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정극에 휘말린 일반인이 연예인을 상대로 끝이 좋았던 케이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일반인이 여자인 경우에. 심지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폭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해도 사건의 끄트머리에서 웃는 사람은 언제나 남자 연예인이다.

금전을 목적으로 다가선 것이 아닌가, 심지어 일부러 맞은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 때문에 여자는 피해자임에도 신분이 발가벗겨진 채 문책 당하고 심문 당한다. 연예인은 서비스업의 정점이다. 몇 십만의 대중에게 미소를 팔아왔던 연예인을 위선이라 까발리는 짓은 결국 대중의 기대를 반하게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피해자라 해도 ‘당했다’는 표현을 쓰며 ‘맞은 사람이 문제’라는 무서운 선입견이 팽배한 대한민국은 끝까지 싸울 수 있도록 피해자를 격려해주는 나라가 아니다. ‘여성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그리고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내가 아무리 옳다고 해도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기 마련이다.

▲ 가수 겸 배우 김현중 ⓒ연합뉴스
폭행 사건에 휘말린 김현중은 평소 가져왔던 내 기대와 호감을 산산조각 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사건의 끝이 결국은 합의나 고소 취하 같은 피해 여성 측의 숙이기로 물러날 것이라는 예측을 했었다. 오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현중의 전 여자 친구이자 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그녀는 끝내는 합의하여 고소를 취하했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에 걸친 연예인 애인의 상습 폭행. 무려 4차례나 일어난 이 폭행으로 여인은 심각한 상해를 입어 전치 2주에서 심하게는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이 와중에 우측 갈비뼈가 골절되었다. 경악한 네티즌은 한껏 김현중을 조롱했다.

8월 하순에 알려졌던 김현중 폭행 사건은 살짝 밀쳤을 뿐이라는 김현중 측의 주장에 굴하지 않는 피해자의 반격으로 끝을 보게 될 것이라 예측되었다. 하지만 전 여자 친구의 고소 취하라는 다소 싱거운 선택으로 한 달여의 분쟁은 마무리 짓게 된다.

결코 김현중을 용서치 않을 것 같았던 분쟁 초기의 기세와 달리 고소 취하라는, 처벌 없는 미온적 마무리에 찜찜함을 느낀 일부의 네티즌은 피해 여성을 힐난하거나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현중의 전담 변호인은 "고소인(김현중 전 여자친구)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해 고소취하서를 접수했다"는 결론과 함께 지난 정황을 밝혔다. 김현중이 직접 피해자를 만나서 진정으로 사과하고 뉘우쳐 고소인이 며칠 고민 후 아무 조건 없이 합의금 받지 않고 취하에 이르렀다“

진심 어린 사과에 아무 조건 없이 고소를 취하했다는 이야기가 어쩐지 억지로 만들어낸 미담 같아서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관성을 띠고 있는 피해 여성의 요구를 돌이켜보면 사과만을 바랐다던 그녀의 호소가 정말 진심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애절함이 앞선다.

며칠 전 합의 여부를 의심하는 여론을 향해 고소인 측은 ‘그 무엇보다 사과가 먼저’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합의에 대해 들은 바는 전혀 없다. 진실 된 사과를 먼저 하는 것이 맞다. 수차례 폭행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이번 사건이 해결될 확률이 매우 높아질 것" 폭행을 인정할 것, 진심어린 사과를 전할 것이 그녀가 김현중에게 요구하는 유일한 바람이었다.

▲ 가수 겸 배우 김현중 ⓒ연합뉴스
그 마음이 와 닿았던 것일까. 김현중은 15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절절한 사과문을 남겼다. 폭행 사건을 그 무엇으로 덮어줄 수 있겠느냐마는 최소한 사과문만큼은 피해자를 우롱하지도 기만하지도 눈속임하려 하지도 않았다.

‘이번 사건은 전부 저의 잘못으로 생겨난 일이니, 그 사람은 비난 받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사죄하고, 그 사람의 가족 및 지인들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이렇게나마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그 사람이 제 사과를 받아주고 용서해주길 바랍니다.’ -김현중 사과문에서 발췌

폭행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서 그래도 김현중이 최악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은 피해 여성을 금품을 바라고 접근한 꽃뱀 같은 뉘앙스로 묘사하여 피해자를 도리어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천인공노할 파렴치를 저지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일체의 변명 없는 순수한 사과문이 피해자의 마음에도 와 닿았던 것일까. 스타의 옛 연인은 무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죄를 용서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지막 배려로 고소 취하를 결정하게 됐다.” 홈페이지의 공개 사과뿐만이 아닌 김현중에게서 전화로도 사과를 받았다는 그녀는 그의 파멸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합의금 또한 받지 않았다. 그녀가 요구했던 두 가지, 폭행 사실의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 결국 화해의 키워드는 진심이었다. 합의금도 파멸도 바라지 않는다는 그녀. 매일이 판타지 같았을 스타의 연인에게 지키고 싶었던 한 가지는 지난 2년의 진정성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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