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JTBC 메인뉴스 <뉴스9>을 손석희 보도부문사장이 직접 맡으면서 변화를 꾀한 지 딱 1년이 지났다. 우려와 기대가 분분했지만, 세월호 참사 국면을 지나면서 JTBC뉴스는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시험대로 거론됐던 삼성비판 뉴스 역시 지상파 뉴스에서보다 좋은 평가를 얻은게 사실이다. 4대강 사업, 쌍차사태, 밀양, 강정 등 사회 주요 이슈들에 대해 TV 매체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뉴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종편 개국 당시 시민사회는 ‘종편 출연금지’를 결의하기도 했었지만, JTBC의 선전 이후 ‘낡은사고’로 비춰지고 있기도 한다.

<미디어스>는 손석희 사장이 <뉴스9> 앵커를 맡은 지 정확히 1년이던 지난 16일 ‘JTBC 뉴스 1년’을 평가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에는 탐사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와 종편 출연금지 선언을 주도했고 방송뉴스 모니터를 실시하고 있는 민언련의 김언경 사무처장, 종편4사의 묶음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고 주장해온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팀장이 참여했다.

패널들은 모두 일정하게 JTBC의 긍정적 효과를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한 비판의 시각도 존재했다.

JTBC, 손석희 영입 그리고 뉴스의 변화

미디어스 : 김언경 사무처장은 뉴스모니터를 위해 JTBC <뉴스9>를 본다고 했다. 그리고 ‘손석희 JTBC 뉴스 1년’이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하 김언경) : 손석희 앵커가 JTBC로 갈 때에는 굉장히 배신을 한 사람인 것인 양 엄청난 욕을 먹었다. 민언련도 성명을 내거나 하진 않았지만 종편을 반대하고 인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손 앵커가 ‘저널리즘을 구현하겠다’고 했었고 실제 그 내용이 좋다고 하더라도 굳이 종편을 통해서 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손 앵커라면 종편에 가더라도 대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기대감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창기에는 실망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의 평가는 어떤가?) 평가를 안 하고 있다(웃음). 계속 ‘한 달만 더 보고 판단하자’라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 미디어스는 9월 16일 JTBC 손석희 뉴스 1년을 맞아,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와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연구팀장과 좌담회를 열었다ⓒ미디어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이하 최경영) : 김언경 사무처장의 고민은 ‘착한삼성이 나타나면 어쩔거냐’라는 질문과도 같다. 종편에 대한 근원적 네거티브가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가 모기업은 조중동이고, JTBC는 중앙일보, 삼성과 연계돼 있기도 하다. 여기에 ‘착한 삼성이 되면 인정할래?’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삼성이 어느 순간 갑자기 미쳐서 법을 지키고 공익/사회적 책임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배는 아프지만 반대할 수는 없지 않겠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JTBC의 손석희 선배 영입이다. JTBC는 ‘머니’가 DNA에 박힌 회사다.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해야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 속에서 JTBC는 광고주들이 가장 신경 쓰는 트랜드 세팅 그룹인 대도시 2040세대의 소구력을 봤던 것이다. 해당 그룹은 사실 과거 MBC가 가지고 있던 시장(지역 5060세대는 KBS의 시장)이었다. JTBC는 그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손석희 선배를 영입하고 경영 전략적 차원에서 ‘다름’을 내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JTBC가 손석희라는 카드는 쉽게 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이하 김동원) : ‘차별화’, 중요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종편4사 재승인을 할 때 웃겼던 게, TV조선이었다. TV조선은 ‘우리는 보도를 특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종편을 묶어서 종편으로 부를 수 없는 상황이 왔다. 종편4사 중 살아남기 위해 특수성과 차별성 부분에서 JTBC가 가장 먼저 치고 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머지 종편3사는 여전히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 ‘종편을 어떻게 볼 것인가’ 논란은 JTBC 뉴스 때문에 불거진 건 맞다. 방송 역사에서 보면 ‘원죄론’인데, 원죄만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몰아붙일 수만은 없다. 그런 부분에서 종편 도입 당시 최초 부여됐던 의무전송 등의 특혜를 취소하고 JTBC 건 어디건 정상적인 언론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방송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미디어스 : 종편4사를 묶음이 아닌 개별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의하나? 그렇다면 JTBC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김언경 : 민언련에서 JTBC를 인정하느냐 안하느냐 논의를 하면 정말 반으로 갈린다. JTBC가 세월호 국면에서 <뉴스타파> 등 진보언론 이외에 방송이라는 올드매체에서 이 정도의 저널리즘 역할을 해준 곳이 없었기 때문에 채널로서 소중한 것은 사실이다. 저희 모니터보고서를 봐도 JTBC는 칭찬밖에 없다. 이미 JTBC 뉴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유나의 거리>, <썰전>, <마녀사냥>, <히든싱어> 등 다른 종편보다 투자를 하고 종합편성이라는 꼴을 갖추려는 노력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종편 자체에 대해서는 귀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방송이라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출연금지 중이기도 하다. 종편4사 중 JTBC를 빼서 정상적인 언론으로서 인정하기에는 아직 평가가 부족하다. <뉴스9>를 모니터 결과,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아직은 ‘JTBC 뉴스가 손석희라는 개인 역량으로만 가고 있구나’, ‘<손석희의 시선집중> TV판이다’라는 생각이고, 그 이상의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부족한 부분을 손석희 사장이 어떻게 돌파할 지 현재로선 그것이 궁금하다.

