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채의 연기 인생에서 <레쓰링>의 은희는 파격적인 연기 도전이다. 동안 이미지 때문에 줄곧 나이 어린 역할을 연기해왔지만, <레쓰링>의 은희는 대학 교수와 동거할 뿐만 아니라 성에 개방적인 역할이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파격적이지만 그의 실생활은 정반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송은채는 촬영이 없는 날에는 통행금지 시간 전에 집에 들어가야 하는 모범생의 삶을 산다고 한다.

대개의 여배우는 나이 드는 걸 싫어한다. 배역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은채는 반대였다. 그는 푸근한 엄마나 매력적인 중년 여성을 연기하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빨리 스타가 되는 것보다는 꾸준히 사랑받는 연기자의 길을 걷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낄 수 있었던 건 그가 무소의 길을 걷는 연기자라는 느낌이었다. 치타처럼 빨리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무소처럼 꾸준히, 그러면서도 오래 연기자의 길을 걷고 싶어 한다는 바람이 읽혀졌다.

- 송은채 씨가 연기하는 은희는 대학생이다. 그런데도 나이 차가 많이 나는 해주(최성국 분)와 왜 동거하는가.

“겉으로 보기에는 학점 관리와 출석 체크 때문에 대학 교수인 해주와 동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은희를 겉으로 볼 때에는 한없이 당당해 보인다. 하지만 제가 볼 때는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싶어 하는 이가 은희다. 해주처럼 나이 많은 남성, 누군가를 보호해 줄 능력이 있는 남자가 은희의 이상형이 아니었나 싶다.”

- 은희는 해주 외에 다른 남자친구도 있지만 해주에게 여자친구가 나타나자 질투를 한다.

“은희에게 해주는 내가 갖기에는 부족하지만 남 주기에는 아까운 남자다. 그렇지만 해주와 은희의 관계는 진짜 사랑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싶어 할 때 해주가 곁에 있어준 남자이자 학점 관리가 필요할 때 도움이 되는 남자가 해주다.”

- 영화 후반부에는 사랑의 경쟁자인 해주의 여자친구를 은희가 도와준다.

“좋아하던 남자인 해주에게 사랑하는 여자인 신혜(하나경 분)가 생겼다. 은희가 좋아했던 남자인 해주가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사랑의 경쟁자인 신혜도 예뻐 보였을 것 같다. 실제로 제가 좋아하던 남자가 다른 아가씨가 좋다고 떠난다고 할 때, 새로운 여자를 만나서 행복하다고 하면 쿨하게 보내줄 것 같다.”

- 애써 찍었는데 편집이 되어서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해주는 대학 교수다. 해주의 교수연구실에서 은희가 출석 체크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있다. 은희가 책상 밑에 숨는 장면이 있는데 은희의 구두를 조교가 빼앗아가는 장면에서 시원하게 욕하는 장면이 있는데 편집되었다. 그 장면이 편집되지 않았다면 은희가 좀 더 당돌한 캐릭터로 각인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 배우 송은채
- 파트너인 최성국씨는 어땠나.

“겉으로 보기에는 무한정 웃길 것처럼 보이지만 애드리브,를 칠 때는 연출과 상의된 애드리브만 한다. ‘이런 애드리브를 쳐서 웃길 거야’하고 사전에 약속된 애드리브만 해서 돌발적인 애드리브가 나와서 당황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었다. 영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 감독의 디렉션은 어땠나.

“한 컷 한 컷 촬영할 때마다 배우에게 도움이 되는 디렉션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 장면에서는 왜 이렇게 연기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하나도 들지 않도록 아버지처럼 섬세하게 지도해주었다.”

- <몽정기2>와 <레쓰링>을 비교한다면.

“<몽정기2>의 성은은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레쓰링>의 은희는 성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안다. 두 캐릭터의 공통점은 ‘누구와 함께 자야겠다’는 점이다. <몽정기2>의 성은은 선생님과 자고 싶어 하고 <레쓰링>의 은희는 해주 외의 남자친구와도 자고 싶어 한다.”

- 남자친구의 방에서 남자친구에게 올라타는 장면이 있다.

“드라마에서 뽀뽀한 적은 있어도 키스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레쓰링>에서 첫 키스를 연기했다. ‘첫 키스를 어떻게 소화해야 하나’ 하고 많이 긴장되었다. 당시 촬영하던 장소가 세트장이 아닌 원룸이라 긴장이 된 것도 있다. 심장 뛰는 소리가 오디오에 잡힐까봐 태연한 척 하고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 남자친구를 연기하는 선배님을 남자로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그동안 연기했던 의상 중 가장 짧은 의상이 아닌가 싶다.

“너무 좋았다. 지금까지 연기해온 역할이 교복 입은 학생 아니면 길에서 떠돌아다니는 미혼모였다. <솔약국집 아들들>을 연기할 때도 의상을 많이 입지 않았다. 옷 한 벌 가지고 2~3 주나 입은 적도 있다. 찜질방에서 사는 캐릭터라 옷이 필요 없었다. <레쓰링>에서는 다양한 옷을 여러 벌 입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 배우 송은채
- 3년 간의 공백기가 있었다?

“공백기 동안 많이 성숙하려 노력했고 연기 공부를 많이 했다.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공부도 했다. 예전에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저와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고자 했다면 지금은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나 실제 제 성격과 다른 역할의 캐릭터인가를 많이 보게 된다.

<레쓰링>의 은희가 저랑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어서 도전이 되는 역할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여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당돌한 아이가 은희다. 하지만 저랑 다른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어서 은희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공백기 이후 프로그램이나 작품 제의가 들어오면 프로그램이나 작품에 도움이 되고 저에게도 연기에 도움이 되는가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공백기동안 연기 공부와 시나리오 공부만 한 건 아니다. 웹디자이너도 해봤다. 남동생이 시각디자인을 공부한다. 동생이 웹디자이너와 관련된 자격증을 딸 때 함께 공부했다. 공백기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얼굴이 알려져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면 연기자가 왜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느냐며 받아주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집에서 PC로 할 수 있는 작업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홈쇼핑 디자인을 하는 웹디자인을 잠깐 해보았다.”

- 강은비에서 송은채로 이름을 바꾸었다.

“공백기를 거친 후 회사를 바꾸었는데 회사 대표님이 연기적인 부분이나 마인드 모든 걸 바꿔보자는 말씀에 다시 시작하는 의미에서 이름도 바꿨다.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 강은비라는 이름을 알리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다시 이름을 바꿀 때 대중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연기에 대한 마지막 승부수라는 심정을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강은비로 활동할 때는 어린 이미지가 많았다.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해서 다시 태어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성까지 모두 바꿨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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