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러분의 안전까지도 지키기 위해 여기에 나왔습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지키기 위해 나왔습니까?”
“우리가 경찰들이 막을 정도로 잘못했습니까… 비켜달라고! 왜 가는 곳마다 막느냐고! 마음이 너무 찢어지고 아프다고…”
“우리가 하루라도 편히 쉬는 줄 알아요? 애들이 너무 불쌍하고 억울하게 가서 그러는데”
“우리 애들이 빠졌을 때 이렇게 막아주지. 이렇게 했으면 우리 아이들 하나도 안 죽었어요. 애들만 살렸어봐. 우리 여기 오라고 그래도 오지도 않아”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지 어느덧 140일째. 국회, 광화문 앞 농성은 50일을 훌쩍 넘겼고, 대통령 면담 및 세월호 특별법 관련 결단을 요구하며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별마중을 한 지도 12일째다.

그동안 수많은 시민들은 서명운동에 동참하거나 단식/비단식 농성을 하는 등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뜻을 함께 했다. 350만 명이 참여했던 범국민 서명운동에는 135만 명이 추가로 합류해 어느덧 500만을 바라보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들은 국민 485만 명의 목소리가 담긴 서명지를 전달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로 향할 계획이었으나, 경찰들에 막혀 2시간 넘게 제자리에서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다.

▲ 2일 오후 1시 45분 경,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485만 명의 국민들이 참여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을 전달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사진=미디어스)

1시 45분 경 시작된 삼보일배는 광화문 광장을 둘러싼 경찰에 막혀 10분 만에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찰 측은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입니다. 삼보일배를 하시는 유가족 분들, 진정하시고요. 여러분들은 현재 미신고된 불법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방송을 한 차례 짧게 한 후, 어떠한 설명도 덧붙이지 않고 가족들을 가로막고 있다. 유가족 중 어머니들이 삼보일배 행렬에 앞장서자 여경들을 전진배치하기도 했다.

30분 가량 지났을까. 유가족들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한 유가족은 울먹이며 “너희 하루아침에 애들 두 명 잃어봤어?”라고 반문했다. “우리가 죄인입니까?”, “경찰은 피도 눈물도 없습니까?”, “경찰분들은 자식 없습니까? 조카 없습니까?”라는 흐느낌이 쏟아졌고, 눈물을 보이는 유가족들과 자원활동가들이 점차 늘어갔다.

▲ 광화문 광장을 둘러싼 경찰 때문에 유가족들의 삼보일배는 10분 만에 막혔고, 오후 4시 20분 현재까지 제자리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단원고 2학년 8반 고 이재욱 학생 어머니는 “아이들은 아마 마지막에 ‘엄마!’라고 외치며 그 소중하고 고귀한 생명을 내려놨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엄마들, 우리 부모들은 절대로 그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잘못된 것을 제대로 좀 만들어 달라고 이렇게 하소연하고 처절하게 가슴으로 얘기하는데 아직도 저 파란 지붕은 철옹성”이라고 말했다.

홍영미 씨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는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 마음이 분노로 바뀌지 않도록 대답하십시오, 응답하십시오”라며 “청와대 국회 정부 다 좋다. 응답하십시오. 소통하십시오. 그래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하나씩 풀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고 전했다.

단원고 2학년 1반 문지성 학생 아버지는 “수없이 만나달라고 얘기해도 대답이 없었지만 정말 인간이라면… 이렇게 코앞에서 공식적으로 얘기를 하니까 한 번 만나게 해 달라고 제대로 (대통령에게) 전하라”고 호소했다.

“혐의 없으면 수사 안 받으면 되는 것… 무엇이 켕기기에 지레 겁먹나”

앞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2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485만 국민서명 청와대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저희가 바라는 것은 철저한 진상규명 한 가지라는 것을 다 알고 계실 것이다. 저희가 여당을 만나 계속 요청한 것도 이것 뿐이다. 수사권, 기소권이 포함된 진상조사위원회를 받아주거나 그게 안 된다고 하면 진정으로 진상규명이 가능한 또 다른 방안을 내어놓고 우리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어제까지도 (새누리당은) 새로운 방안을 제시해 우리를 설득하려는 자세가 전혀 없었고 거꾸로 우리들에게 ‘너희들 마음대로 청와대를 파헤치려고 하는 거냐’ 하는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유가족들은 성역 없는 진상조사의 원칙을 이야기한 것일 뿐이다. 왜 거기에 지레 겁먹고 우리를 매도하고 호도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혐의가 없으면 수사를 안 받으면 된다. 조사할 필요가 없으면 조사 안 하면 된다. 무엇이 켕기기에 그렇게 지레 겁먹고… 수사권, 기소권 반대 이유가 청와대 때문이라고 실토하는 모습 보면서 참담함을 그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단원고 2학년 4반 고 김동혁 학생 어머니는 유가족을 공격하는 일부 언론의 여론몰이 움직임에 “특별법을 반대하시는 여러분들, 제발 부탁드린다. 안산 합동분향소에 있는 304명 영정의 눈을 꼭 보아주십시오. 아니면 우리 유가족 한 분이라도 만나서 제대로 얘기 좀 듣고 반대해 주시기 바란다.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 4시 20분 현재, 유가족들의 삼보일배는 제자리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

▲ 단원고 2학년 9반 박예지 학생 어머니가 삼보일배를 방해하는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 삼보일배에 참여한 한 시민이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 단원고 2학년 4반 고 김동혁 학생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 한 유가족이 경찰에게 항의하다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 단원고 2학년 1반 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가 유가족들의 삼보일배를 막는 경찰들에게 비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 세월호 유가족들의 삼보일배에 동참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 세월호 유가족들의 삼보일배에 동참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 세월호 유가족들의 삼보일배를 취재하기 위해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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