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KBS사장이 추진하려는 조직 개편에 대해 KBS노동조합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KBS노동조합은 지난 24일 발행된 노보를 통해 ‘조직개편에 대해 동의는 하되 신중하게 접근하라’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KBS노조의 이같은 주문을 글자 그대로 이해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는 게 KBS 안팎의 평가다. KBS노조는 적어도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며, 강조점이 ‘충분한 의견 수렴’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KBS노조에 따르면, KBS사측이 조직 개편과 관련 의견 수렴 절차를 지난 23일 마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11월 조직개편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이에 대해 KBS노조는 “조직 개편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사측이 진행하는 일에 딴죽을 걸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그러나 사측의 조직 개편 의견 수렴 과정을 지켜보면 다분히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다는 지적은 타당하지만, KBS노조는 노조로서 조직개편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KBS의 대팀제를 무조건 부정하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우리는 그런 조직개편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석에 따라 KBS노조가 팀제를 지키려한다고 볼 수 있지만, 박승규 집행부에 대한 세간의 평을 살펴본다면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박승규 위원장은 그동안 “정연주 KBS사장이 편파방송과 코드인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내부 보수적인 세력을 결집시켰고, ‘국부제’를 폐지하고 도입한 ‘팀제’에 불만을 품은 직종과 직급의 입장을 등에 업었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이번 노보에서도 사측이 현재의 대팀제를 개편하려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개진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박승규 집행부는 현재의 대팀제를 사실상의 국부제인 ‘대국 소팀제’로 개편하는 안을 정리한 바 있다.
결국 KBS노조의 의도는 ‘상당한 시간을 전제로 하는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달도 안 남은 11월은 아니다’라는 것으로 정리된다.
오는 11월은 KBS노조 집행부를 새로 선출하는 선거가 있는 달이다. 노조 집행부 선거가 있는 달에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조직개편이 단행될 경우, 권력(?)을 이어가려는 현 집행부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한 KBS 내부 관계자의 해석이다. 이날 노보의 글은 정략적 판단이지 조직개편을 반대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얘기다.
KBS의 조직 개편이 노조 선거와 맞물리면서 한쪽에서는 이에 저항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밀고 당기기’와 ‘주고 받기’가 벌어지는 가운데, 노조 선거가 끝난 11월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