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을 공갈협박했다가 쇠고랑을 차게 된 두 여자는 걸그룹 멤버와 모델이었다. 남성이라면 나이를 막론하고 로망을 가질만한 대상인 것이다. 또한 이병헌 역시 여성이라면 연애 혹은 만나서 밥이라도 먹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배우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이 만나서 술을 마시고 세상에 알려지기에는 민망하고 수치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만남이 5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공갈사건으로 비화된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선은 겨우 스무 살의 나이로 이 사건을 저지른 걸그룹 멤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병헌이라는 대스타가 연루된 사건이라 동영상의 실체는 공개되지 않을 것이고, 또한 그러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톱스타 이병헌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게 될수록 연예계의 추악한 면에 실망하게 될 것이 저어되기 때문이다.

▲ 배우 이병헌 Ⓒ연합뉴스
그래도 반드시 짚고 넘어갈 일은 이병헌이 20년도 넘는 나이차를 가진 어린 연예인 둘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비록 이병헌이 공갈미수사건의 피해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도덕적으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양비론으로 가서는 안 되는 형사사건이기에 이병헌에 대한 말을 아껴야 하겠지만 자신의 매력과 인기를 이런 식으로 오남용한 것은 이병헌에 대해 실망감을 금치 못할 사건이 돼버렸다.

이병헌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의 디테일을 알려지지 않게 하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굳이 이 사건을 깊이 파고들어가지 않더라도 그의 이미지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는 없다. 특히나 미모의 여배우 이민정과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그의 일탈은 어떻게 보더라도 좋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배우자 이민정은 어쩌면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또 다른 후폭풍이 걱정되기도 한다.

이병헌에게 실망하게 됐다면 걸그룹 멤버에게는 절망을 느끼게 된다. 걸그룹 멤버 다희의 행위는 변명할 여지가 없는 범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참 철없는 짓이었다. 아직 뜨지도 못한 걸그룹 멤버가 위험한 사생활을 가진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그리고 공갈의 빌미가 된 동영상의 내용이 무엇이고, 그 동영상 외의 상황이 어땠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그런 상황까지 간 것 역시 위험한 짓이었다.

거기까지였다면 반성 정도 하고 다시 걸그룹 활동에 매진했으면 될 일이었다. 도대체 어떤 계기나 누군가의 부추김 때문인지 94년생, 만으로 겨우 스무 살의 풋내기 연예인이 엄청난 대스타 이병헌을 상대로 공갈사건을 벌이게 된 것은 미수로 그친 것이 너무도 당연했던 미숙한 범행이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충격적인 것은 겨우 스물한 살의 풋내기 연예인이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닌 범죄자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그룹의 다른 멤버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었다. 현재 상태로 그녀가 속했던 글램은 활동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어설프고 헛된 욕망으로 인해 자신을 물론이고 몇 년간 함께 땀을 흘려온 동료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수에 그녀는 이중의 잘못을 저지른 셈이다.

이번 사건은 연예계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위험한 수위인지를 경고해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연예계가 조용했던 기억은 없지만 특히 2014년의 연예계는 참으로 소란스럽다. 마약, 탈세, 폭행 등 사건이 올해 유난히 많이 일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숨겨지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치권에서 전해지는 분노와 절망을 그나마 잘 꾸며진 연예인들로 인해 위로받던 일종의 환상 힐링이 적어도 올해는 불가능해졌다.

연예인들에게 공인이니 뭐니 해서 과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 무리이기는 하지만 사건이 될 정도의 위험한 사생활을 즐겨서는 곤란한 일이었다. 가뜩이나 무겁고 어두운 사회 분위기 속에 이처럼 위험하고 부적절한 사생활을 즐겨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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