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이 인천아시안게임을 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상파와 갈등 탓이다. 디지털타임스에 따르면 지상파는 광저우 아시안게임보다는 많고, 브라질월드컵보다는 30% 적은 금액을 제시했다. 디지털타임스는 “런던 올림픽과 소치 동계올림픽의 중간 정도의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네이버와 다음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곧이 곧대로 보면 이번 갈등의 원인은 비용으로 보이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네이버와 다음에게 재송출료는 줘도 그만인 돈이다. 콘텐츠산업의 주도권은 빠르게 플랫폼사업자와 네트워크사업자로 넘어가고 있고, 지상파는 사실상 유일한 ‘협상력 있는 콘텐츠사업자’로 남았다. 이번 인천AG 재송출 갈등은 지상파의 ‘지위’를 결정할 중요한 사건으로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1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방송사와 네이버 간 협상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의견 차이가 현저히 나서 결렬됐다”고 전했다. 다음 관계자도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송출을 않기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회 시작이 불과 3일 앞으로 다가온 점을 고려할 때 포털은 사실상 사상 초유의 ‘메가이벤트 없는 포털’을 강행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 이 시각 네이트. 지상파는 포털사이트 중 유일하게 네이트와 인천아시안게임 재송출료 협상을 타결했다. 지상파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사업자별로 재송출료를 차등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는 미디어환경이 모바일로 변한 만큼 포털에도 가격을 높여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MBC 미디어전략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3G였던 광저우 때와 비교해보면 매체환경이 달라졌다.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로 바뀌었다. 브라질월드컵 때 증명됐다. 지상파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화제성이 있고 여러가지를 반영해 가격을 제시했지만 결렬됐다.”

맞는 이야기다. 네이버 관계자는 “PC웹 이용자가 모바일로 옮겨온 것과 (브라질월드컵 때) 모바일IPTV 이용자들이 포털로 온 풍선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콘텐츠를 제값 주고 사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가격 이슈 때문은 아니다”라는 다음 관계자 이야기다. 가격은 분명 이번 갈등의 핵심이 아니다.

네이버와 다음이 ‘최대 언론권력’ 지상파에 등돌릴 이유는 없다. 이번 갈등에서 짚어야 할 지점은 포털이 지상파를 대하는 태도, 곧 콘텐츠산업에서 지상파의 지위 문제다. 네이버의 광고 매출은 이미 지상파 3사를 뛰어 넘은지 오래다. 실탄이 넉넉한 포털에게 브라질월드컵의 70% 가격은 부담이 안 된다. 지상파와 ‘관계’ 차원에서 챙겨줘도 별 무리 없는 돈이다.

포털의 불만은 ‘어떻게 우리한테까지’로 요약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는 월드컵 이후 포털까지 (가격 분쟁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협상 창구를 열고 기다리고 있다”는 지상파와 달리 다음은 아예 재송출을 않기로 결정했다. 다음 관계자는 “이용자의 편의와 이용자 이익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지만 모든 중계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 프로야구 정규시즌 플랫폼별 일일 시청자 및 연간시청자. (자료=야구발전실행위원회)

급한 쪽은 지상파다. N스크린 시대에 온라인 중계권 가격과 광고비는 포털 이용자를 고려해 책정된다. 포털은 자체 광고도 붙이지만 지상파 광고를 여과 없이 내보낸다. 2012년 프로야구 시청자 13%는 네이버와 아프리카TV 시청자였다. 지금은 그 이상인 게 분명하다. 더구나 한국에서 하는 아시안게임은 지상파에게 대목이다. 포털은 놓칠 수 없는 광고플랫폼이다.

MBC의 경우, 메가이벤트 중계권을 비싸게 샀지만 광고는 제대로 팔지 못했고 CJ와 종합편성채널 등의 성장으로 방송광고 매출이 떨어지면서 500억 원 적자를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도 지상파에 불리하다. 결정적으로 아시안게임 중계를 포털에서 볼 수 없다고 하면, 비난을 듣는 쪽은 지상파다. ‘얼마나 무리한 요구를 했길래’라는 반응이 나올 게 빤하다.

포털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포털 입장에서는 ‘어딜 감히, 넌 N분의 1일뿐이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어차피 타격은 포털이 아니라 지상파가 입을 게 빤하다. 이번을 계기로 네이트가 네이버와 다음을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 PC의 홈페이지는 절반 이상 네이버 아니면 다음이다. 포털이 지상파 우대 정책을 접을 날이 멀지 않았다.

MBC 관계자는 “지상파는 DMB 등 무료보편 플랫폼에서 열심히 중계를 하고 공적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이 아닌 직장과 학교, 출퇴근길에 아시안게임 중계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은 DMB, 포털사이트 네이트 정도다. MBC 관계자는 “아프리카TV도 서비스 의사가 높기 때문에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다음에 인천AG는 없다. 그리고 지상파도 없다.

▲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첫 훈련에서 운동장을 거닐며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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