JTBC 손석희 뉴스 1년, 어땠나

미디어스 : 자연스럽게 JTBC 손석희 <뉴스9> 1년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것 같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미디어스

김언경 : JTBC 뉴스는 고발성 이슈를 따라다니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된다. 물론, 세월호 참사나 4대강 사업의 부실 보도도 있었지만 고발성·단발성 비중이 높다. 특히, 경제관련 심층보도는 한참 부족하다.

최경영 : JTBC의 보도본부 사장은 손석희 선배이지만 부장급은 주로 <중앙일보>에서 파견된 상황이다. 그 사람들이 기존에 기사를 써왔던 방식과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한계들이 나타난다. 특히, 그들은 ‘영상매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뉴스(영상을 보면)가 별 의미 없는 영상을 덧 씌어버리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JTBC는 손 선배를 통해 뚜렷하게 ‘다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방식은 심층인터뷰와 손석희+기자들의 스타화(어떻게 보면 영악한 스타마케팅)를 추구하는 것이다. 손석희 선배가 뉴스 구성의 묘미를 살려 프로그램적 요소를 살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JTBC의 다름이 구현되고 있다. 하지만 그 같은 평가는 현 정치적 지형이 워낙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정치영역에서는 가능했다.) 그러나 경제뉴스에서는 JTBC는 차별성, ‘다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경영 : 돈과 자본 믿고 경제성장이 최고의 가치라고 믿는 한 쪽이 있을 것이고, 그 반대로 이미 그런 시대는 갔다는 진영도 있다. 일반 가계소득의 증가, 재벌의 구조개혁의 중소기업의 증강 등을 통한 빈부격차 문제, 사회구조 갈등 문제에 대해서 JTBC가 얼마나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은 경향, 한겨레, 경향, 뉴스타파, JTBC 등이 이른바 진보매체로 뭉뚱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앞서 이야기했듯 극단적 비이성 정치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바뀐다고 했을 때, 진보로 묶이는 매체들 사이에서 또 다른 영토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면 JTBC는 선택을 해야 한다. 기업이 성장해야 국가가 성장한다는 <중앙일보>의 기본 가치관을 고수할 것인가(는 판가름의 척도가 될 것).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2040세대는 기업과 수도권의 독식, 부동산 부자들의 독식, 불평등, 빈부격차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90년대를 생각해보면 ‘불평등 해소’ 이야기를 꺼내면 빨갱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JTBC가 선택해야할 거기에 중간지대는 없다. 그 때에야 말로 뉴스의 진정성이 비로소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JTBC는 과연 괜찮은 뉴스인가.

