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네티즌의 공정한 눈썰미에서 발견된 '진짜 사나이' 속 악마의 편집이 화제가 됐다. 이전의 조작 논란과 같은 흐름을 타고 있지만, 엄밀히 따져서 무에서 유를 만든 것은 아니니 조작이라 말할 순 없고 사악한 편집이 조장한 마녀 만들기의 실체라고 정의 내릴 수 있겠다.
맹승지는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 내내 시청자의 야유를 받아왔던 멤버다.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분노는 증오 수준으로까지 키워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맹승지를 제외한 누군가를 사랑하면 할수록 그녀를 향한 불만은 비대해진다.
자막은 친절하게도 혹여 시청자가 그녀의 실수를 눈치 채지 못할까봐 마치 일러바치듯 ‘혼자 의류대 내려놓는 승지’라는 사족을 붙여주었다. 얼음 마녀 훈육관은 냉기 어린 목소리로 “누가 지금 의류대를 내리라고 했나?”라고 호통을 쳤다.
얼른 의류대를 들어 메는 맹승지에게 혹여 연민이라도 생길까 우려되었는지 자막은 다시 한 번 못을 박는다. ‘초면에 사고치는 애증 후보생.’ 그 사악한 배려가 마치 분노의 이정표와도 같아보였다. “이 여자는 마녀입니다. 잊어버리지 마시길.”
하지만 이토록 흑과 백이 명백한 가운데서도 제작진이 지정한 이정표가 아닌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진실에만 몰두하는 시청자 또한 있었다. 그들은 기꺼이 마녀 맹승지의 기사를 자청했다.
그들이 파헤친 마녀의 실체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문제의 장면에서 의류대를 내려놓는 실수를 범한 인물은 맹승지 하나가 아니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하나의 멤버는 다름 아닌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의 최고 수혜자이자 시청자의 자식 마냥 사랑을 받는 애교 천사 혜리였다.
그러니 결국 맹승지는 이 장면에서 모두가 긴장한 전초전에 홀로 사고를 치며 팀워크를 깨뜨리는 마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실수를 하지 않는데 맹승지 혼자만 실수를 하고 그 행동을 사과조차 하지 않는 모습으로 부각되니 어느 누가 그녀를 미워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의 하이라이트는 주인공이 일등을 한 순간이 아니라 최연소 참가자 하니의 꼴찌 완주였다. 누구도 재낄 수 없을 천재적인 스피드를 가진 하니는 심각한 부상과 완숙한 기량을 가진 세계의 경험자들 앞에서 기량을 펼치지 못해 위기에 처한다. 그럼에도 포기란 없이 다 죽어가는 꼴로 비틀대며 꼴찌로 골인하던 모습과 하늘이 새까매졌는데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이 어린 소녀의 투지를 응원하는 세계인들의 환영은 이 만화의 가장 큰 감동으로 남았다.
모두가 사랑 받는 와중에 홀로 가혹한 매질을 당하는 맹승지를 제작진이 조금이라도 배려했다면 이 최고의 편집점을 놓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저 '(포기하지 않고) 젖먹던 힘까지 짜내는 맹멍듀오'라는 자막 하나로 성의를 표현했을 뿐이었다.
최상의 편집으로 한편의 드라마 같은 감동을 이끌어낸 김소연을 향한 정신력의 칭송이나, 비록 완주하지 못했지만 열과 성의를 다해 달렸음을 누누이 강조해주었던 홍은희, 김소연을 향한 배려는 간데없었다. 숨이 끊어지게 달려 완주한 맹승지의 성의는 "머~엉" "매~앵" "이제 밥 먹나 싶었는데…"라는 독심술 자막에 무너졌다. 심지어 맹승지가 하지도 않은 '또 합니까?'라는 자막을 첨부해 마치 그녀가 불평이라도 한 것과 같은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하지만 그녀가 미움 받는 원인이 무언가. 바로 협동심과 전우애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맹승지는 직업 군인이 아닌 연예인이며 여군 특집 또한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임을 생각해보면 제작진 또한 맹승지의 전우라고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시청자에게 외면 받는 최약체의 멤버를 격려하고 이끌어주기는커녕 도리어 미워하게 부각시키는 제작진의 악마의 편집, 진정 전우애를 상실한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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