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다음날인 16일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이와 같은 소식을 1면에서 보도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이날 1면 보도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을 찾아 “혁신센터를 촉매제로 사용해 지역 내 창조경제 생태계를 활성화시켜 나가겠다”고 발언한 사실을 다뤘다.

▲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16일자 1면. 빨간색 박스는 정부의 창조경제센터 관련 기사.

정부는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창조경제 확산의 구심점으로 조기정착시키기 위해 17개 시도별로 주요 대기업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연계해 1대 1 전담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도별 연계 기업은 △대구·경북-삼성 △대전·세종-SK △부산-롯데 △경남-두산 △인천-한진 △경기-KT △광주-현대차 △전북-효성 △전남-GS △충북-LG △충남-한화 △경북-삼성 △강원-네이버 △서울-CJ △울산-현대중공업 △제주-다음 등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우선 개소지역은 부산, 인천, 광주, 경기, 경남 등 5개 지역이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등 6개 지역은 지역특성에 맞는 운영방안이 준비되는 대로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개소된다. 서울, 울산, 세종, 제주 등 4개 지역은 지자체 수요를 반영해 내년 개소될 예정이다.

보수언론이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주목한 것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이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첫 번째 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 시책에 친화적인 자사 논조를 반영하듯 1면에 비슷한 구도의 사진까지 넣어 이 사업을 충실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부분을 보면 보수언론이 이 일정에 주목한 이유가 이게 다가 아닐 거라는 추측도 제기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이 정부 시책에 발을 맞추고 있는 상황 자체가 보수언론의 시선 집중을 이끌어냈다는 관점의 비평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 사업과 관련해 삼성은 대구광역시와 2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창업기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삼성은 대구 북구의 11만3061㎡에 이르는 옛 제일모직 터에 900억원을 들여 4만1930㎡ 규모의 창조경제단지도 만든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주요 일간지에 사뭇 충성심 넘치는 광고를 게재해 자신들의 계획을 뽐냈다. 어마어마한 광고비가 집행됐음을 추측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 15~16일 일간지에 실린 삼성의 전면광고.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것은 이 날 <중앙일보>의 1면이다. 다른 신문들에 비해 이 문제에 대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의 주목도가 특히 높았지만 <중앙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갔다. 해당 기사의 제목을 <박 대통령 “대구 창조경제, 삼성이 멘토 역할 할 것”>이라고 뽑은 것이다. <조선일보>가 <대기업 손잡고 17개 권역에 ‘창조경제’ 거점 세운다>, <동아일보>가 <15개 대기업-17개 시도 ‘창조경제 짝짓기’>라는 제목을 달아 정부의 정책 자체에 방점을 찍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 중앙일보 16일자 1면.

<중앙일보>가 삼성과 특수관계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정부 정책을 소개하면서도 삼성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실제로 이런 발언을 했고, 또 언론이 주목하고 싶은 바를 제목으로 정하는 것이 아주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 하필이면 국내 1위의 영향력을 가진 삼성이 산업단지를 만들고, 여기에 언론이 들러리를 서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 또한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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