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2.0 웹사이트 캡처

“깨어있는 시민으로서의 책임의식을 지닌 회원들이 ‘참여, 개방, 공유, 책임’이라는 웹2.0의 정신으로 집단지성을 형성하여 우리가 사는 공동체를 더 나은 민주주의공동체로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 <민주주의2.0>의 목표입니다.” - 웹사이트 ‘민주주의 2.0 안내’문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획단계부터 참여한 토론 전문 웹사이트 ‘민주주의2.0’이 공식오픈한 지 일주일이 흘렀다. 흔히 이야기되고 있는 웹2.0의 정신에 ‘책임’을 더했다. IT업계의 ‘생존전략’에서 발생한 개념보다 더욱 진일보한 부분이다. (웹 2.0이라는 말은 미국 오라일리사와 컴덱스쇼를 주최했던 미디어라이브사가 2004년 초 IT관련 컨퍼런스에서 처음 나왔다.)

민주주의2.0 오픈에 요란한 홍보잔치는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정치 컴백?’에 좀 더 무게를 둔 기사가 신문마다 가볍게 다뤄졌을 뿐이다. 아고라 토론게시판을 통해 간혹 ‘오픈 D-Day’ 소식이 올라왔고, 그때마다 네티즌들로부터 “기대된다”는 댓글로 화답을 받은 정도다.

민주주의2.0은 소위 ‘노빠’들만의 기대는 아니었다. 퇴임 후 봉하마을에 터를 잡고부터 꾸준히 디시인사이드, 네이버, 다음 등의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이른바 ‘노무현 폭풍 간지’ 사진들이 네티즌들로부터 관심을 받아왔다.

▲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상 모습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간지’ 사진으로 불리며 관심을 받았다.

네티즌은 기존 정치인사(역대 퇴임 대통령)들과 다른 소탈한 모습, 대통령 당시 정치행보 등 다양한 이유로 사진을 보며 좋거나 싫은 의사표현을 해왔다. 대체로 호감에 가까운 이미지가 형성됐다. 이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네티즌에게 이질감을 주는 존재가 아니다. 댓글로 욕을 하든 칭찬을 보내든 인터넷에서는 낯선 사람이 아니다.

청와대 ‘푸른팔작지붕아래’와 문화관광체육부 ‘정책공감’ 블로그는 아직까지 네티즌에게 이질적이다. 포스팅마다 비난과 비판 의견이 주렁주렁 열린다. 블로그라는 첨단 소통 장치를 활용하려는 의지는 돋보이지만 함께 호흡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 유행어를 이용해 말한다고 해도, 코미디 코너에 나오는 교장선생님의 자세와 ‘정책홍보 전단지’의 내용만으로는 호응을 얻을 수 없다. 네티즌은 그럴 만큼 미숙하지 않다.

만원버스를 앞에 두고 낑겨타기에 체면이 걱정되거나 몸을 사리거나 하는 자세로는 인터넷에서 소통하기 어렵다. 때론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쌍욕이 담긴 ‘테러’도 무던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관용도 갖춰야 하며, 새벽 3시에도 답글을 올릴 수 있는 열정도 있어야 한다.

25일자 동아일보에 ‘사이버 검객 노무현(허문명 논설위원)’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게재됐다.

“사이버 논객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합당한 모델인 것 같지는 않다. 그의 글은 사물의 이치를 차분하게 생각하게 하는 논설이라기보다는 편을 가르고 다른 쪽을 공격하고 가슴에 상처를 낸다.그런 의미에서 논객이라기 보다는 검객에 가깝다.”

토론은 본래 칼싸움 하듯 주장과 논거가 서로 부딪치며 진일보한 결론을 얻어가는 도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몰상식함은 눈감고 넘어가더라도, ‘웹2.0’ 정신과 ‘집단지성’ 구현을 표방하는 자못 의미있는 실험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를 들어 ‘격에 안 맞는다’고 나무라는 고루한 태도는 보기에 딱할 지경이다.

노무현 개인을 비난함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얕은 술수를 부리기보다는 정책 담당자들도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해 다수 국민들의 삶의 향상을 가져올수 있는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새벽에도 국민과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의 포스트를 보고 싶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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