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민세, 자동차세 등 일부 지방세 인상 방침 등이 발표된 이후인 15일 각 조간신문들은 이러한 정부 방침으로 인해 불거진 ‘우회증세론’을 비판하며 소득세 및 법인세 인상 등의 ‘정공법’을 주문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보수언론은 복지 확대로 인한 재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 한국일보 15일자 지면.

<한국일보>는 15일 <“서민이 봉인가 꼼수 부리지 말고 증세 정공법 나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해 국세 수입의 상당분을 차지하는 소득세, 부가세, 법인세에 대한 인상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이어지는 3면 보도를 통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먼저 손보고 부가세 인상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 한겨레 15일자 1면.

<한겨레> 역시 15일 1면의 <‘꼼수증세’말고 법인·소득세를 올려라>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부의 담뱃값 및 지방세 인상 시도가 ‘증세 없는 복지’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 법인세와 소득세에 대한 인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에 이어진 기사를 통해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이나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낮아 조세로 인한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며 비과세 감면 축소을 대폭 축소하면서 차차 세율 인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15일자 사설.

<경향신문>도 15일 사설을 통해 정부 방침이 대기업과 부자들의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서민들에게만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면서 소득세·법인세 등의 감세혜택 제도를 포함해 증세 문제를 정공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면 <국민적 논의 배제, 증세 절차도 문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를 시도할 경우 국민적 합의를 거치겠다고 발언했음에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편법 증세안’을 밀어 붙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신문들의 이러한 주장은 정부의 담뱃값과 일부 지방세 인상 방침이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증세없는 복지’에 역행하는 것인데다 세부담의 증가가 서민층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소득세·법인세 등의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부자감세 철회’의 요구는 세금과 관련한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야권 일각에서 들고 나오는 대안이다. 복지제도의 확대와는 관계없이 지난 정부 이후 만성화된 세수부족이 당시 법인세 인하 정책으로부터 비롯됐다는 판단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득세·법인세 인상을 시도할 경우 보수세력과 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일각에서는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기업이 한국을 떠날 것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적극적인 조세회피 행위를 통해 실질적인 세금 납부를 해태할 것이란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전망’으로서는 언급할 수 있는 것이나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조세정책의 근거로 삼기에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근거이기 때문에 이런 반대를 뚫고 법인세 등의 인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정치권, 언론, 시민사회의 상당한 압력이 필요하다. 위의 신문들의 보도는 다소 세부적인 대안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압력을 제기하는 행보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한 지점이 있다.

▲ 동아일보 15일자 사설.

반면, 일부 보수언론들은 오히려 복지 등 재정지출에 대한 문제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 날 <서민층 부담 큰 ‘꼼수 증세’로 복지비용 메울 참인가>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사실상 증세를 의미하는 정부 방침이 지난 총선과 대선 때 여야가 무상급식,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선심성 공약에 대한 ‘청구서’라면서 소득세, 재산세, 부가가치세 등을 근간으로 한 조세체계 자체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가짜 휘발유 단속만 해도 1조 원의 세금이 더 걷힌다면서 정부가 탈세와 비과세 감면을 줄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지출 구조를 정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 중앙일보 15일자 사설.

<중앙일보>도 같은 날 <복지비 재원 마련 방안 공론화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정부의 지방세 인상 방침이 기초연금 재정 확보 등을 위한 성격이 짙다면서 복지지출 증가속도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하고 복지의 축소와 증세를 국민들에게 사실상 양자택일의 선택지로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의 이러한 지적은 정부의 ‘우회 증세’가 증대된 복지제도 때문이라는 점을 기정사실화 하고 논의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고약한 지점이 있다. 현재 논의가 복지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지방 정부의 재정 부족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일부 사실이나 정부의 대응이 오로지 이것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에는 담뱃값에 국세인 ‘특별소비세’를 덧붙이는 방안이 포함돼있다. 오로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담뱃값 인상이라면 굳이 이러한 조치를 취할 이유가 없다. 중앙정부의 세수를 우선 확보하고 이 중 일부를 지방정부에 교부금의 형태로 내려보내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즉, 기초연금 재정의 필요와 관계없이 어찌됐건 중앙정부의 세수도 확충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담뱃값 인상은 이를 겨냥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방정부의 만성적 세수 부족은 지난 정부부터 문제로 지적돼온 바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세수부족은 정권 첫 해의 예산안에서도 그 문제가 드러나 1기 경제팀이 이에 대응하느라 추경예산을 편상하는 등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산업은행 민영화와 기업은행 지분 매각의 무산에 덧붙여 세수부족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됐던 것이 이명박 정부 시절 단행된 법인세 인하 문제다. 세수를 논하면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를 고려해보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어떤 ‘의도’가 드러난다. 이들의 주장은 기업과 고소득층을 위하느라 생겨난 고통을 서민층을 포함한 전국민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복안(?)도 내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공론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할 언론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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