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이 유족들 의사를 적극 반영한 특별법 제정에 협조하겠다던 약속을 저버린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국민 담화 때와 말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성실히 해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 16일 오후 5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16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은 자신이 결단할 사항이 아니라고 말한 점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국회 본청 앞에서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개월째 되는 16일 오후 5시, 67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4개월 만에 세월호와 관련된 언급을 했다. 박 대통령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요구에 대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대통령으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 관련기사 :<박근혜 “대통령 모독 발언, 도 넘어...의원들 세비 반납해야”>)

가족대책위는 “삼권분립의 근간을 해칠 수 없어서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결단을 못하시겠다면서 2차 야합안이 마지막 결단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결국 그동안 진행해 온 국회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사이의 논의를 무시하고 2차 합의안으로 끝을 내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가족대책위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에서 154일째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언급이 전무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가족대책위는 박 대통령이 5월 4일 팽목항 방문 당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구조작접을 진행하겠다’며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발언한 것을 들어 “겨우 4개월 만에 ‘무한한 책임’이 면제됐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전체의 민생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는커녕 154일 째 매일 극심한 고통과 상처를 받으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먼저 챙기십시오”라며 “실종자들의 처참한 유해나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최고의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그것이 “국가개조”를 외치신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최우선 책무“라고 당부했다.

가족대책위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대국민 담화에서 ‘여야, 민간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 제정에 적극 협조하겠다’,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에 모든 운명을 걸겠다’, ‘국회에서 애끓는 유족들의 마음이 잘 반영되도록 제가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면서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입장정리하신 거라면 (약속이 바뀐 것에 대해) 저희 유가족과 만나 성실히 해명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말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희생자 넋을 기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위해 추모비를 건립하고 4월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사진=KBS 뉴스9 화면 캡처)

가족대책위 전명선 부위원장은 “기자회견문에 154번째 4월 16일이라고 명기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 있는 저희 가족들로서는 단 하루도 참사 이전에서 바뀌거나 그런 부분이 없다. 154일 동안 똑같은 아픔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대통령이 오늘 입장표명한 것에 대해서 저희 가족대책위는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가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부위원장은 “아직도 하루하루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저 차디찬 바다속에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범대본과 해경에서는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에게 똑같은 말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가족대책위는) 청와대와 해수부, 해경 쪽에 수색구조 방안을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 군 어머니 정혜숙 씨는 “500만의 국민이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에) 함께 했고 국회의원 240명 가량이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에 동의한다고 했다”며 “당리당략으로 세월호 문제를 풀려고 하다가 야당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도 대통령이 한쪽 의견에 쐐기를 박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약속을 여러 번 했는데 4개월 동안 아무 얘기 없다가 본인 약속 어디다 두고 이렇게 얘기하는 건지 모르겠다.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하셨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다음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세월호 가족대책위 입장 전문.

대통령님,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지난 5월 16일 면담 후 4개월 만에 저희들에게 답을 주셨군요. 오늘은 국회본청 앞 농성 67일 째, 광화문광장 농성 65일 째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후 154번 째 4월 16일입니다.

언제든 찾아오라고 하셨던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고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님의 답을 기다린 지 26일 째입니다. 그러나 정작 돌아온 대답은 여·야가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야합한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삼권분립의 근간을 해칠 수 없어서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결단을 못하시겠다면서 2차 야합안이 마지막 결단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결국 그동안 진행해 온 국회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사이의 논의를 무시하고 2차 합의안으로 끝을 내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닙니까?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 즉 진상조사위원회 내에 특별검사를 두는 것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229명 법학자들의 선언과 대한변호사협회의 법률검토를 통해 명백해졌지 않습니까? 그리고 대통령님께서 특정 정당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저희 가족대책위는 지난 세 차례 여당과의 면담을 통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수 없는 이유가 청와대에 대한 공세가 두렵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은 바 있습니다. 이제 대통령님과 여당은 거짓 이유를 앞세워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회피하지 말고 국민 앞에 솔직해지시기를 바랍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지금의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논의가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2차 합의안을 하루빨리 통과시키고 국민 전체의 민생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심지어는 특별법이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외부 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도 하셨습니다.

특별법 논의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단 한 명의 국민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국가, 마음 놓고 가족들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려는 것 아닙니까?

유례없는 참사를 겪은 우리 유가족들은 유례없는 방법을 통해야만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수 있고, 그래야만 안전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줄곧 주장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대통령님께서는 “국가개조”라는 말씀으로 화답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법체계, 외부세력 운운하면서 우리 유가족과 국민들의 정당한 외침을 호도할 뿐만 아니라 국정조사 시 자료도 거의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부 민간인과 말단 공무원 몇몇에 대한 사법처리과정 및 결과를 내세우며 마치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해 선전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가개조”는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했던 것입니까?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 건설, 이를 위한 유례없는 특별법의 제정만이 희생자들의 뜻을 헛되이 하지 않고 우리 유가족들의 여한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진정 국민 전체의 민생을 챙기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가장 먼저 제대로 된 특별법, 유가족과 국민들의 뜻을 온전히 반영한 특별법 제정에 힘을 보태십시오. 민생의 핵심은 안전과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민생이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아야하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나와 내 가족의 목숨도 지켜주지 않는 나라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도대체 어느 국민이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어느 시민이 의무와 책임을 다 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대통령님께서는 국회를 향해 하루빨리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유가족 피해보상처리를 위한 논의에 시급히 나서주기를 바란다고도 하셨습니다. 여당과의 면담에서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김재원 의원도 빠른 배·보상 처리가 국회의원의 중요한 책무라는 이유를 앞세우면서 같은 말을 거듭 반복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 가족대책위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어렵게 마련된 이 자리는 진상규명을 가능하게 할 제대로 된 특별법 논의를 위한 자리라고. 자꾸 배·보상 문제를 들먹여서 우리 유가족들의 뜻을 훼손시키지 말라고.

그런데 오늘 또 대통령님께서 같은 실수를 하셨군요. 우리 유가족들은 단 한 번도 과도한 배·보상을 요구한 적도 바란 적도 없음을 이미 모든 국민들께서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특별법 논의가 제자리이고 진상규명은 제대로 출발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과 대통령님이 거듭 배·보상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돈으로 세월호 참사를 덮어버리고 우리 유가족들, 피해자들을 분열시키려는 의도인 것이 뻔하기에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과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절대로 배·보상 논의에 응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힙니다.

대통령님과 국회는 우리 유가족들의 진정한 바람을 아직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진상조사위원회에 특별검사를 두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실질적으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내놓고 우리 유가족과 국민들을 설득해 달라고 무수히 요청해왔습니다. 그러나 여당은 물론 대통령님까지 이러한 바람은 외면한 채 전혀 설득력이 없는 2차 야합안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세비를 반납하라는 대통령님의 말씀에서 대통령님 자신은 자유롭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유가족, 국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버린 대통령님은 도대체 어떻게 책임을 지실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5월 4일에 팽목항을 방문하셔서 하신 대통령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그 날 우리 유가족들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을 진행하겠다며 가족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정말 오랜만에 내놓은 말씀 중에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실종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습니다. 겨우 4개월여 만에 “무한한 책임”이 면제되었다고 착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국민 전체의 민생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는커녕 154일 째 매일 극심한 고통과 상처를 받으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먼저 챙기십시오. 그리고 이제라도 실종자들의 처참한 유해나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최고의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그것이 “국가개조”를 외치신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최우선 책무입니다.

2014년 9월 1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