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3월 26일 공공미디어연구소 현판식 모습 (사진=공공미디어연구소)

2008년 소격동 한옥에서 연구소를 창립한 후, 약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간 한국사회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연구소에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떠나는 구성원들이 있었는가 하면,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기도 했고, 다시 돌아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구성원들의 변화는 있으나 여전히 공통된 신념은 미디어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공 커뮤니케이션 발전을 위해 일하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 업계 특히, 방송 부문에 큰 변화를 추진해왔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통합되어 방송·통신 정책의 총괄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설립되었고, 새로운 플랫폼인 IPTV의 등장 및 본격화를 위한 인터넷멀티미디어사업법이 제정되었으며,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완료일자가 결정되는 등 환경적·제도적인 측면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방송정책의 패러다임이 철저히 시장주의에 근거했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정책기조는 방송과 관련한 각종 규제의 완화조치들로 표출되었습니다. 방송법과 시행령 등의 개정을 통해 금지되었던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허용되었고, 그동안 승인되지 않았던 새로운 종합편성 채널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나타날 수 있는 방송의 공적 기능 위축과 여론 다양성의 훼손, 미디어 공공성의 퇴보에 대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둔감했습니다. 이로 인해 방송 현업인들의 파업이 이어졌고, 현업인들을 비롯한 진보적 성향의 시민사회에서는 정부여당의 방송법을 비롯한 유관 개정 법안을 ‘미디어 악법’ 혹은 ‘언론 악법’이라고 통칭하기도 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시기 만큼 학계와 시민사회 등에서 방송의 공적기능과 여론 다양성,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시기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를 살고 있는 2014년 현재, 아쉽지만 방송의 공적기능과 여론다양성,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이전보다 더 풍성하거나 확대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전의 논의보다도 상대적으로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워낙 이 정부가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를 억압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다는 점도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의 위축과 태만은 없었는가하는 반성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공교롭게도 ‘공공’미디어연구소는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이명박 정부에 설립되어, 또 다시 더욱 거리가 먼 박근혜 정부를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햇빛을 볼 수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자유롭고 독립된 미디어 환경을 복원하고 개척하고 지키는 것, 이것이 공공미디어연구소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들은 이제부터 미디어스에 <Dialogos>라는 정기 칼럼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Dialogos는 dia(둘) + logos(진리) 라는 의미입니다. 나의 생각만으로 진리를 말할 수 없으니 둘(다수)의 생각으로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의 진리체계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고, 그런 변화가 상대방에 전달되어 상대방도 변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연구원들이 서로 간에 혹은 세상과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는 공간으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칼럼은 공공미디어연구소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견해가 아닌 연구원 개개인의 의견을 중심으로 한 글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영역에 대한 연구원 개개인의 다양한 견해를 접하고, 상호소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성균관대학교 언론학 박사
전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
전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부소장
현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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