김동원 : 경제뉴스를 보면, 확실히 JTBC의 시사보도, 탐사가 약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인 소스 자원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데일리 보도를 하다 보니 경제문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때그때 따라가는 것 이상의 것을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 정책도 따라는 가지만 분석이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JTBC가 세월호참사라는 단발성 뉴스를 잘 할 수 있었지만, 경제민주화를 표면 핥기가 아니라 분석을 하는 부분에서는 어렵다. 손석희 앵커가 JTBC로 이동하고 나서 많은 이들은 뉴스에서 삼성을 비판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그것이 JTBC를 평가하는 기준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JTBC가 삼성을 까느냐 안 까느냐라는 단순질문으로는 좋은 뉴스인가를 판단할 수는 없다. 향후, (최경영 기자의 말대로 이성적 공간에서)JTBC에 대한 평가 또한 경제민주화에 대한 심층적 보도를 할 수 있느냐가 판도를 가를 것이다. 이 상황에서 JTBC가 잘할 수 있을 것이냐?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다.

최경영 : 사실 삼성의 의학시장 진출에 대해서 <뉴스타파>가 끊임없이 보도했다. 삼성의 의료사업진출, 정부정책이 삼성이나 전경련의 이해와 맞아 떨어진다. 삼성이 밀고 정부가 당긴다. 혹은 정부가 당기면 삼성이 미는 식으로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꾸준히 추진돼 오고 있다. 그 가운데, 만난 취재원이 JTBC 기자와 접촉했다고 하더라. 그의 말에 따르면, 똑같은 소스를 줬는데 JTBC가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나라 언론매체들의 금융·부동산 관련 기사 또한 재밌다. 수도권에 집이 있는 사람은 55%이고 없는 사람은 45%라고 한다. 수치로 보면 비슷하다. 그런데 대한민국 거의 모든 매체 99%는 집 있는 사람들 위주로만 보도를 한다. 경제활성화의 대전제는 건설사가 잘되어야하고 집이 잘 팔려야 한다는 관점이다. 그것을 전제로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집 없는 사람입장에서는 전혀 다르다. 집값이 내렸으면 좋겠다는 게 상식 아닌가. 미국 등 해외언론은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증권기사 주식기사들 중심으로 논문을 썼는데, 주가 폭락에 대한 미국 언론 매체 기사들은 밸런스를 지킬 것인지 관심을 가졌었다. 그리고 그들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입장이 아니라 현금 가진 사람, 중소기업인들, 주식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기사를 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나의 기사 안에 다양한 시각이 담겨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식시장이 폭락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보도한다. 마치 모든 사람이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처럼. JTBC 경제기사 역시 그 영향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따져보면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는 2000만 명으로 이 가운데 주식을 하는 사람은 400만 정도이다. 주식이 폭락하면 나머지 1600만 명은 ‘이번에 사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아니냐. 자본주의가 영속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주식이 폭락하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So What?

김동원 : 그동안 생각했던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이 정치적 스탠드에서 어떤 정당의 편을 드느냐였다면, 이제는 불평등 심화 등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어떤 이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드러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경제분야에서 가진자와 못 가진자의 포지션이 발생하는데, 기존 저널리즘은 이를 건들지 못하고 있다. JTBC 뿐 아니라 많은 언론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진보보수 모두 정치에 머물러 있고 경제적 부분에서는 ‘나라가 잘되어야지’라는 생각이다. 그러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경제가 살아야지’라며 잊으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

▲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미디어스

최경영 : 이제는 민생이 정치이다. 언론도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지 말고 사람들의 삶과 연결해 보도를 해야 한다. 국가이익으로 뭉뚱그리지 말고 하나하나 따져보고 그 이익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대기업 삼성이나 현대를 위한 것은 아닌지 구분해줘야 한다. 그리고 물어야 한다. ‘너희는 정확히 이익대로 투표를 하니?’라고. 그리고 만일, 경제활성화를 위해 당신이 희생을 해야 한다는 우익의 주장대로라면 그 양보의 대가는 당신이 언제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설명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정치와 경제, 삶이 유리된다고 보도해선 안 된다.

미디어스 : JTBC 뉴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TV매체로서의 역할론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다.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본다면 JTBC 뉴스와 지상파 보도의 상관관계가 있었다고 보나?

