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이 사흘째 칩거 중인 가운데 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까지 무차별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여론은 제각기 나뉘어 갈팡질팡으로 그야말로 ‘멘붕’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으나, 대체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모아지고 있는 상태다.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 중 한 명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일부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16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 가능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요새 상황이 심상치 않다”면서 “당의 정체성, 노선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돈 교수는 자신의 영입에 동의한 박영선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의원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 내 갈등의) 진정한 갈등이 저 때문인지 다른 것이 있는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법안관련 정책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상돈 교수는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영입 제안을 한 의미에 대해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영국의 노동당 장기집권에 성공한 토니 블레어 총리와 같은 모습을 해야 이 정당에 수권능력이 생긴다(고 주장했다)”면서 “문재인 의원도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생각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상돈 교수는 “(문재인 의원이 트위터에) 혁신과 외연확대, 그리고 안경환 (교수와) 저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쓴 것이) 그걸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이른바 강경파 의원들과 문재인 의원 사이에도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상돈 교수의 이러한 입장은 박영선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의원이 이상돈 교수의 영입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는 보도 등에 대한 반론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당 내 인사들도 말을 조심하는 분위기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연합뉴스)

문재인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진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같은 날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문재인 의원은 이상돈 교수가 단독으로 비대위원장 되는 것이 당내에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고 그래서 당내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라는 걸 분명히 했다”면서 “그것을 사전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은 좀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호중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계파의 수장으로서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현재 당 내 갈등구도를) 과거의 동교동계, 상도동계 같은 식의 계파로 이해할 수는 없다”면서 “(문재인 의원이) 바로 직전 대통령 선거의 대선후보였기 때문에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의원들이 박영선 비대위원장을 지나치게 흔들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비대위원장 까지는 본인들의 사퇴하는 걸로 지난 주말에 이미 정리가 됐는데 바로 며칠 후에 열 다섯 분 정도가 모여서 원내대표까지 사퇴하라고 요구한 것에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라면서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당의 소중한 인재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발언했다.

이언주 의원은 “계파 수장인 중진들이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직책은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정리를 했으면서 이틀 후에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뭔가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면서 “당내 민주주의라던지 의사 결정 절차가 완전히 실종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당의 수장으로서 탈당을 언급한 것은 경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당 대표가 탈당을 이야기하는 국면은 굉장히 낯설고 해서는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면서 “감정적으로 억울할 거고 이해되는 측면이 있지만 탈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절차와 과정에서 공론화 과정을 넓게 가져가고, 조금 더 신중하게 했으면 이런 상황에 몰리지 않았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있다”면서 “이미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지만 정치를 그만두지 않는 것이라면 마지막까지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것이 맞다”고 재차 강조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당의 대표로 있으면서 (탈당 등) 그런 말씀을 하면 안 되고 어쨌든 지도력을 상실했다”면서 “이 상태에서는 박영선 대표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대표직을 내려놓고 좀 쉬게 하는 게 좋겠다”고 주장했다.

설훈 의원은 일각에서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탈당 후 창당에 나설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하면서 “지금 상황에서 다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인데, 당을 새로 만들고 하는 이야기는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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