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이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언론의 왜곡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크다. 특별법의 내용을 오독하는 카카오톡 메시지의 광범위한 유포도 한 몫하고 있단 얘기지만, 결국 이런 마타도어 역시 언론에 기인하는 현상으로 봐야할 것이다.

친구가 장인어른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싸울 뻔한(?) 이야기를 들었다. 장인어른이 “유가족이 진상조사위원이 되고 수사권을 갖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고 했다. 친구는 당연히 “유가족이 진상조사위원이 되는 것도, 직접 수사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고 이야기했지만, 장인어른은 뉴스와 국회의원이 보냈다는 카카오톡에서 봤다며 막무가내였다는 이야기였다.

MBC <뉴스데스크>가 겹쳐진다. 종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한들 지상파 뉴스의 그것에 아직 견줄 바는 아니다. 지난달 20일 MBC <뉴스데스크>는 <강경파 반발 새정연 ‘진퇴양난’> 리포트를 배치했다. 여야 지도부간 합의가 새정치민주연합 내 강경파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간 여야 지도부간 합의는 당내 의원총회 등을 거치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 파기됐던 바 있다. 새누리당 또한 종편 도입의 근간이 된 <미디어법> 합의를 뒤집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의 해당 보도는 새정치연합 내 당내 특정 세력을 지목해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처럼 과도한 비판을 했다.

MBC, “(유가족의 요구는)유가족이 포함하는 진상조사위원회”…사실 왜곡

▲ 8월 20일자 MBC '뉴스데스크' 캡처
해당 리포트에서 장재용 기자는 “법 원칙에 따라 피해자가 가해자를 조사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 내 강경파와 유가족들은)유가족이 포함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도 줘야 한다는 요구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조사할 수 없다’는 이 같은 논리는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우익이 이미 그렇지 않다는 내용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는, 그래서 <세월호특별법>을 반대하는 대중의 광범위한 논리로 자리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명확한 사실이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유가족들이 직접 조사와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잘할 것 같은 사람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정은 번번이 장악된 언론에 의해 묻혔다.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보도가 공영방송 MBC에서 나가는 일 자체가 엄청난 일이다. 만약, 누군가 카카오톡 메시지라는 제한된 통로가 아닌 공영방송 MBC를 통해 이를 본다면, 왜곡된 인식은 왜곡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된다. 섬뜩한 일이다.

하지만 더 황당한 일은 해당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심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통심의위)였다. 지난 17일 방통심의위 산하 방송심의소위에는 MBC <뉴스데스크>와 관련된 심의가 8건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8월 20일자 그 보도였다. 하지만 방송심의소위에서 해당 리포트를 ‘문제없음’으로 판정됐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는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심의위가 ‘문제없음’으로 의결한 것은 역으로 해석하면 “MBC <뉴스데스크>는 사실을 보도했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물론, 반발도 있었다. 야당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은 “리포트 중 유가족이 포함되는 진상조사위원회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여당 추천 함귀용 심의위원은 “(MBC는) 수사권·기소권 문제를 얘기한 것”이라고 얼버무려버렸다. 함의는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팩트가 틀리더라도 괜찮다는 궤변이었다.

방통심의위, MBC 보도는 사실이라고 결정?

이날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에서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오히려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심의를 요청한 민원인들을 폄훼하는 발언들도 쏟아냈다. 방통심의위 김성묵 부위원장(방송심의소위원장)은 MBC뉴스에 대한 안건이 계속되자 “민원을 한 곳에서 낸 것이냐?”며 “어디냐?”고 물었다. 또, 민원 자체가 어이없다는 듯 “거기서(사무처에서) 대충 보고 결정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심의원은 “MBC가 미운 사람이 있나 보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 9월 17일 방송심의소위 안건
‘민원인’을 비공개로 하는 이유는 심의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함이다.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심의를 함에 있어서 중립적이어야 할 심의위원들이 해당 안건을 특정 정파의 단체나 기관에서 냈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무래도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이나 변희재 씨 등 민원을 넣은 쪽에서 먼저 알리는 경우도 있지만 예외적인 경우다.

하지만 김성묵 부위원장은 외려 민원인의 익명성을 문제로 삼았다. 만일, 보수우익 인사들이 ‘좌파’, ‘종북’이라고 낙인찍어 공격하는 인물들이 심의를 냈다고 한다면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중립적으로 심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정부여당 유불리에 따라 심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말이다.

‘사무처에서 대충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발언 역시 용납하기 어려운 인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무처에서 ‘각하’시키는 민원들이 많아 이를 두고 “사무처에서 심의에 대한 권한도 없이 각하시키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MBC <뉴스데스크>가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를 함에 있어서 박근혜 정부 편향보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언론전문가들은 물론 MBC 내부에서조차 인정하고 있는 대목이다. 세월호 보도에 열의를 보이는 JTBC와 <뉴스타파> 등을 접하는 시청자는 물론 KBS와 SBS만 보더라도 MBC 뉴스가 어딘지 모르게 교묘하게 사건은 비틀어 왜곡하고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 대한 심의안건이 유독 8건에 달했다는 것은 이를 말해준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의로 제재를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야당 추천 박신서 심의위원 또한 “MBC 뉴스가 타 방송에 비해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뉴스의 편집이나 방향 등 편집권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제재하기는 힘들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날 방송심의소위 올라온 MBC <뉴스데스크> 8건의 민원 중 7건에 대해 ‘문제없음’이 의결됐다. ‘문제없음’으로 의결된 안건 들 중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안건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안건들은 그간의 경위와 정도를 봤을때, 심의위에서 다뤄볼 만한 안건들이었다.

특히, ‘유가족이 포함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세월호 유족들이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김원중 병장의 무단이탈 소식을 전하며 ‘김연아의 남자친구’라고 전하고 김연아 선수와 데이트 하는 사진들을 노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가 아닌가 하는 안건이 그러했다. 그런데 방통심의위는 이를 두고 문제없음을 의결함과 동시에 김원중 선수 관련 안건을 심의할 때에는 “김연아의 남자친구는 공인”이라는 심의위원 자격을 의심케하는 막무가내 발언들을 쏟아냈다.

민원인 실명제 거론 이전에 심의자격 갖추는 게 우선

이날 회의 말미 김성묵 부위원장은 “민원을 실명제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고 들었다. 민원인 실명제, 민원인에 대한 책임성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논의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2기 방통심의위 때는 특정인이 말도 안 되는 심의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성묵 부위원장의 ‘실명제’ 발언은 민원인의 자질을 의심하는 데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실명제’를 거론하기 앞서, 먼저 본인들이 심의위원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성찰해보길 권하고 싶다. 다시 한 번 묻는다. MBC <뉴스데스크>의 ‘(유가족들은)유가족이 포함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요구한다’라는 보도는 팩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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