김언경 : JTBC의 영향을 받은 지상파라면 SBS 정도가 아닐까 싶다. SBS 보도는 MBC와 KBS 뉴스와 비교할 때 한마디 더하는 수준 정도였지 썩 좋다고 평가할 수는 없었다. 지상파 3사 중 그나마 낫다는 정도의 평가. 그런데, JTBC 뉴스가 선전하면서 ‘같은 민영방송인데’라는 비교논리가 작동한 것 같다. 요즘에는 ‘JTBC와 SBS만 보도했다’는 모니터 보고서들이 종종 눈에 띈다. 물론,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말이다. JTBC의 영향에 대해 KBS는 아직 평가하기 이르고, MBC는 워낙 TV조선과 세트로 가고 있어서….

김동원 : 종편이 개국하면서 웃겼던 게 지상파에서 한 낮 대담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으로 JTBC가 지상파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JTBC <뉴스9>의 다이빙벨 보도의 경우, 논란이 일자 지상파가 이를 받아 뉴스 소재를 삼아버리는 사례는 있었다. 한국사회 저널리즘을 놓고 봤을 때 JTBC 뉴스가 큰 영향을 줬다고는 볼 수 없다고 본다. 특히, JTBC 뉴스는 정상적인 평균뉴스라는 점을 끊임없이 상기해야한다. 단지 어느 순간 JTBC가 그나마 나은(평균이상) 언론이 된 것이다. 당연히 언론보도는 그랬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렇게 인식하지 못한다면 한국사회의 저널리즘 발전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나저나 JTBC 뉴스가 100분으로 확대편성하면 모니터 하기도 힘들어지겠다.

JTBC 100분 확대편성은?

김언경 : 100분으로 뉴스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100분을 다 시청하진 않는다. (JTBC 메인뉴스는 왜 8시로 이동할까?)JTBC 측에서 8시로 뉴스시간을 이동하는 게 숙원사업이었다고 들었다. 나름 JTBC <뉴스9>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하나 걱정인 것이 JTBC <뉴스9>가 심층적이기 보다는 평이한 수준의 뉴스였다는 점이다. 손석희 사장으로 인해 인터뷰가 특화됐고 그 속에서 좋은 질문, 좋은 멘트들 위주로 구성이 됐었기 때문에 돋보였던 것이다. 앞서 이야기됐듯 JTBC가 탐사보도 쪽은 굉장히 약했다. 그렇다면 확대된 100분을 어떻게 채워 나갈 것인가, 다른 종편이 하듯 계속 대담으로 흘러가지 않을지 우려된다. 그렇게 됐을 때 자칫,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섣불리 100분으로 뉴스시간을 늘릴 때, ‘잔재주’에 의존하는 뉴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

▲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연구팀장ⓒ미디어스

김동원 : 한 가지 뉴스시청의 패턴이 달라졌다. 시청자들은 이제 뉴스를 ‘아이템별’로 소비를 한다. 김언경 사무처장이 이야기했듯 앉아서 100분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JTBC가 100분으로 뉴스를 확대하면 그만큼 아이템 수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우려는 JTBC의 현재의 인력 구조로 데일리 100분 주5일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이다.

최경영 : JTBC에 현재 1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아는데, 100분으로 뉴스시간이 늘어난다면 지금의 인적 물적 자원이 그대로 아웃풋으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JTBC는 2040세대에 직접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것으로 MBC와 SBS를 잡을 만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보면 손석희 선배의 심층인터뷰로 확대된 시간을 때우겠다는 것, 좋은 말로는 전략적 배치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다. 과연, 이것으로 JTBC가 퀄리티 저널리즘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종편이 스튜디오 대담이 많은 것은 철저한 잇속 차원이었다. 가령, 100명의 JTBC 기자들이 투입돼 ENG 구성물로 뉴스를 만들려면 굉장한 시간과 노력, 정제된 기사가 필요하다. 그것을 대담이라는 스튜디오로 가져오면 많은 부분에서 절감이 가능하다. 이렇듯 스튜디오 저널리즘은 가장 값싼 저널리즘이다. 특히, 1분10초짜리 리포트 위주 구성 또한 문제이다. 1분10초짜리 리포트는 정치적 의미나 사회적 맥락을 거세해버리는 뉴스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보여줄 수 있겠나. 정치적 사회적 맥락을 대중들이 인식하기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 시간은 너무 짧다.

