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부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청와대가 강행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방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정부부처, 한나라당 사이에 혼선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23일 오전 브리핑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 때 내년 말까지 민영미디어렙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이 현재로서는 가이드라인”이라며 “내년 말까지 도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내년 말까지 안을 확정하겠다고 한 것이지 시행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면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조점은 ‘도입안 마련’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2009년 12월까지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해체하고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할 것인지, 아니면 도입안을 마련하는 것에 한정되는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방통위는 실제로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년 12월에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민영 미디어렙을 신설해 방송광고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보고했다.

▲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방통위가 2009년 말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정작 청와대는 방통위의 보고내용이 가이드라인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도입안을 확정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가 방통위의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이지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2009년 말까지 도입하겠다’는 것과 ‘도입안을 마련하겠다’의 차이가 상당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에 대해 종교방송계에서는 “종교·지역방송에 대한 보완책은 뒤로 하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관광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가 경쟁하듯이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발표한 결과”라며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혼선은 결국 종교·지역방송와 시청자의 피해로 귀결될 것”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종교방송 관계자는 “말만 무성한 정부의 민영 미디어렙 도입 방침이 오는 26일 종교방송사의 한나라당 지도부 면담과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3차 방안을 통해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기획재정부가 공기업 선진화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가질 당정협의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어 정책이 더해져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분명한 정부 방침으로 교통정리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문광위 소속 의원 중에는 지역 종교방송 등 광고취약매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어 단일한 의견을 모아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 방침 확정에 따라 정부부처 기능 조정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광고 판매 대행에 대한 관리 기능이 방통위로 옮겨가고, 문광부는 광고 진흥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 포함 여부가 판가름날 기재부의 공기업 선진화 3차 방안은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는 오는 10월25일 이후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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