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혜리 애교, 호랑이 분대장도 녹았다
부드러움은 능히 강함을 이긴다, 이솝 우화에서 얻은 짧은 교훈 한 토막. 태양과 바람의 내기에서 나그네의 두꺼운 옷을 벗겨낸 것은 모질게 쌩쌩 몰아치는 바람이 아니라 태양의 뜨거운 열기였다. 저 사람은 표정이 없을 거야. 싶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터미네이터 곽지수 분대장을 봄바람 맞은 여고생마냥 환하게 웃게 만든 혜리를 보며 문득 떠오른 이야기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 나태주. 도를 넘었던 섹시 콘셉트에 멤버 개인의 매력은 찾아볼 노력조차 하지 않고 그저 한 뭉텅이로만 인식했었던 걸스데이들. 리얼리티 쇼에서 자세히 비추어준 개개인의 매력은 그동안 몰랐었기 때문에 오히려 몸서리쳐지게 사랑스러웠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한준. 특히 무대 분칠을 대신한 위장용 깜장칠을 하고 대중 앞에 선 걸스데이 혜리의 매력은 퍼내고 퍼내도 끝이 없는 화수분과도 같았다.
발군의 체력으로 에이스라 불리며 주목을 받았던 혜리지만, 잦은 실수는 그녀의 신변을 위협해 곧잘 난관을 만들곤 했다. 크게 넘어져 호랑이 소대장의 포커페이스를 무너뜨리게 하고 화생방 훈련에서는 정화통의 결합이 잘못되어 있어 시작부터 가스를 들이마시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야말로 튜토리얼에 가까웠던 여군 체험 첫 무대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막내 혜리의 처절한 육군 훈련소 생존기는 안쓰러움과 귀여움을 동반하며 시청자의 측은지심을 자아냈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먹는 제육볶음의 맛이야 꿀맛 같았을 테지만 그럼에도 어찌나 달게 밥을 먹는지. 입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 같은 주먹만 한 쌈을 싸서 거의 우는 얼굴로 우걱우걱 제육쌈밥을 먹는 혜리의 모습에 내 새끼 밥 먹이는 것 같은 충만함이 밀려온 것은 필자뿐만이 아니었으리라. “제가 먹어본 제육 중에 최고입니다.”
“식사 부족한 인원은 배식대에 더 남아있으니까 여러분들. 자율 배식해서 먹습니다.”라는 소대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쌈을 싸던 모습 그대로 화색이 되선 “알겠습니다!”를 우렁차게 외치는 혜리를 보며 배가 아프게 웃어댔다.
“7번 후보생.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수고하셨…” “말 바로 합니다!” “수고하셨…” “울음 그칩니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울음에 뒤섞여 웅얼거리는 혜리를 끝까지 냉정하게 대하자 처음으로 터져버린 혜리의 앙탈. 혜리는 분명 훈련을 받는 내내 꾀쟁이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헤어지는 순간만큼은 정든 사람들과 사무적인 태도로 작별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울음 그칩니다!”는 한마디가 야속했던지 “이이잉.”하고 앙탈을 부리며 도리도리 고개를 흔드는 찐빵 같은 혜리가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사람이 아닐 거야…싶게 냉정하기 그지없었던 터미네이터 분대장의 심장 또한 녹아버렸다. 혜리의 폭풍 애교에 잇몸을 드러내고 웃는 차가운 남자 분대장의 싱그러운 미소라니.
“언제까지 시간 끌 겁니까!” 벼락같은 소대장의 호령이 떨어지고 혜리는 물론 분대장 또한 긴장한 일촉즉발의 순간에 무슨 큰 사단이라도 낼 것처럼 저벅저벅 걸어와 혜리에게 내밀어진 손은 그녀를 야단하는 것이 아니라 턱 끈을 메어주는 자상함과 배려였다. “소대장은 원래 절대로 해주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도 한 마디 덧붙였지만 다정한 손길만큼은 매정하지 않아 혜리를 놀라게 했다.
인간 비타민 혜리의 무장해제 비기, 체력을 뛰어넘은 정신력으로 영화 이상의 감동을 안겨주는 리얼 히어로 김소연과, 비난으로 초석을 다진 그녀였기에 오히려 차후의 성장으로 안겨줄 드라마가 더 기대되는 맹승지의 활약에 가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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