감의 의욕적인 철회 결정 논의는 실제 '자사고'를 다녔거나 다니는 자녀를 둔 두 패널의 사적 이해로 인해 애초 객관적 평가를 결여한다. 객관적으로 논해야 할 사안에 대해 강용석은 '학교 커리큘럼이 대학입시에 딱 맞춰져 있다'라거나, '외부 강사를 데려와 독서 강좌를 하는데 그게 입시 교육을 위한 것이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라는 식으로, 그리고 ‘다니고 있는 아들이 몹시 만족하고 있다’는 지극히 사적인 평가에서 한 치도 넘어서지 않는다. <썰전>을 시청한 어느 학부모가 강용석의 말을 듣고는 조희연 교육감의 입장을 옹호할 수 있겠는가.

아니, 강용석은 늘 그래왔다고 치자. 문제는 이철희다. 자신의 아들을 '자사고'에 보냈던 그는 그저 '자신만을 사랑하는 학교'라는 한 줄 평 이외에 이렇다 할 '자사고'의 문제점을 들지 못한다.

오히려 학교 현장의 문제점을 짚는다면서, 일반고에 다니는 둘째 아들의 사례를 들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빠져나간, 그래서 1/3이나마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일반고의 수업 환경을 논한다. 그러니 당연히 통계를 좋아하는 강용석은 만약 '자사고'를 폐지한다 해도, 각 반 별로 한두 명 배정되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는 당당한 반론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 자신의 자식을 '자사고'에 보내는, 그래서 현실적으로 '자사고'가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두 패널의 평가는, 형식적으로는 조희연 교육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듯하지만, 결국 교육부 장관의 강고한 입장에 손을 들어 준 셈이다. 자기 자식 좋은 학교 보내겠다는 학부모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면 정치적 공정성이고 나발이고가 되는 셈이다.

▲ JTBC <썰전>
그렇다면 '자사고'의 문제에서 이 두 패널이 짚어야 했으나 짚을 수 없었던 논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강용석의 모습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강용석이 누구인가. 물론 그 자신이 컴플렉스처럼 말하지만 뺑뺑이라도 우리나라 제 1의 명문이라는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를 다니고, 하버드대를 나와 사법고시를 패스한 수재이다. 그뿐인가. 변호사 출신의 그는 여당 국회의원까지 했었다.

그런 화려한 이력의 이면에서 강용석은 어떤 사람인가. 국회에 있을 때 여당 저격수랍시고 상대당의 대표적 정치인에 대해 막말을 불사했으며, 성희롱 문제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썰전>에서도 여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패널로 나섰지만, 여당의 입장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해 혹은 지극히 사적 이해에 충실한 사람이다. '자사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그의 식견은 자기는 시험 봐서 경기고 나오고, 자기 자식은 외고 나온 사람이 나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식이다. 그런 강용석은, 바로 이철희가 겨우 한 마디 내놓은 '자사고'에 대한 한 줄 평, ‘자기만 사랑하는 학교 자사고’라는 평가의 바로 그 '자기만 사랑하는'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경우이다.

'자사고'의 '그들만의 리그'가 문제가 되는 것은 왜일까? 그들끼리 모여 그들끼리 공부하고 그들끼리 지낸 그 아이들은, 아마도 우리나라 상위 몇 %의 직위를 가진 '리더'들이 될 가능성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일찍이 그들끼리 지내온 그 아이들이,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공부 시간에 조는 아이들,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을 눈곱만치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개인적 이해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이런 사람들이 리더가 되면,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적 사안, 행정적 사안이 그러하듯 그들만이 사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무슨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도 되는 양 선심 쓰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랑 한 반에서 공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성향을 지닌 다양한 아이들이 한 반에서 어우러진 문화적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엘리트가 되어 이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제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강용석 같은 사람만 양산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왜 외부 강사까지 초빙하여 하는 ‘자사고’의 풍부한 독서 교육은 정작, 공부에 관심이 없는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일까? 오히려 공부에 관심이 없으면 없을수록 또 다른 선택을 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그저 교실에 가둔 채 성의 없는 수업으로 고문하는 지금의 일반고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 무슨 '자사고'에 대한 평론인지? 결국 내 자식 문제에 이르러서는, 내 자식 '대학 잘 보내주는 학교'에 대해서는 약해지고 마는 이중성이 <썰전>의 자사고 문제에 대한 꼭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깨어있지 않은 지식인, 자신의 이해에만 민감한 지식인. 바로 이런 사람들을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도, '자사고'는 폐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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