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언론과 기자는 저마다 객관성과 팩트를 강조한다. 그래도 독자는 안다. ‘그들은 하고 싶은 말만 한다’는 사실을. 자신을 능동적 수용자라고 생각하는 많은 시민들은 선호하는 방송뉴스를 직접 찾아본다. 스마트폰으로 매체를 직접 선택한다. 한마디로 자발적으로 뉴스를 읽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신문 하나 읽던 시절보다 시사문제에 더 깜깜해졌다. 기사를 읽고 나면 누군가를 욕하기는 쉽지만 제대로 된 비판은 못하는 그런 스마트한 시대다. 뉴스를 솎아주는 ‘큐레이팅’ 매체들도 많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페친, 트친이 좋은 뉴스를 공유하지만 사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도대체 뉴스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답은 현장에 있다. <미디어스>는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현직 기자들에게 뉴스 읽는 방법을 물어보기로 했다. 1편은 온라인뉴스 읽기다. 최락선 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 회장에게 온라인뉴스를 읽는 방법을 물었다.

미디어스) 온라인 편집기자는 뉴스 읽는 방법이 남다를 것 같다. 어떻게 읽나.

종합일간지의 PDF서비스를 이용해 뉴스를 정리하면 편이다. 모든 기사를 보는 것은 아니고 제목만 쭉 훑으면서 대략의 내용을 파악한다. 매체마다 사안별로 접근하는 방식과 논조가 판이하게 다르다보니 신문읽기는 균형감을 유지하는데 좋다. 편집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생활에 도움이 재테크 등 정보성 기사를 찾아 보는 편이다. 또한 내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정책 기사도 꼼꼼히 살핀다.

미디어스) 신문도 방송도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 온라인 저널리즘 시대다. 이제 시민들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뉴스를 읽는다. 그런데 온라인 저널리즘에는 ‘알고보니… 헉! 충격!!’ 같은 낚시기사, 어뷰징(동일기사 반복전송) 문제가 심각하다.

낚시성 제목이 어떻게 나오는지부터 보자. 취재기자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쓴 기사를 읽기 바라듯 온라인 편집기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올린 기사가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렇다 보니 과욕을 부리기도 한다. 소위 낚시성 제목 문제다. 얼토당토않는 제목도 있고 ‘알보고니’와 ‘헉’ 같이 짜증을 부르는 제목도 있다. 이 같은 제목은 3~4년 전에는 튀는 제목, 신선한 제목으로 불렸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제는 고루한 스타일이 돼 버렸다.

제목은 기사의 길잡이다. 기사의 키워드를 예측하기 어려운 제목은 독자들에게 혼란만 부른다. 독자들은 이러한 기사를 선택하지 말고 좋은 제목, 좋은 내용의 기사를 골라봐야 한다.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제품이 도태되는 게 순리다. 독자들은 함량미달의 제목을 내건 기사를 클릭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건강한 온라인 뉴스 풍토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다음은 어뷰징 문제다. 실시간 검색어를 대중의 관심이라고 가정할 때 대중들은 언론사가 해당 관심 사항을 해소해줄 것을 기대한다. 이런 기대에 부응해 온라인 기반 언론사는 실검에 맞는 기사를 이심전심으로 제공한다. 이때 어뷰징이라는 비판이 일어나는데 제대로 따져봐야 할 문제다. 왜 내용이 비슷하고 깊이가 얕은 기사가 양산되는가. 보통의 실시간 검색어는 특정 연예인이 TV에 나와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것이 주로 오른다. 해당 이슈의 깊이나 차별성을 요구하는 네티즌이 얼마나 될까. 이에 온라인언론사는 가십성 이슈에는 딱 그만큼의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이슈에 심도 있는 내용을 알고 싶으면 위키피디아도 있고, 해당 연예인에 대한 블로그를 검색해봐도 된다. 네티즌의 수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온라인매체가 모든 이슈에 깊이 있는 대응을 하는 것을 기대하는 건 너무 이상적이다.

네이버도 문제다. 네이버 검색결과가 네티즌을 만족시키는데 미흡해서 발생한 문제를 언론사의 어뷰징 문제로 뭉뚱그려 비난하는 것은 비겁한 처사다. 포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클릭했을 때 해당 검색어와 매칭되는 여러 분야가 있다. 뉴스, 블로그, 지식인 등등…. 네이버는 이런 요소를 잘 고려해 최적의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네이버가 검색 결과에 뉴스만 나열해놓고 ‘할 일 다했다’는 식의 반응은 적절하지 않다. 자사의 검색품질을 높일 생각은 하지 않고 ‘언론사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불평을 터뜨리는데 이는 시총 26조 원의 글로벌 기업이 할 불평은 아니다.

