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과 대리기사, 행인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져 해당 사건이 경찰에 접수됐다는 소식이 17일 오전 전해졌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이번 일로 인해 실망하신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연대책임 차원에서 사건 관련자를 포함한 집행부 9명이 전원사퇴했다. 또, “다소 엇갈리는 사실관계는 경찰조사를 통해 정확히 드러날 것”이라며 성실하게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세월호 가족대책위 집행부, ‘폭행시비 연대책임’ 전원사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2달 넘게 농성 중인 유족들이 폭행시비에 연루됐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전파됐다. 많은 언론이 주목한 이 사안을 가장 열성적으로 보도한 곳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였다. 대부분의 신문이 사건 개요와 가족대책위 집행부 사퇴에 집중해 기사를 쓰고, 지상파 방송 3사와 JTBC 등이 4~8번째 순서에서 리포트 1꼭지로 처리한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지면 한 면 전체를 할애하거나 2~3꼭지 이상의 리포트를 방송했다.

“자근자근 밟아”, “황당하고 충격적인 사건”, “있어서는 안 될 일”
유가족의 ‘일방 폭행’ 방점 찍은 <조선>-<동아>

<조선일보>는 18일자 1면 <‘대리기사 폭행’ 세월호 가족대책委 지도부 전원 사퇴> 기사에서 가족대책위 집행부의 사퇴 소식을 전하며 “세월호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야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2면 한 면을 털어 당시의 사건을 자세하게 전했다. <“세월호 성금도 냈는데… 날 때린 그들이 유족이라니”>, <“목조르고, 옆구리 때리고… 노란 리본 단 사람이 자근자근 밟아 경찰 불렀다고 하자 유족측 인사가 ‘내가 누군지 알아?’ 말해”> 등의 기사는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대리기사 이씨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 18일자 조선일보 12면. 왼쪽 하단에 있는 기사 제목에 적시된 '노란 리본 단 사람이 자근자근 밟는다'는 내용은 기사 본문에선 찾을 수 없다.

“일행 중 한 남성이 ‘당신 국정원 직원이냐’고 묻길래 어이가 없어서 내가 큰소리를 쳤고 승강이가 됐다”, “멱살이 잡힌 상태에서 남성 4명에서 집단 폭행당했고 그걸 말리던 젊은이들도 맞았다”는 이씨는 “나도 세월호 성금도 내고 분향소에도 다녀왔는데 그들이 세월호 유족 대표라는 것을 알고 더 실망스럽고 분했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의 이가 부러지고 김병권 위원장은 팔에 깁스를 하는 등 ‘쌍방 폭행’이라는 유족들의 주장을 실으면서도, “쌍방(폭행)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씨의 발언을 넣어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사건 당사자로 지목되는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의 사진 2장을 실었다. 목격자가 제공한 동영상 캡처와 인터넷신문 <신문고뉴스> 사진에는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김형기 수석부위원장 폭행 직후 시민들이 말리러 오자 담배를 피우고 있다. 목격자가 촬영한 것이다. 이후 입원한 김씨는 인터넷 매체 <신문고뉴스> 취재진에게 ‘폭행을 당해 치아 6개가 빠지거나 흔들린다’며 이를 보여줬다”는 캡션이 달려 있다.

<조선일보>는 18일 지면에 앞서 TV조선 메인뉴스 <뉴스쇼 판> 등을 통해 세월호 유족 폭행시비 사건을 비중있게 다뤘다. 17일 <뉴스쇼 판>은 3번째부터 5번째까지를 관련 리포트로 채웠다. 하루 뒤인 <조선일보> 지면에는 유족들의 입장과 해명이 비교적 고르게 들어갔지만, 이날 <뉴스쇼 판>은 대리기사와 행인의 입장만을 부각한 보도가 주를 이뤘다.

▲ 17일 TV조선 뉴스쇼 판 보도

<뉴스쇼 판>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며 당시 상황이 찍힌 CCTV를 그림으로 그리듯 상세하게 묘사해 보도했다.

“여럿이서 한 명을 건물 구석으로 몰고 가 주먹을 휘두릅니다. 집단으로 폭행을 한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이고, 홀로 맞은 것은 이들이 부른 대리운전 기사 이모씨. 이 모습을 본 행인들이 말리려했지만, 싸움은 더 커집니다. 파란 옷을 입은 한 남성이 사람들과 뒤엉켜 주먹질을 하더니 도로 반대편으로 가 또다른 남성의 배를 연속으로 때립니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발차기를 하다가 넘어집니다. 싸움을 벌인 사람들은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과 김형기 수석부위원장 등 세월호 유가족 4명입니다. 김씨 등은 귀가를 위해 부른 대리기사 이모씨와 시비가 붙어 싸우다 이를 제지하던 행인들에게도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동아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아일보> 역시 1면에서 집행부 전원 사퇴 기사를 실었고 12면에서 심층 르포를 보도했다. <“대리기사에 ‘너 국정원이지’ 실랑이 중 유족이 주먹질”> 기사는 목격자와 피해자의 진술로 사건을 재구성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동아일보>는 피해자인 대리기사와 목격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간부들 대리운전 기사 집단폭행 시간대별 상황’에서는 술자리가 이루어졌던 16일 오후 9시 30분부터 김병권 위원장과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이 안산 한도병원으로 이동한 오전 4시 36분까지 일어난 일을 담았다.

<동아일보>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동행했던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출발을 지체해 운전을 할 수 없다고 한 대리기사를 몰아 붙였다고 말했다. 김현 의원과 대리기사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자 유가족들이 “의원님 앞에서 버릇없다”고 말하며 제지하는 한편, 다툼이 심해지자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둘렀다고 설명했다.

▲ 18일자 동아일보 12면

<동아일보>는 대리기사 이씨의 진술이 사건을 목격하고 신고한 노모씨, 김모씨 인터뷰 내용과 일치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또한 “부끄럽고 화가 나 견딜 수가 없다. 우리가 술 먹고 폭력 휘두르는 사람들이 됐다”는 단원고 유가족과 “이제 공인으로 봐야 하는데 신중했어야 했다. 잘못한 것”이라는 한 집행부의 발언을 같이 보도했다.

17일 채널A <종합뉴스> 역시 2~4번째 리포트로 <폭행 논란…세월호 대책위 지도부 총사퇴>, <의원과 술 마신 후…서로 “피해자”>, <경찰, 피해자·신고자만 조사…목격자 확보도 못해> 등 세월호 유가족 폭행시비 사건을 보도했다. TV조선보다는 표현 수위가 낮았지만 이번 사건을 “황당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명명하며 “음주 폭행 시비로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 17일자 채널A 종합뉴스 보도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