김언경 : JTBC 내 기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는 얘기도 들린다. 손석희 앵커가 뉴스 말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데 기자들은 ‘우리가 다 죽어나간다’라고 생각하다는. 그만큼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JTBC 뉴스가 100분으로 확대한다는 점에서 내부 불안함도 있는 것 같다.

미디어스 : 지금까지 JTBC가 ‘손석희 1인체제’라는 언급이 많았다. 그렇다면, JTBC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JTBC에서 손석희 사장이 빠지면, JTBC는 곧바로 보수화될까라는 질문이 가능해질 것 같다.

김동원 : JTBC 뉴스가 손석희 1인 체제에서 조직이 바뀔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다. 만일, 모든 언론사들이 같은 구조라면 진보와 보수 모두 동일하다는 말이 된다. (JTBC에 손석희가 가서, MBC에 김재철이 와서 바뀔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그런 점에서 JTBC 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들 역시 한 개인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 재생산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위해 손석희를 영입했다는 전략만 확인시키는 결과가 될 뿐, JTBC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최경영 : 앞서 이야기했듯 JTBC는 모기업 <중앙일보>에서 유입된 인사들이 많다. 손석희 선배야 워낙 스타이니까 그렇지만, 이 속에서 JTBC 자체적으로 뽑은 ‘공채’ 기자들의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JTBC 뉴스의 존속은 어렵다고 본다.

김언경 : JTBC 보도국에서 제작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 중 그나마 볼만한 건 <뉴스9>밖에 없다. 그 이외의 뉴스들의 경우 모니터 결과 TV조선이나 채널A, MBN 등과 큰 차이점이 없었다. JTBC <뉴스9>가 손석희 체제여서 가능한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손 사장이 빠진다면, 뉴스의 <중앙일보>화는 우려될 수밖에 없다.

JTBC 뉴스 1년 그리고 그 후

미디어스 : 앞서 언론매체들의 생존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JTBC, 존속가능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나.

김동원 : JTBC에 손석희 사장이 들어가 신선함으로 승부를 하고 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이것이 과거 지상파가 가지고 있던 생산방식과 무엇이 다른가 이다. 지상파는 그동안 드라마와 예능 등의 장르에서 돈을 벌어 유지를 했다. JTBC 또한 현재 이 같은 올드한 선순환 구조를 띄고 있다. 손석희 JTBC 뉴스는 시청률에 신경쓰지 않고 제작하면서 드라마 등을 통해 만회하는. 그런 점에서 JTBC가 케이블 방송사로서 시장에서의 지위를 통한 새로운 실험들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모바일 매체, 하다못해 SBS가 기자수첩이나 카드뉴스, PPT(인스타그램) 등의 시도들을 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최경영 : 김동원 연구팀장 말대로 새로운 시도는 현재 TV 중에서는 SBS가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JTBC가 아닌 전체 TV의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크게 착각하는 게 ‘구매체가 되는 속도가 느릴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종합편성채널이라는 것의 함의는 지상파를 대신해 ‘다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매체가 종합적으로 다 보여주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휴대폰이 이렇게(스마트화)될 줄 누가 알았겠나. 이제는 모바일 POST가 아니라 모바일 ONLY 시대이다. 뉴스의 시청패턴이 그렇게 바뀌었다. 모바일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데, TV뉴스의 한계를 잘 봐야 한다. 다윈의 생존법칙은 강한 놈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는 놈이 이긴다. 과연 JTBC가 BBC처럼 모바일 매체로 과감하게 이동할 수 있을까. 변화하는 상황에서 누가 빨리 적응할 것인가, 그것이 JTBC 뿐 아니라 모든 언론 매체가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미디어스 : 손석희 JTBC 뉴스 1년, 평가 좌담에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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