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상황입니다. 야당은 국민들과 가족들을 무시했고, 여당은 지금에야 면담을 하고 있지만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합니다. 가족과 국민들의 요구는 근거 없는 마타도어로 더럽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들 조금 더 힘을 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힘을 조금 더 내주시겠습니까? 가족들은 지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포기하면 아이들 희생이 헛되고 국민들 성원도 버려지게 됩니다.”
장기전이 시작됐다. 30일 김병권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서울 광화문광장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 ‘청와대는 응답하라’> 무대에 올라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가족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아파하고, 우리를 위로해 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 우리 가족들을 돕고 이 사회가 보다 안전해지기 위해 함께 해주겠나. 국민 여러분을 믿고 조금 더 힘을 내겠다”고 밝혔다.
광장에는 시민 수천 명이 모였다. 지난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경희대 정문에서 청와대까지 행진을 한 박이랑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행진 이후 ‘제 3자가 아닌 동지가 되어야겠다, 함께 대통령에게 응답하라는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한미정 부위원장은 “규제완화가 부른 세월호 참사가 지금 의료민영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보건의료노조는 끝까지 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등에서 ‘수사권-기소권 있는 진상조사위 구성’을 촉구하며 동조단식을 하고 있는 시민은 2만6702명이다. 이호중 공동운영위원장(서강대 교수)은 “우리는 한결 같이 성역 없는 진실규명을 요구했다. 권력의 시녀가 돼 버린 검찰과 경찰에게 수사를 맡길 수 없으니 범국민 진상조사위를 만들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사회로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중 위원장은 이어 “그런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거부한다. 그들은 진실이 밝혀지기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국민의 힘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여야 한다. 국민의 마음과 마음이 모아질 때, 우리가 이렇게 함께 모일 때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웠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하지만 썩은 내만 풍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론 압박에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이 가족들을 만나기 시작했지만 세월호특별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그러는 동안 정부와 언론은 ‘세월호 잊기’를 시작했다. 이날 경찰은 세월호 국민대회를 ‘불법집회’라며 여러 차례 해산명령을 내렸다. 이호중 위원장은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가족들 요구에 화답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찾아가야 한다”며 행진을 시작했으나, 경찰은 광화문광장 주변과 청와대 가는 길을 원천봉쇄했다.
일부 종합편성채널과 보수신문, 그리고 지상파는 ‘세월호 가족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정부 입장을 그대로 받아쓰고, 유민아빠 김영오씨 가족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대한 악성루머를 키우고 있다. 가족대책위 김병권 위원장은 채널A, MBN, 지상파방송사의 보도행태를 공개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채널A 카메라, 경찰과 시민들의 몸싸움 장면을 찍던 MBN 카메라는 일부 시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한편 지난 11일 진도 팽목항을 출발해 600㎞를 걸어 30일 안산에 도착한 순례단이 유가족에게 실종자들의 얼굴이 붙어 있는 조끼를 전달했다.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저는 일주일 만에 딸(예은양)을 되찾았지만 지금도 실종자가 열 명이나 있다”며 “실종자를 모두 되찾을 때까지 가족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조끼를 입고 청와대 앞 청운동주민센터 농성장으로 갔다. 노숙농성 아흐레째다.