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첫 주의 첫 날. 대학생들이 강의실이 아닌 내리쬐는 땡볕 아래 모였다. 학교 바깥으로 나온 학생들은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수백 명의 시민들이 농성 중인 광화문 광장에 섰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40일 가까이 됐는데도 꿈쩍 않는 세상을 보고, ‘이런 시국에 가만히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들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거리로 나온 이들은 5일 동안 10만의 시민을 만날 예정이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원하는 대학생들은 1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만의 동행, 5일의 약속>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원하는 대학생들은 1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만의 동행, 5일의 약속'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지난 4월,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의 책임을 묻는 침묵시위 ‘가만히 있으라’를 제안한 경희대학교 용혜인 씨가 제안한 이 캠페인은 1일부터 5일까지 개강 첫 주 수업을 반납하고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성공회대 이장원 씨는 “살면서 많은 연휴를 보냈고, 연휴 때마다 한국 사회의 이슈들이 묻혀가는 장면들을 스물 두 살 짧은 생애지만 너무나 자주 봐 왔다. 세월호 특별법 역시 잊혀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방학 동안 유가족들에 대한 보수언론과 정치권의 치사한 공격이 있었다. 국정원은 자국민 신상털이하고 있고, 보수 정치권들은 ‘이게 단식이냐’하는 여론몰이를 한다. 얼마 전 어버이연합 사람들은 광화문에서 치킨을 뜯었다”며 “인간에 대한 모욕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저는 한 사람의 ‘인간’이기 때문에 도저히 강의실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 김준호 씨는 “이 사회가 타인이 느끼는 고통에 대해 최소한의 연민이나 동정심조차 느끼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예의도 없는 사회라는 것을 느꼈다. 제가 그런(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을 당했을 때 그 누구도 눈물 흘려주지 않는다면 제가 버텨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준호 씨는 “오늘부터 이 자리에서 유가족분들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을 알리고 10만 명의 시민들을 만나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면서 “광화문을 지나는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고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10만의 동행, 5일의 약속' 제안자 용혜인 씨가 광화문 국민 단식장에서 단식 중인 종교인들에게 '10만의 동행, 5일의 약속' 캠페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10만의 동행, 5일의 약속> 참여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민 단식에 참여하고 있는 농성장 내 시민들에게 노란 종이배를 건넸다. 대학생들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세월호 특별법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포부를, 이전부터 농성장을 채워 온 이들과 가장 먼저 나누고 싶다는 취지에서였다.

이들은 오후 3시부터 각각 광화문역, 시청역에서 출발하여 2시간 동안 지하철 내 홍보를, 오후 5시에는 을지로입구 CGV 앞에서 집중 홍보전을 한 후, 매일 저녁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