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능의 강자로 떠오른 JTBC <비정상회담>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 씨와 유가족들이 함께 출연하는 편이 제작된다면 하는 상상을 해봤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비정상회담>에 ‘내 아들과 딸, 가족이 죽었는데 이제 그만 하라고 합니다. 100일 넘게 농성을 해서라도 진실을 알고 싶은 우리, 비정상인가요?’라는 안건을 상정하는 거다.

세월호 참사가 한 달이 넘어서자 박근혜 정부는 ‘경제를 살려야한다’며 그만 세월호 비극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지상파 방송들은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보도했다. 6.4지방선거에서 야권의 패배 역시 그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조중동은 신문과 자사 종편을 동원해 아빠의 자격, 순수한 유가족을 운운하기에 이르렀다.

JTBC <비정상회담>은 상정된 안건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과연, 다른 나라에서도 국가적 참사가 발생했는데 이토록 빨리 잊으라고 강요할까? 참사 유가족이 40일이 넘도록 단식을 하는 나라가 있기는 할까? 조심스레 예측해보건대, 위의 안건은 만장일치로 ‘정상’ 판결될 것이다.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된 '유민아빠' 김영오 씨 ⓒ연합뉴스
9·11테러, 미국은 어땠나

JTBC <비정상회담> G11의 결론을 내리는데에는 출연진들의 출신 나라의 문화, 역사, 사회의 현실이 작용하므로, 결론의 예측을 위해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비극 사건을 겪은 나라의 경우를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충격 준 9·11테러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110층 건물이 무너졌다. 이 참사로 인해 2800여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고 실종됐다. 정확한 희생자 수는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사건은 당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에 ‘테러와의 전쟁’이 선언되는 등 각 국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줬다. 특히, 미국의 패권주의가 강화되면서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계기가 됐다.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바라봐야할 것은 9·11테러에 대한 미국과 미국 국민들 자세이다. 9·11테러는 ‘미국의 역사는 9·11테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 국민들의 인식을 크게 바꿔놨다.

9·11테러에 대한 희생자에 대한 애도 분위기는 미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마스터셰프 코리아2>의 출연자 윤 리 씨의 사연은 이에 대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윤 리 씨는 미국 뉴욕 주 경제부장관 보좌관 출신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일을 하다 보니 그 같은 삶에 지쳤고, 요리에 관심이 생긴 상황에서 기회가 생겨 뉴욕에 씨푸드 레스토랑을 운영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 마침 9·11사태가 벌어졌고 식당을 접게 됐다고 한다. 윤 리 씨는 “그 분들이 돌아가시고 거의 1년 넘게 밖에 나가 외식을 하거나 흥청망청하는 게 없었다. 그만큼 애도 기간이 굉장히 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리씨는 그 같은 애도를 원망하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JTBC <비정상회담> 미국 대표 테일러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무슨 메시지를 줄 것인지를 예상해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테일러는 편부모가정 출신이다. 아버지와 단절되거나 사랑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JTBC <비정상회담>에서 테일러의 아버지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은 시청자라면, 테일러의 아버지가 아들을 방치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보호가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국가이다. 테일러는 ‘아빠의 자격’ 운운하며 김영오 씨를 비정한 아빠로 매도한 언론매체들을 향해 무엇이라고 얘기할까?

▲ JTBC '비정상회담' 홈페이지 화면 캡처
테일러는 JTBC <비정상회담>에서 폭넓은 지식과 유창한 한국말로 토론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아마도 “무엇보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을 하는 것에 대해 섣불리 중단하라고 하기보다는 유가족들이 대한변협과 만든 <세월호특별법>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확인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그 간의 토론을 살펴봤을 때, 타일러는 아마도 망우보뢰(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사자성어를 들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후쿠시마 원정, 아베총리의 ‘거짓말’에 화가 난 일본사람들

그렇다면 최근 대참사를 연이어 겪은 일본은 어떨까.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사회의 핵발전소 안전성에 대한 관심은 지대해졌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염수는 완전 차단됐다”는 거짓말을 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다. 우리나라의 세월호 참사 처럼 정부의 초기대응 등 역시 문제가 됐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아마 <비정상회담>에 일본 대표로 출연하고 있는 타쿠야 역시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의 대응문제와 해명을 촉구하는데 큰 틀에서 공감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은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정권’에 대한 지속적인 반성으로 세계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나치 강제수용소를 방문해 일본 위안부 행태 일본정부와의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한국언론들이 주목하기도 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깊은 반성과 그를 계기로 앞으로 나아가는 독일의 사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잊으라’는 태도와 비교가 된다. 이런 면에서 보면 JTBC <비정상회담> 독일 다니엘이 한국정부에 줄 메시지 또한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JTBC <비정상회담>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다고 가정하면 터키의 비정상 대표 에네스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팽목항을 찾아가 케밥 1500인 분을 준비해가 무료급식 봉사를 했던 이다. 그는 당시 “형제의 나라이니 돕고 싶었다”며 “터키에서는 ‘안 좋은 일은 내 원수에게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안 좋은 일이 형제의 나라에서 일어났으니 슬픔은 말할 것도 없었다”고 무료급식 봉사에 나섰던 이유를 밝혔다. 에넥스는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자국의 속담을 통해 토론을 풀어간다. ‘안 좋은 일은 내 원수에게도 일어나지 않았으면’이라는 터키 속담은 지금 박근혜 정부가 꼭 되새겨 봐야할 부분이다.

정치적 결정 없는 JTBC <비정상회담>

JTBC <비정상회담>의 강점은 정치적 해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8회에서 각 국의 문화유산에 대해서 토론하던 때 역시 그랬다. 강대국들에 의해 자국의 문화재가 약탈된 터키와 이탈리아, 중국, 한국은 비정상 회담에 함께 앉아있던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비정상 대표들에게 해당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했다. 이에 영국 비정상 대표 로빈은 “몰라요”라고 모른 체 했지만 표정에서 당황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날 JTBC <비정상회담>의 결론은, “약탈한 문화제는 자국에 돌려주는 게 맞다”는 것이었다. 영국 등에서 온 비정상 대표들 역시 이 말에 공감했다.

사실 문화재를 자국에 돌려주는 문제는 ‘정상회담’에서는 매우 외교·정치적으로 판단돼왔던 부분이다. 하지만 JTBC <비정상회담>은 달랐다. 특히, 일본대표 타쿠야는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이 탐난다고 하자 이탈리아 비정상 대표 알베르토는 “콜로세움은 안 되고 그와 비슷한 아레나가 있으니 그것을 주겠다”고 말한다. 정상회담과 비정상회담의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세월호 참사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참사 초기만 하더라도 누구도 ‘진상규명을 하지 말자’고 주장한 사람은 없었다. 한국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자는 공통의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어느새 정쟁에 휩쓸려갔다. <세월호특별법>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방향으로 제정하는 것이 진상규명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인가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JTBC <비정상회담>은 이번 사건을 정치적인 현실논리가 아니라 참사 그 자체로만 보고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진상조사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주는 게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이라는 주장이 이에 대해 가나 비정상 대표 샘 오취리는 “아닌데에~”, “뭔말입니까?”라고 속 시원히 이야기해주지 않을까? 어제(6일) 광화문에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단식 단 앞에서 일베 회원 등은 폭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기가찬 일이다. 과연, JTBC <비정상회담> 비정상 대표들은 그들의 행위를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까? 단언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나치를 옹호하거나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거나 하는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고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표현의 자유가 아닌 ‘그들에 대한 폭력’이라고 규정할 가능성능 농후하다. JTBC <비정상회담> 패널들의 이 같은 발언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까부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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