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종교 방송 다 죽이는 한나라당 해체하라! 언론장악, 저지! 투쟁!”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 주최쪽 추산 500여 언론 노동자들이 모여 구호를 외쳤다.

이날 결의대회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관하고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불교방송 등이 공동 주최한 행사로, EBS와 아리랑국제방송 및 전국 지역MBC 및 지역 민영방송사와 KOBACO(한국방송광고공사), CBS 소속 노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린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와 미디어렙 도입반대 언론인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미디어렙 반대', '언론공공성 사수'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여의도통신

언론노조 등은 지난 9월4일 방통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오는 2009년 말까지 방송광고판매 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정부가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KOBACO를 넣으려 하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영호 미디어행동 공동대표는 대회사에서 “한나라당이 말하는 방송광고 경쟁체제 즉,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한마디로 ‘종교방송·지역방송 다 꺼’라는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지지율을 높이려면 우선 최시중 방통위원장부터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식 종교방송협의회 간사는 투쟁사를 통해 “정부와 한나라당이 ‘선진화’라는 허울 아래,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해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면서 “모든 종교인들이 앞장서서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코바코가 민영화되면 광고비가 높아지고 결국 늘어난 광고비 부담은 모두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도 “정부는 미디어렙을 사영화시켜서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을 상대로 ‘얼빠진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서 “이들을 혼탁한 경쟁에 밀어넣어 상업적 선정주의에 몰두하라고 내몰고 있다”고 규탄했다.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연대사에서 지난 17일 정병국 의원의 발언을 빗대어 “코바코가 5공잔재라 없앤다면, 88 고속도로는 다 파버리고 프로야구도 없애야 하는 것이냐”면서 “지난한 개혁 과정을 거쳐 공익적 연계판매 등으로 언론 다양성을 지켜낸 코바코를 해체해서는 안된다”며 “5공의 잔재는 바로 저기 한나라당”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의 면담 요청이 거부되자, 집회 참가자들이 결의문을 말아 한나라당사 쪽을 향해 던지고 있다. ⓒ정영은

지난 17일 국회 문방위 회의에서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종교방송이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스템에 안주해서는 안된다”고 발언한 데 이어 같은 날 유인촌 장관이 “종교방송이 지금 너무 편하게 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거품을 빼야 한다”는 발언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나이영 CBS 지부장도 유인촌 장관의 발언에 대해 “종교방송은 거품을 빼려고 해도 뺄 거품이 없다”며 “정부와 한나라당이 남북을 갈라놓더니 이제는 서울과 중앙방송, 종교방송과 일반방송을 갈라놓으려 한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들은 당초 결의대회 직후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에게 민영미디어렙 도입과 관련해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며 면담을 요청했으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에 결의문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종교방송, 지역방송을 말살하는 민영미디어렙 도입 책동을 당장 중단하라’를 낭독한 후, 이를 한나라당사에 던지는 퍼포먼스로 결의대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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