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로 고소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노조원들은 25일 오후 1시 경찰 조사에 앞서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70일 간 낙하산 사장의 출근 저지 과정을 돌이켜 볼 때 단 한 순간도 부끄럽지 않다"며 "반면 30년 간 언론인으로 살았다는 구본홍씨는 순수하고 명예롭게 투쟁해온 언론계 후배 12명을 업무방해라는 미명으로 사정기관에 세웠다"고 규탄했다.

앞서 구 사장과 회사 쪽은 지난 9일 노종면 지부장, 권석재 사무국장 등 6명을 고소한 데 이어, 12일에는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을 비롯한 노조원 6명을 추가로 고소한 바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노조원 100여명이 경찰 조사 1시간 전인 25일 오후 1시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이들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업무방해죄는 '보호가치가 있는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만 적용 가능하다"며 "구본홍씨는 사장 선출을 위한 주총 과정에서 심각한 하자가 있으므로 현재 사장으로서 적법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노조는 지난 11일 구본홍 사장을 선임한 주주총회 결정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적어도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구 사장은 적법한 권한이 없는 사람으로 그에 따른 업무 역시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노종면 지부장은 "정의를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경찰이 공정하게 조사한다면 적법성과 정당성이 입증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공정한 수사 당부한다"

이들은 "지난 10일 남대문경찰서 서장은 사전에 아무 양해도 없이 YTN 17층에 무단 진입을 시도했다"며 노조원 12명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당부하기도 했다.

당시 김기용 남대문경찰서장은 "회사 쪽이 노조원 6명을 고소해 직접 현장 조사를 하기 위해 왔다"며 사장실 앞 농성 현장 진입을 시도하다 노조원들의 항의를 받고 돌아간 바 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서울지방경찰청에 보낸 'YTN 경찰 배치에 대한 해명 요청'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은 "노조원들의 장기간 출근저지 투쟁으로 사장이 정상출근을 하지 못하여 지난 9월 8일 사측에서 남대문경찰서에 구본홍 사장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한 바 있으며, 남대문서장은 9월 10일 노조원 70여명이 17층 사장실 앞 복도에서 연좌하고 있어 구본홍 신임사장이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치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현장을 파악하기 위해 방문하게 된 점을 양지해 주시기 바란다"고 회신했다.

이에 대해 노 지부장은 "당시 남대문경찰서장은 회사 쪽의 고발이 있어 이를 확인하러 왔다고 말했다"며 "남대문경찰서와 서울지방경찰청,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 지부장은 "당시 노조원들은 사장실 앞 복도에서 연좌농성을 하지 않았고, 노조 집행부 몇 명만이 경찰서장에게 돌아가라고 말했을 뿐"이라며 "당시 경찰서장은 노조가 업무방해를 하는 등 불법이라고 주장하다 노조가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고 하자 사과하며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노조원 100여명이 함께 했으며, 경찰 조사를 받는 노조원들은 2시와 5시로 나눠 각각 5명, 6명씩 조사를 받았다. 조사 대상 노조원 중 1명은 해외 출장 때문에 이날 조사를 받지 않았다.

▲ YTN노조원들이 경찰 조사를 받는 12명의 노조원을 응원하기 위해 남대문경찰서 앞에 앉아있다. ⓒ송선영
<돌발영상> 불방…'위성통역실'로 대체 방송

한편, 이날 <돌발영상>은 3명의 제작진 중 2명이 경찰 조사를 받는 바람에 방송되지 못했다.

'돌발영상'과 '오늘 문득', '말을 말하다' 등의 코너로 구성된 '돌발영상'은 오후 2시 41분 본 방송이 나가지만, 이날 '돌발영상'은 '위성통역실'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이에 대해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지금은 사실 한창 제작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라며 "원래 오후 2시41분, 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2시까지 프로그램 제작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3명 중 2명이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한 명이 3코너로 이뤄진 10분짜리 프로그램을 모두 제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불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오전 11시 보도국 데스크에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돌발영상 제작진 2명은 경찰 조사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오늘 인사위원회에 오후 3시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제작은커녕 경찰서와 인사위를 오가야 할 실정으로 사법 처리와 징계 횡포 때문에 돌발영상이 방송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언론노조 지지 성명… "구본홍, 스스로 자멸 선택하는 순간"

한편, 언론노조는 이날 '대한민국 언론인 총궐기가 임박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지지 성명을 내어 "사측과 경찰이 드디어 YTN 노조뿐 아니라 언론노조 전체, 나아가 대한민국 모든 언론 양심을 향해 칼을 겨누는 순간이며 구본홍씨 스스로 그나마 남은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스스로 걷어차는 자멸을 선택하는 순간"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사측의 징계와 경찰의 부당한 수사 등 YTN 노조를 향한 치졸한 탄압이 본격화되는 순간, 우리의 결의는 실행으로 옮겨질 것"이라며 "언론을 장악하고자 했던 정권이 어떤 비참한 말로를 맞았는지 이명박 정권에게도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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