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돌아보면 성적순 맞다.

원용한 영화 제목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도 알고보니 성적순이었는지… 강남지역 교육열이나 특목고 등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남의 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굳이 말을 돌려 문제의 핵심을 에둘러 가는 이유는 두가지다. 그 중 하나는 아래 기술한 이야기에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을 지켜줬으면 하는 소심증 탓이고, 또다른 이유는 결국 특정 개인을 건드려야 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방법론적 한계 때문이다.

▲ '제3회 전국동안선발대회'에 출연한 안유진씨. SBS 화면 캡처

# 난 로맨스? 넌 스캔들!

얼마전 추석 특집극 출연자에 맹폭이 가해졌다. 전제하건데, 그 사람 역시 원죄가 있는 사람이라 속만 태울 뿐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없었다. 벨리댄서 안유진씨를 둘러싼 학력위조 논란으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대상 수상자가 학력위조자라 문제라는 지적이다.

문제제기는 틀림없는 팩트다. SBS는 추석특집으로 ‘제3회 전국동안선발대회’를 열었고, 이 장면은 지난 13일 전파를 탔다. 이 때 대상 수상자는 41세의 벨리댄서 안유진씨다. 그녀는 분명 1년 여 전 문화연예계를 휩쓴 학력위조 파문의 대상자였다. 또한 그녀는 지난해 11월 검찰에 외국 대학 졸업장을 위조한 혐의(위조사문서 행사)로 불구속기소됐고, 법원의 판결도 받았다.

그러나 오늘 던지는 문제제기는 이 팩트의 옳고 그름에 있지 않다. 학력위조라는 사안과 그 대상자에 대한 형평성을 말하고자 함이다. 판단컨데, 이번 보도는 형평성을 잃은 문제제기로 결국 마녀사냥식 보도가 됐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취재원의 인격 정도는 상관하지 않는 ‘몹쓸’ 언론인 먹레이킹(Muckraking) 저널리즘의 양상도 엿보인다. 그렇기에 이를 경계하고자 운을 떼는 것이다. 며칠 전 있었던 안유진씨의 학력위조 보도가 형평성을 잃은 예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최근 종방한 KBS2 ‘엄마가 뿔났다’ 보도 중 ‘미세스 문’이라는 유행어를 만든 ‘톱스타’ 장미희를 안유진씨처럼 매도한 보도는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녀 역시 학력위조 파문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재기엔 안유진씨와 다른 찬사가 이어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탤런트 오미희 역시 학력위조 파문 이후, 한동안 침체기였던 연기 분야로까지 그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대조영’ 최수종은 파문을 딛고 올해 초 KBS에서만 3번째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한 때의 ‘잘못된 혹은 부득이한’ 선택을 한 적지 않은 인물이, 새로운 자세로 자신의 영역에서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또다시 인정받고 있다.

# 학력 보다 실력? 결국 학력이었다

그러나 안유진씨에겐 ‘찬사’는 커녕 ‘참살’에 가까운 비난이 이어졌다. 그녀 역시 자신의 영역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녀가 여타의 ‘톱스타’들과 다른 이유는 뭘까? 여기에 이르면 이유는 분명해진다. 안유진씨는 상대적이지만 유명세가 그들만 못하다. 유명세는 힘에 비유된다. 오죽했으면 요즘 연예권력이란 말이 나올까. ‘톱스타’에 비해 약자인 그녀는, 언론의 보도기사 한 줄에 마음 조리는 그런 사람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그래서 의기양양해진 일부 매체는 그녀와 직접 취재 조차 하지 않고 팩트 만을 짜깁기 했다. 사실이었지만, 결국 먹레이킹이 됐다. 베껴쓰기·받아쓰기에 익숙한 일부 기자와 매체은 한 개인의 인격 쯤은 ‘개에게나 줘버려’였던 셈이다.

16일 안유진씨와 연락이 닿았다. 그녀는 “15일까지 중국에 일이 있어 나가 있었고, 한국에 돌아와 보니 또다시 흙탕물을 뒤집어썼다”며 “제 잘못인데 뭐라 말하겠는가? 그러나 이건 아닌데란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분명 ‘동안선발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동안(童顔)이다. ‘동안선발대회’에서 ‘얼짱’인 미모는 실력 중 하나다. 이 또한 팩트다. 41세의 나이(주민등록 위조 건으로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1968년생이란 사실은 틀림없다고 재차 강조했다)에 38-24-38의 몸매 또한 ‘몸짱’임을 의심할 수 없다. 게다가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두 자녀를 둔 엄마라는 사실은 호기심을 당기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세상은 그녀에게만 돌을 던졌다. 세상은 그녀의 죄를 핑계로 그녀를 ‘연좌제’(連坐制)의 사슬에 묶였다. 돌은 정당한가, 연좌제는 온당한가… 돌아보건데, 용서는 성적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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