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일 재건축 규제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데 대해 각 신문들의 반응은 확연하게 엇갈렸다. 상대적으로 진보적 논조의 신문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보수적 논조의 신문들은 최대한 중립적인 시각으로 정부 정책을 전하려는 반면 <중앙일보>는 여전히 묘한 뉘앙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향신문>은 2일 지면에서 ‘9.1 부동산 대책’에 대해 재건축 규제를 모두 푼 것으로 평가하면서 특히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청약 감점을 폐지해 청약제도에서 무주택자 우선 정책이 퇴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서도 정부 대책이 시장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대책은 포함돼있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향신문 2일자 사설.

정부 대책에 대한 비판은 <한겨레> 1면에서도 이어졌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한 정부 대책이 시장의 예상을 넘어선 파격적인 것이라면서 전세난과 투기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이번 대책이 건설업계와 부동산사업자들이 줄기차게 제기한 민원을 한꺼번에 해소해준듯 하다고 평했다. 저부의 대책은 안전에 큰 문제가 없는 아파트까지 부수고 다시 짓도록 권장하는 꼴이며 주택청약제도에 있어서도 무주택자 우선 공급 원칙이 후퇴했다는 것이다.

▲ 한겨레 2일자 사설.

<한국일보>도 정부 대책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기사에서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물을 다시 짓게 돼불필요한 자원낭비가 커지고 저소득층 및 세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일보>는 <‘아파트값 띄우기’ 너무 나가는 것 아닌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서도 부동산시장 활성화는 침체된 거래를 정상화하는 것이지 집값이나 전세값을 올리는 게 목적이 아니고 무주택 서민이 집을 마련하고 작은 집을 가진 사람들이 평수를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정부 정책의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2일자 지면.

언론은 이러한 비판 여론은 9.1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 재건축 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을 살펴보면 재건축 연한 단축 등 강남권을 포함한 목동, 상계동 등의 재건축단지에 효과를 발휘할만한 규제완화책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대규모 신도시 건설 등을 위한 택지개발촉진법은 폐지하기로 해 그야말로 재건축 단지에만 ‘밀어주려는’ 의도를 확실히 하고 있다.

이들 신문을 제외한 그간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보수언론들은 정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선일보>는 정부 대책을 다룬 기사에서 정부의 경기 부양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신도시 건설 중단에 대한 대안으로 재건축, 재개발 시장 활성화를 통한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구상을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일보>는 신도시 공급 중단으로 서민 주택 건설이 감소하고 청약 자격 완화로 신규 분양 시장에 과열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역시 9.1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제외한 ‘빗장’을 모조리 풀어 재건축, 재개발 시장을 통한 부동산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지자체장이 과도한 기부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데 대해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의 권한을 축소하게 된다며 정부와 지자체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에 더해 국회에서 일부 관련 법률이 통과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넘어야할 산도 많다고 평가했다. 그래서인지 <동아일보>는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이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활성화 방안 등을 ‘가짜 민생 법안’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 9.1 부동산 대책은 그렇지 않다며 정부 대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중앙일보의 2일자 지면.

이번 대책의 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잘 발휘한 매체는 단연 <중앙일보>를 꼽을 수 있다. 돈과 관련된 것에 특출난 식견을 발휘하곤 하는 <중앙일보>는 이번 대책을 위의 언론들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몇 년 간 위축됐던 재건축 투자 수요를 살리는 심리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평가를 보도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중앙일보>는 저성장 기조로 과거처럼 집값이 오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며 이번 대책으로 인한 재건축 시장 활성화에 일정 정도의 한계가 있다는 점 역시 전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위의 언론들과 비슷한 관점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중앙일보>의 대단한 점은 정부 대책을 전하는 기사의 제목이 <강남 재건축 불 지펴 수도권에 온기…용적률 완화 숙제>라는 점이다. ‘용적률 완화’를 일부러 강조한 것은 다른 언론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이번 대책으로 효과를 보게 될 유력한 지역으로는 목동이 꼽히고 있다. 목동 재건축 대상 아파트 단지들의 용적률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경우 용적률 때문에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있다. 일부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재건축 규제 완화의 혜택이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같은 이유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 중앙일보의 2일자 사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결국 <중앙일보>가 촉구하고 있는 것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 대한 실질적인 ‘배려’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중앙일보>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계속해서 이런 스탠스를 취해왔다. <중앙일보>가 2일 사설을 통해 “규제완화로 인한 과실이 특정 계층에게만 돌아가고 서민의 어려움이 커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짐짓 딴청을 피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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