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방통위원장이 1일 끝내 KBS 신임 이사장직에 ‘뉴라이트 역사학자’이자 ‘박근혜 대통령 자문’ 이력이 있는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선임을 표결처리했다. 문제는 불 보듯 뻔하다. 공영방송 KBS의 최고 관리감독기구로서 공정성을 유지해야 할 기관이 정치·역사적 투쟁장이 될 것이고, 내내 한쪽으로 치우쳐졌다는 비판에 휩싸일 것이다. 내정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반대여론이 높았지만, 방통위는 아랑곳 않고 표결을 강행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만 남겨놓게 됐는데, 청와대로부터 낙점설이 돌았던 만큼 임명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방통위의 보궐 KBS이사로 ‘뉴라이트’ 출신 이인호 교수가 선임됐다는 소식에 1일 “가장 부적절한 인사를 용케도 골자 절대 앉히지 말아야할 자리에 앉힌다”며 “특히, 국회 동의나 청문절차가 없는 고위 공직 인사는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을 지경”이라고 성토했다.

▲ 2013년 9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논란에 부쳐 역사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기자회견'에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기자회견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 인사…막장 드라마 따로 없어”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교육부 장관에 ‘반교육적’이란 평가를 받은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을 앉혔고 국가인권위원회에는 ‘반인권’적인 현병철 위원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는 ‘반민주적’ 인사로 분류되는 박상증 목사의 임명강행했다. 그리고 방송통신심위원회에 ‘뉴라이트’ 박효종 교수를 낙점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수준 이하의 저질 인사를 중책에 기용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극우세력의 대대적인 권력 핵심부 진입”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증 목사에서부터 박효종,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권희영 한국대학원장,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그리고 이인호 이사장의 공통점은 모두 “친일·독재 미화, 역사왜곡에 나선 ‘뉴라이트’ 출신”이라는 점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인호 교수에 대해 “2006년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출간한 교과서포럼과 이를 주축으로 2011년 설립된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을 지난 뉴라이트 계열 원로 중 한 명”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제정해 기념하자던 ‘건국6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 공동준비위원장을 지냈을 뿐 아니라, 백범 김구선생에도 “대한민국 체제를 반대한 사람”이라고 폄훼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역사다큐 <백년전쟁>을 두고 역사왜곡을 주장하며 “안보 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발언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역사왜곡 논란 교학사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도 옹호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종편 TV조선에 출연해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강연을 듣고 “감동받았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극단적으로 편향된 사고의 소유자”라고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제 허울뿐인 공영방송 KBS마저 극우세력의 손아귀에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며 “극단적인 역사인식의 소유자가 정치권력의 듯을 헤아려가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이를 막지 못한다면 KBS는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는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 정권 들어 언론 교육 역사 등 가치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부문에 대한 집착이 노골화하고 있다. 이번 인사 또한 집권세력이 장기적이고 거대한 계획 아래 추진하고 있는 이념 공세의 일부”라고 진단했다.

“방통위, 의결 전 국민여론 검증시간 가졌어야”

이인호 교수의 KBS 이사 선출에 반대해 퇴장했던 야당 추천 김재홍·고삼석 의원은 오후2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이사회 수장을 맡기엔 부적격 후보”라고 비판했다.

김재홍·고삼석 의원은 “공영방송은 국민의 사고와 정신영역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다”며 “그 자리에 조부의 친일행위와 교학사 역사교과서 옹호 등 연사인식이 편향적인 인사는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이인호 교수의 조부 이명세는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활동으로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인사 명단에 포함돼 있다. 물론, 연좌제는 안 되지만 건전한 역사관을 가진 게 아니라 그들을 미화하고 비호한다면 말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들은 “공영방송 이사장은 정치·이념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면서 “방통위의 의결 절차는 이러한 시민사회와 국민여론 등 검증시간을 가진 뒤 합의제 원칙에 걸맞게 처리됐어야 한다”고 표결강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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