또한 네이버는 ‘검색어 어뷰징’에 관해서 고민해야 한다. 연예인들의 신변잡기가 하루 종일 급상승 검색어라는 이름으로 오르내리는 상황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실검 조작설은 많은 언론에서 제기한 문제이고, 인터넷 홍보대행사가 실검을 올려준다며 은밀히 접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네이버는 검색품질 개선과 검색어 어뷰징 제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매번 남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를 이제는 고칠 때가 됐다.

미디어스) 언론이 온라인 뉴스를 편집하는 원칙과 기준을 알면 독자 입장에서도 뉴스를 걸러낼 수 있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몇 가지 영업비밀을 알려준다면.

편집기준부터 보자. 이슈의 중요성, 대중의 관심, 트래픽 유발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모든 기사가 트래픽에 따른 편집은 아니다. 어떤 사안은 트래픽으로 접근하고, 어떤 사안은 이슈의 중요성에 따른 편집이 이루어 진다. 여기에 온라인 편집기자의 숙련도에 따라 오르내리는 기사가 달라질 수 있다. 언론사 홈페이지 상단에 있는 기사는 ‘많은 사람들이 클릭하는 기사’라고 보는 것은 맞다. 온라인 편집기자들은 대중의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독자들도 포털 뉴스, 인터넷 언론사, 다양한 뉴스사이트를 누비면서 기사를 비교하다보면 자신만의 관점으로 뉴스를 읽게 될 것이다. 과거에 비해 수십 배나 더 쏟아지는 뉴스를 걸러내는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다.

미디어스) 주요일간지의 닷컴들도 search.naver.com이나 search.daum.net 등 포털에서 유입되는 트래픽이 절반이 넘는다. 이것도 문제 아닌가.

뉴스사이트의 유입경로가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언론사 사이트로 직행해서 여러 이슈를 점검하는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있고, 네이버를 통한 유입도 굉장히 많다. ‘네이버를 통한 유입이 많아서 문제다’라는 식의 전제를 깔고 접근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네이버를 통한 유입은 나쁜 거고 직접 방문만 유의미하다’고 말할 수 없다. 유입이 어디에서 됐든지 방문자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사 배열, 편집, 그리고 뉴스사이트 콘텐츠 혁신이 중요하다.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다만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 활발히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해 인포그래픽에 대한 관심과 올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뉴스룸이 늘어난 것은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미디어스) 포털 자체의 문제도 짚어보자. 온편협은 그 동안 포털이 기술적으로 보수적인 편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해왔다.

편집자의 균형감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있는지 의문이다. 신문사라면 논조가 있고 지향점이 분명한데 포털은 편집방침을 공표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편집자의 기호에 따른 편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례로 5~7월 네이버 생활경제 분야를 점검해보니 중소기업 기사는 한건도 노출하지 않았다. 쇼핑기사는 수십건 노출시키면서 말이다. 경제매체는 중소기업 소식을 다루는 면을 만들고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지만 네이버는 그렇지 않다. 네이버가 유사언론 소리를 듣는 이유다. 대기업 홍보기사는 넘친다. 네이버 뉴스편집팀은 중소기업 기사에 관심을 둬야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분야별 주요뉴스’ 생활/경제 코너에는 IT기사 비율이 28%다. 정작 해당 코너에 올라온 생활밀착형 기사는 11%정도다. 코너 문패를 바꾸던지 편집돼 올라오는 기사 비율을 조정해야 할 텐데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네이버뉴스팀의 시스템 문제로 봐야한다. 이게 아니라면 개인 취향이 반영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네이버가 뉴스편집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위원회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 모르겠다. 명망가를 방패막이로 세우는 네이버의 임기응변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이다.

▲ 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 최락선 회장. 온편협은 2011년 출범했다. 회원은 언론사 온라인뉴스룸 편집기자들이다. 온편협은 한국형 온라인 저널리즘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2012년부터 한국온라인저널리즘 어워드를 개최하고 있으며 온라인 편집기자 역량강화를 위해 세미나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스) 언론사의 목적은 트래픽 올리기다. 온라인 저널리즘을 바꿀 대안이 있을까.

인터넷언론사가 많은 트래픽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프라인 언론사가 더 많은 영향력과 광고 유치를 위해 부수경쟁을 하는 것처럼 인터넷언론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것이 콘텐츠 경쟁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선정적이거나 함량미달의 기사를 남발할 대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온라인 기반 언론사가 영세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문제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트래픽을 기준으로 인터넷언론사 순위를 매기는 방식을 정량적 평가라고 한다면 이제는 정성적 평가방식 도입을 고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해당 뉴스사이트가 생산하는 컨텐츠의 질, 홈페이지 UI 편의성 등 평가지표를 개발해 순위를 매긴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개별 언론사가 지수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고 언론진흥재단이 중심이 돼 학계와 현업의 의견을 조율해 발표하면 온라인뉴스 환경의 풍토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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